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마동석은 왜 액션배우로 사는가

홍종선 / 2018-11-21 10:00:21
액션에 대한 사명감…영화 '성난 황소' 22일 개봉
마동석 또 하나의 반전, 알고 보니 달변가
내년엔 다양한 장르 "신메뉴 준비 중"
▲ 영화 '성난 황소'에서 아내가 납치 당하면서 헐크로 변하는 남자 강동철을 연기한 마동석 [쇼박스 제공]


'미녀와 야수'의 야수 같은 외모를 지닌 마동석의 내면에 따뜻함과 귀여움이 있다는 건 이제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그래서 그에게 '마블리' ‘마요미' 같은 별칭이 붙었고, 모두가 공감하며 그를 이미 그렇게 부르고 있으니 말이다. 거친 외모에 섬세한 내면, 그게 마동석의 첫 번째 반전이었다.

영화 '성난 황소'(감독 김민호, 제작 ㈜플러스미디어엔터테인먼트‧B.A엔터테인먼트, 배급 쇼박스)의 개봉을 앞두고 서울 팔판동 카페에서 만난 배우 마동석은 또 하나의 반전을 안겼다. 영화 '굿바이 싱글' 미디어데이 자리에서 주로 기자들의 얘기에 귀를 기울이는데 힘을 쏟던 그가 일사천리 달변으로 마동석 자신과 영화 '성난 황소'에 대해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았다.

배우 마동석이 인터뷰에 목말라 있기는 했다. '신과 함께-인과 연' '챔피언' '원더풀 고스트' '동네사람들' 등 연이은 출연작 개봉에도 그는 인터뷰 자리에 나설 틈이 없었다. 영화 '범죄도시' 흥행 이후 촬영에 촬영이 이어지는 나날에 물리적 시간이 부족했다. 일단 그는 "저, 영화 얘기 하는 거 좋아해요"라고 말하며 인터뷰를 즐길 마음의 준비가 돼 있음을 알렸다.

그리고 시작된 인터뷰. 어라, 이 배우 말을 해도 너무 잘한다. 개인적으로 가늠해 본 이유는 두 가지. 하나는 짧지 않은 무명의 시절 동안 영화와 연기에 대해 고민해 온 시간이 축적돼 사고의 폭이 넓어진 점. 다른 하나는 지금 현재, 마동석을 변함없이 사랑하든 이미지 반복을 우려하든 비판을 시작했든 간에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바를 그가 정확히 알고 있고, 이번 기회를 통해 제대로 설명하고 싶어 한다는 점이다.

그가 인식하고 있는 관객과 평단의 우려 지점을 다시 두 가지로 분류하자면 '왜 이렇게 다작을 해요?'와 '비슷한 장르, 코미디 액션영화를 반복하는 이유가 뭔가요' 정도다. 이에 대한 마동석의 답을 들어볼까. 

 

▲ 이 배우가 이토록 말을 잘했나. 알고 보니 달변가, 마동석 [쇼박스 제공] 


"이번의 '성난 황소'뿐 아니라 '원더풀 고스트'와 '동네사람들' 감독 모두 제가 사고 나서 척추 부러졌을 때 잘될 거야! 응원해 준 사람들이에요. 제가 대단한 사람도 아닌데 운 좋게 기회를 잡게 돼 여러분들의 사랑을 받고 있기에 (그분들을) 제가 도울 수 있는 부분이 없나 생각했어요. 큰 흥행영화(부산행) 이후라 다른 선택지도 있었지만, 어려울 때 했던 약속을 지키고 싶어 찍은 영화들이죠. 비슷한 이미지나 장르를 가능한 피해 가는 배우로서 커리어 관리도 중요하지만 저를 지켜 준 사람들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계속해서 비슷한 걸 찍은 것도 아니에요. 올해 5편이 개봉됐는데 액션이 들어간 코미디영화들로 몰리게 된 것뿐이에요. 같은 시기에 찍은 게 아닌데 이번에 몰린 거죠. 2013년엔 9편을 개봉했어요, 주연 여섯, 특별출연 세 작품. 그때 장르들이 많이 달라서 좀 못 느끼실 수 있고, 이번엔 5편인데 장르가 비슷해서 다작이라고 느끼실 수 있겠네요."

"그리고(웃음), 저에게 다양한 장르의 영화가 들어오지 않습니다. 또 제가 운동을 하기도 했고, 액션을 하고 싶기도 했고. 기왕 하고 싶은 액션, 잘 발전시켜서 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그래서 완전히 매번 다른 영화를 하기는 힘든 배경이 되기도 하죠."

