김건희 특검 해법에 대한 한동훈측 발언이 갈등 시작
친윤계 이용 SNS에 "尹, 韓 지지 철회했다" 글 게재
한동훈 "국민 보고 나선 길, 할 일 하겠다" 거부 밝혀
총선을 80여일 앞두고 친윤(친윤석열계) 핵심 인사들이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에게 사퇴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여권이 대혼돈에 빠져든 모습이다.
21일 언론보도에 따르면, 오늘 서울 모처에서 가진 비공개 회동에서 이들은 "자기 정치용 '사천(私薦)'을 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한 위원장에게 자리에서 물러날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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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7월2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
여권에선 이 발언을 사실상 윤석열 대통령 의중이 담긴 것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일부 언론은 여권 핵심 관계자 말을 인용해 "윤 대통령이 어제(20일) 일부 참모들과 모인 자리에서 '한 위원장이 자기 정치용 사천할 거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으며 이대로 총선을 치르기 힘들다는 뜻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더 나아가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이 정치적 결별이 아닌 인간적 결별 수순을 밟는 것 같다"는 내용의 보도도 나오고 있다. 그간 두 사람이 찰떡궁합을 과시했다는 점에서 여권이 받아들이는 충격은 크다.
대통령실이 내건 교체 이유는 '사천'이다. 대통령실은 한 위원장이 지난 17일 서울시당 신년인사회에서 김경율 비대위원을 서울 마포을 출마자로 '깜짝 소개'한 것을 문제 삼는 모습이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영부인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와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등이 포함된 '김건희 특검법' 처리에 대한 양측 간 견해차다. 대통령실 소식에 정통한 한 여권 인사는 "민주당이 김건희 특검법을 발의할 때부터 지금까지 용산(대통령실)의 입장은 단 한 번도 바뀐 적이 없었다. 강력한 거부였다. 그런데 최근 한 위원장이 '국민 눈높이' 운운하면서 조건부 수용 의사를 보이자 갈등이 생기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한 위원장이 영입한 김경율 회계사가 언론에 나와 김건희 특검 불가피를 운운한 것을 대통령실은 한 위원장 생각으로 보고 있다. 결국 김건희 리스크가 여권 전체를 위기로 몰고 간 것"이라고 사퇴 요구 배경을 설명했다.
이상기류는 19일 오전 한 위원장과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 간 20분간 비공개 차담을 가질 때부터 감지됐다. 차담은 윤 원내대표가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국민의힘은 "두 사람이 차 한 잔을 나누며 언론에 나온 여러 현안에 대해 이야기했다"면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다.
18일 한 위원장은 윤 원내대표가 김 여사 명품 가방 사건에 대해 "사건의 본질은 부당한 정치공작"이라고 밝히자 "그건 TK(대구·경북)와 수도권의 인식 차"라며 김경율 비대위원을 두둔하는 듯한 발언을 해 논란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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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민의힘 한동훈 비대위원장(오른쪽)이 17일 서울 마포구에서 열린 서울시당 신년인사회에서 김경율 비대위원과 함께 주먹을 쥐어 보이고 있다. [뉴시스] |
이후부터 친윤계 의원들의 '한동훈 흔들기'는 본격화됐다. 지난 대선에서 윤 대통령 수행팀장을 맡았던 이용 의원은 20일 SNS에 김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과 관련해 '대통령실이 사과해선 안 된다'는 글을 올린데 이어 이튿날에는 국민의힘 의원 전체가 모인 모바일 메신저 단체방에 '한 위원장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가 철회됐다'는 내용의 글을 공유했다. 이 의원은 중요 정치적 이슈가 터질 때마다 대통령의 뜻을 당에 전하는 메신저 역할을 해왔다.
또 다른 친윤계 인사인 국민의힘 장예찬 전 최고위원도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김 여사 사과 불가론'을 강조했다.
한 위원장의 차기 유력 대권주자로 분류되면서 국정 장악력 약화를 우려해 윤 대통령이 비교적 빨리 한 위원장 교체를 결정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최근 당 영입인사나 비대위원, 공관위원은 모두 한 위원장 작품이다. 이철규 당 인재영입위원장을 통해 대통령실이 몇 명 추천하려고 했는데, 한 위원장 반대로 잘 안된 걸로 안다. 그러면서 대통령실은 '한 위원장이 권력에 욕심을 내고 있다'고 보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한 위원장 사퇴 요구 소식이 알려지자 국민의힘은 혼돈에 휩싸였다. 작년 말 장고 끝에 장관직까지 내던지며 비대위원장 자리를 수락한 한 위원장이 당으로 건너 온지 한 달도 못돼 물러날 상황에 처하자 당내에선 '이러다 제대로 선거나 치를 수 있겠냐'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한 당 관계자는 "이준석·김기현 체제가 얼마나 갔나. 비대위가 꾸려진 지 한 달도 채 못 돼 비대위원장을 교체하는 것을 국민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한편, 한 위원장은 이날 대통령실 사퇴 요구 보도와 관련해 "국민 보고 나선 길, 할 일 하겠다"며 거부 의사를 밝혔다. 이에 맞서 강성 친윤계 의원들도 한 위원장 사퇴를 두고 의원총회까지 소집을 요구할 태세여서 여권 내홍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KPI뉴스 / 송창섭 기자 realsong@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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