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 미국인도 학살…IS마저 이성적으로 보이게 해"
건물 잔해 밑에 수백명, 희생자 늘 듯...팔 "끔찍한 학살"
이스라엘 "이슬라믹 지하드 소행"...지하드 "날조" 반박
국제사회 일제히 '경악'…바이든 외교 해법 더 복잡해져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 중심의 한 병원에 지난 17일(이하 현지시간) 대규모 폭발이 일어나 수백명이 숨졌다.
하마스의 기습공격으로 시작된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전쟁이 격화하면서 민간인 희생자가 무더기로 속출하는 양상이다. 양측이 폭발 원인을 놓고 '네탓' 공방을 벌이는 가운데 중동국가와 국제사회의 공분은 확산하고 있다. 폭발의 책임 소재에 따라 이·팔 유혈 분쟁 규모와 확전의 향배가 좌우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8일 이스라엘을 찾아 텔아비브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회담을 갖고 "(이스라엘군이 아닌) 다른 쪽 소행으로 보인다"고 말했다고 AP 통신 등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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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이 18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지면서 언론공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AP뉴시스] |
바이든 대통령은 "어제 가자지구의 병원에서 발생한 폭발 사건에 대해 깊은 슬픔과 분노를 느꼈다"며 "내가 본 바로는 그것은 당신이 아닌 다른 쪽이 한 것처럼 보인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해당 사건 폭격 주체를 언급하지 않은 채 “나는 가자지구 알아흘리 병원 폭발과 그것이 초래한 최악의 인명 피해에 분노하고 깊은 슬픔을 느낀다”고 말했는데, 하루 만에 명확히 이스라엘 책임을 부인하고 나선 것이다.
가자지구 병원 폭발 참사가 팔레스타인의 또 다른 무장단체인 이슬라믹 지하드의 소행이라는 이스라엘군의 설명에 대한 지지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하마스가 미국인 31명을 포함한 민간인들을 학살했다"며 "그들은 이슬람국가(IS) 마저 다소 이성적으로 보이게 하는 악행과 만행을 저질렀다"고 성토했다.
이어 "하마스가 모든 팔레스타인인을 대표하지 않으며 고통만 안겨주고 있다"며 "이스라엘의 방어에 필요한 모든 것을 갖출 수 있도록 미국이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이스라엘은 단결해 하마스를 물리칠 것이며 우리의 삶을 위해 이 끔찍한 위협을 제거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용기를 타고 이날 오전 11시쯤 벤구리온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공항에 마중 나온 네타냐후 총리는 바이든 대통령과 포옹을 나눴다. 두 사람은 차를 타고 이동했다.
벤구리온 국제공항엔 저격수를 포함한 군과 경찰 수백 명이 배치되는 등 경호가 극도로 삼엄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당초 가자지구 상황 논의를 위해 요르단·이집트·팔레스타인 지도자들과 4자 정상회담을 할 예정이었으나 가자지구 병원 폭발 사건으로 해당 일정과 요르단 방문을 취소했다.
AP, AFP,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가자지구 보건부는 전날 가자시티의 알아흘리 아랍병원이 공습을 받아 최소 500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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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규모 폭발이 발생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알아흘리 아라비 침례 병원의 복도에서 17일(현지시간) 피해를 당한 팔레스타인들이 오열하거나 괴로워하고 있다. [AP뉴시스] |
보건부는 "수백 명이 다치고 수백 명의 희생자가 아직 건물 잔해 밑에 있다"고 전했다. 사망자가 많이 늘어날 수 있는 상황이다. 나중에 AFP 통신은 사망자 수를 200~300명으로 수정해 보도했다.
하마스와 팔레스타인 당국은 이스라엘 방위군(IDF)이 병원을 공습했다고 주장했다. 이번 폭발이 이스라엘 소행이라면 2008년 이후 IDF 공격으로 가자지구에서 발생한 가장 큰 피해라고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는 전했다.
AP는 병원에서 촬영된 영상을 확인한 결과 불이 건물을 휩싸고 병원 부지가 훼손된 시체로 뒤덮인 모습이었다고 보도했다. 시신 다수는 어린이들이었다.
무함마드 아부 셀미아 병원장은 사상자 약 350명이 가자시티의 알시파 병원으로 급히 이송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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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알아흘리 아라비 침례 병원의 앞마당에 17일(현지시간) 대규모 폭발이 숨진 희생자들의 시신이 놓여 있다. [AP뉴시스] |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끔찍한 전쟁 학살"이라며 사흘간 애도 기간을 선포했다. 하마스도 "끔찍한 학살"이자 "명백한 전쟁 범죄"라고 이스라엘을 맹비난했다.
그러나 이스라엘군은 팔레스타인의 또 다른 무장정파 이슬라믹 지하드의 로켓 오발 때문으로 확인됐다고 반박하며 폭발 책임을 부인했다.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가자지구의 테러리스트들이 로켓을 쐈고 알아흘리 병원 근처를 지나간 것으로 나타났다"며 "우리가 입수한 여러 출처의 정보에 따르면 가자지구 병원을 강타한 로켓 발사 실패에 이슬람 지하드의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이슬람 지하드 측은 즉각 일축했다. 지하드 측은 로이터통신에 "거짓말이자 날조이며 완전히 잘못된 것"이라며 "점령군(이스라엘군)은 민간인을 상대로 저지른 끔찍한 범죄와 학살을 은폐하려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집트, 시리아, 리비아, 이라크, 이란 등 이슬람권 국가들은 일제히 이스라엘군의 “전쟁 범죄”로 규탄했다.
국제사회는 일제히 충격과 경악을 표시했고 유엔은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긴급회의를 18일 소집했다.
책임 공방을 떠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력 충돌을 외교적으로 풀기 위한 해법은 한층 어려워졌다.
유혈 분쟁이 발발한 지난 7일 이후 현재까지 가자 지구 측 사망자가 3300명을 훌쩍 넘어섰다고 로이터 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 보건부는 이날 팔레스타인인 3300명 이상이 숨지고, 1만3000명 넘게 다친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KPI뉴스 / 박지은 기자 pje@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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