"영화 '부산행' 다음에 어떤 분이 이런 말씀을 해 주셨어요. 네가 액션영화를 하고 싶어 하는 것 응원한다. 그런데 액션연기를 하자면 캐릭터에 한계가 있을 것이다, 피로감을 안고 가야 할 것이다, 라고요. 그걸 알고 가기에 노력하는 바가 있죠. 일테면 '범죄도시'의 경우 영화가 잘됐지만 공교롭게도 (작품 속 형사가 아닌) 마동석 캐릭터로 나온 거라서 그 안에서라도 조금은 변주를 주고자 했어요. 다른 누가 아닌 제가 하는 것이고, 당초부터 마동석 캐릭터를 이용해 시나리오를 써서 청해 주시는 분들이 계시고, 저는 제작자나 감독이 아니고 배우니까 충실히 따라야 하는 임무가 있어서 큰 변주 자체는 힘들지만 계속해서 노력을 하고 있다는 점은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 '성난 황소'에서 아내를 잃고 표정을 잃은 강동철, 그를 돕는 춘식과 곰 사장(왼쪽부터) [쇼박스 제공]

액션 변주에 대한 얘기가 깊어졌다. 어떤 노력을 하는지, 노력에도 불구하고 제한된 한국의 액션영화 제작환경에 대해서 설명했다.

"사실 스턴트맨 써서 건물 사이 날고 헬리콥터 운전하고 하면, 액션 자체만으로도 계속해서 다양한 액션을 보여 드릴 수 있겠죠. 한국영화, 아직 그럴 예산은 안 돼요. 그럼에도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통쾌한 액션을 보여달라는 요청에 최대한 응하려는 겁니다. 그리고 분명히 하고 싶은 점 하나는, 결국 액션은 행동으로 나오는 게 아니라 쌓아가는 드라마와 스토리에서 나오는 것이라는 사실이에요. 액션을 어떤 스토리와 드라마에 싣는가가 중요하다는 건데요."

"예를 들어볼게요. '부산행' '범죄도시' '성난 황소' 비교해 보면, 좀비는 가만 있지를 않아요, 계속 너덜너덜 움직이죠. 제 주먹이 나가는 방향과 상대가 춤추듯 움직이는 몸의 방향을 예측해 맞추기가 힘들어요. 때릴까봐, 최대한 안 때리려고 노력하며 그러면서도 최대한 실감나게 액션하는 게 중요했어요. '범죄도시'는 직업이 경찰이고 자신의 주먹이 얼마나 센 사람인지 알고 있어요. 아무리 범죄자지만 주먹으로 때려서 잘못 되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해야 하죠. 그래서 처음엔 손바닥 정도로 때렸고요. 또 최강타는 아껴두었다가 맨 마지막 장첸(윤계상 분)을 처단할 때 주먹을 쓰자는 디자인 아래 액션을 연기했어요. '성난 황소'는 센 주먹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무조건 주먹만 쓴 게 아니에요. 내 앞길을 막는 사람은 누구든지, 뭐든지 뚫겠다는 인물로 디자인했어요. 보시면, 문 뚫고 천장 뚫고 다 뚫죠."

 

▲ 2m 신장에 130kg 몸무게의 박광재를 들어올린 마동석. 와이어도 없는 리얼액션 [쇼박스 제공]


액션 얘기를 하니 눈빛이 반짝반짝한다.

"2m 넘는, 130kg의 거구를 번쩍 들어서 천장을 뚫고 그 몸을 들고 달려서 천장을 훑고 지나간다. 이게 별거로 보이지 않을 수 있는데 우리 현장에서는 와이어를 걸 수도 없고 길도 쫙 내야 하고, 무엇보다 이렇게 장신의 거구를 들 수 있는 배우가 없어요. NG 나면 천장 공사 새로 하면서 5번 촬영해 만든 장면입니다. 마동석이라는 배우를 활용해서 관객 분들께 그래도 본 적 없는 액션, 새로운 쾌감을 드리려 노력하는 거죠. 그런 노력들, 영화의 스토리마다 다르게, 인물의 직업과 성격마다 다르게 액션하려고 열심히 고민하고 실행하고 있습니다."

비유가 참 찰지다. 선수로서 야구 경기를 계속하는데 유독 한 게임에서 번트 여러 번 치는 상황에 마동석 자신의 2018년을 비유하더니 내년 상황에 대해선 음식점에 비유했다.

"영화 '범죄도시' 후 다양한 장르가 들어오고 있어요, 새로운 연기 보여 드리려 준비하고 있기도 했고요. 내년에는 좀 더 다양한 모습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말하자면 제가 분식집 하다 돈가스 전문 음식점 하고 있는데, 매번 맛있게 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신메뉴도 준비 중이니까 기대해주세요." 


얘기를 들을수록 왜 매번 다른 장르여야 하는가, 아니 배우는 왜 다른 장르를 오가야 한다는 부담감에 갇혀야 하는가라는 의문이 들었다. 미국에 '미션 임파서블'로 대변되는 액션스타 톰 크루즈가 있다면 우리에겐 액션 전문 배우 마동석이 있어도 좋지 아니한가.

"다양한 영화 하겠지만 유독 중간에 액션 하나씩 하고 싶은 이유가 있어요. 저는 영화 '로키'를 보고 배우가 되고 싶었던 사람이에요. 우리나라의 장동희 배우, 액션영화 500편을 하신 분인데요, 그분처럼 액션 장르를 전문으로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기회가 없다가 드디어 제가 하고 싶은 영화를 할 수 있게 된 제작환경이 겁니다. 액션영화가 많이 제작되는 상황이 되기도 했고 무명이었던 제가 여러분들의 사랑에 힘입어 그런 영화들의 주연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이죠. 얼마 전 영화 '남한산성'과 '공작'을 너무 재미있게 봤는데 좋은 작품들이더라고요. 하지만 그런 것들이 제게 다 들어오지는 않아요(웃음)."

"한 편 한 편 치열하게 마지막 작품이라 생각하고 찍고 있어요. 기획이라는 것은 재료를 가져다주는 사람이고 배우는 재료가 돼서 영화를 만드는 건데, 어떤 점이 잘못돼서 맛이 없는가에 대해 알아가고 있고, 그 앎을 바탕으로 채워서, 발전시켜서 맛있는 음식을 만들려고 하는 겁니다."

 

▲ 배우 마동석의 맨주먹이 돋보이는 영화 '성난 황소'의 포스터 [쇼박스 제공]


벌써 마지막을 생각한다, 도대체 왜?

"SF액션에서 광선 총 쏘고 레이저 쏘면 좀 다를지 모르겠는데요. 관객 분들이 제게 원하는 액션 쾌감이 있잖아요, 맨주먹으로 때려잡는 액션이요. (그런) 액션을 오래 할 수 없을 것 같아요, (사뭇 진지하게) 제가 몸도 다친 데가 많고. 얼마정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는데, 오래 하고 싶지만 한계점이 올 것이고, 그 전에 많이 하고 싶은데 그러자면 많이 발전시켜야겠죠."

자못 숙연해졌다. 액션배우의 사명감이 느껴졌다 할까. 그런 사명감이 묻어난 영화 '성난 황소', 그 주인공 강동철. 배우 마동석은 관객들에게 어떤 인물로 비추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연기했을까.

"국제호텔 린치사건의 주역이지만 전직 조폭의 느낌은 아닌, 그저 주먹왕 느낌을 살리고 싶었어요. 강동철에게는 감정의 3단계가 있어요. 직업 자체가 평범한, 일반 직업을 가진 소시민으로 나오잖아요. 인상이 진하고 이미지가 세서 자꾸 세게 보이는 것도 있지만요. 소시민 때가 1단계고요. 아내(송지효 분)를 잃고 난 후 분노를 터뜨리고 사람 찾겠다고 난리치는 게 아니라 단지 말이 없어지고 표정이 굳어져요. 끓는 감정은 다 주먹으로만 표현했으면 좋겠다는 김민호 감독의 주문이 있었고 저 역시 기획 단계(마동석을 주축으로 한 '팀고릴라'는 영화의 소재를 개발하는 업체로 '성난 황소' 기획에 참여했다) 때부터 그리 생각했고요. 이게 3단계예요. 그 사이 2단계는 경찰에 신고하는 때 정도인데, 애매한 감정 부분의 표현이 어려웠어요. 그저 소시민도 아니고 아직은 아내를 잃은 후의 돌처럼 굳어진 단계도 아니고요. 분노는 차오르지만 소시민 때의 행동양식이 남아 있다 할까요, 직접 찾아나서는 게 아니라 경찰에게 신고하고 잘 협조하죠. 관객분들 보시기에 걸리적거리지 않고 흘러갔다면 제 의도대로 잘된 것이라 생각합니다. 제가 뭐 연기 대단히 하는 사람도 아니고 연기를 펼친다고 생각하기보다는 영화에서 필요로 하는 것을 잘 녹이는 게 중요한 거죠."

 

▲ 배우 경력 관리 못잖게 어려운 시절의 약속도 중요하다는 마동석 [쇼박스 제공] 


어쩜 이렇게 많은 생각들을 하며 연기할까. 액션을 몸으로 하는 것으로 알았던 게 되레 바보스러운 생각이었다. 얘기의 결말도 액션영화에 대한 남다른 사명감, 또 어려운 시절을 함께 겪은 사람들과의 약속에 대한 얘기로 마무리됐다.

"연기 생활이 마라톤인데 한 구간 뛰는 부분을 분석하고 대응해 나가는 것도 좋은데 저는 전체를 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 전체 그림에서는 제가 액션을 하는 게 필요하다고 봐서 밀어붙이는 것도 있어요. 사실 제가 주연한 지가 얼마 안 돼요. '살인자' 등은 1억원 미만 독립영화였고, 지금 저한테 들어오는 건 마동석을 사용하는 영화들이에요. 타율은 원래 제가 좋지 않아요, 반 정도는 흥행한 것 같고 반 정도는 안 된 것 같고. 그 안 된 부분을 관객 분들께 채워드리기 위해 저부터 채워야겠죠. 또 제 캐릭을 사용하시는 쪽에서도 좀 더 다른 디자인을 고안하시면 좋겠고요."

"영화를 흥행으로만 볼 수 없는 지점들이 있어서 약속 지킨 영화들을 보면 저도 참 좋아요. 다음에는 꼭 같이 좋은 영화 하자! 오랫동안 꿈꿔 왔던 거니까요. 제가 또 뭐 다 도와줬다기보다는 옆에서 살짝 받쳐주긴 한 것 같아요. 어떤 일을 하려고 하는데 3, 4년 안 되면 버틸 수 있는데 10년 동안 안 되면 진짜 힘들고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있어요, 겪어본 분들 아실 거예요. 그걸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힘이 되고 싶어요. 제게 좀 손해가 되더라도요."

 

▲ "마동석은 열려 있다." 입을 모아 선배 마동석을 칭찬한 후배 배우 김민재(왼쪽)과 박지환 [쇼박스 제공]


이 기사의 끝은 '성난 황소'를 함께한 배우 김민재(곰 사장 역), 박지환(춘식 역)이 전한 얘기로 맺고 싶다. 두 사람은 입을 모아, 마치 사전에 짜기라도 한 것처럼 "동석이 형은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 주는 사람이에요. 활짝 열려 있어서 마음 놓고 재미있게 연기할 수 있죠", "변해요? 동석이 형이요? 처음 봤을 때나 지금이나 한결같이 동생들 생각하는 형이에요"라고 말했다. 각자 따로 물었는데 말이다. 도대체 어떤 선배이기에 이런 얘기가 나올까.

"민재랑 지환이가 그래요? 아유, 왜 그런데. 좋아하는 배우들이고 동생들이에요. 저도 행인7부터 영화 했어요. 도대체 무슨 영화가 있는지 어떻게 오디션을 봐야 하는지도 모르는 때였죠. 어떤 영화가 있는지만 알려주면 좋겠다 하는 때였고요. 연기도 잘하고 좋은 친구들이라 어떤 영화가 있다고 알려주는 것뿐이에요. 별거 없습니다."

 

▲ "무슨 영화 있는지만 알려줬어요." 나보다 우리, 협업의 현장 영화에서 빛나는 배우 마동석 [쇼박스 제공]

묻지 않은 후배들 소개에 연기 칭찬도 보탠다.

"민재랑 지환이가 맡은 역할은, 우리 영화가 심각한 이야기를 다루지만 액션 오락영화다 보니 분위기 환기시켜 줄 배역이 필요했어요. 그래서 추천했고 감독님이 결정하신 거죠. 저와 미리 얘기해서 대사 같은 거 준비한 것도 있지만 워낙 좋은 배우들이라 제 역할을 잘해줘서 '성난 황소'가 빛났습니다."

"(거구 역의) 박광재는 영화 '챔피언' 때 만났어요, 액션영화가 너무 하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성난 황소' 배역 중에 거구 역할이 있는데 제가 체격이 있는 편이라 제 곁에서 거구로 보이는 배우 찾기 힘들다는 얘길 들었죠. 마침 광재가 있어서 추천했고 감독님이 좋다고 하셔서 진행됐어요. (광재) 그 친구가 오디션을 잘 봤겠죠."

어려운 시절을 함께한 감독과의 의리를 소중히 하는 배우 마동석이 연기 잘하고, 액션 연기 하고 싶어 하는 후배들과 함께한 영화 '성난 황소'는 오는 22일 개봉한다. 

 

KPI뉴스 / 홍종선 기자 dunastar@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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