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영시간 길면 비싸게, 짧으면 그대로? 영화관람료 '제멋대로' 책정

남경식 / 2018-10-10 19:47:22
상영시간 긴 영화 1만5000원…할인적용도 안 돼
가이드라인 없이 '영화관-배급사' 자율에 맡겨…문체부도 뒷짐

영화 티켓값이 지속적으로 올라 '영화 1편 1만원'이 보편화된 가운데 상영시간이 긴 일부 영화의 관람료가 1만5000원까지 책정되고 있는 반면, 상영시간이 짧은 영화 가격은 그대로라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11일 개봉하는 3시간 26분짜리 영화 '뉴욕 라이브러리에서'의 관람료는 대형 프랜차이즈 영화관인 CGV와 메가박스에서 1만5000원으로 정해졌다. CGV의 경우 이 영화에 한해서 각종 할인쿠폰을 사용할 수도 없다.

그러자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1만5000원에 할인쿠폰도 안 되면 그냥 다른 데서 보고 말지", "비싼 건 그렇다 치고 왜 할인권도 못 쓰게 하는 건데? 흥행에 그렇게 자신 있는 건가?" 등 불평이 이어졌다.
 

▲ 11일 개봉하는 3시간 26분짜리 영화 '뉴욕 라이브러리에서'의 관람료는 대형 프랜차이즈 영화관인 CGV와 메가박스에서 1만5000원으로 정해졌다. [영화사 진진 제공]

이에 대해 CGV 관계자는 "영화 상영시간이 길어짐에 따라 상영회차가 줄어드는 점을 고려한 것"이라며 "배급사의 요청에 의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프레더릭 와이즈먼 감독의 '뉴욕 라이브러리에서'를 배급하는 '영화사 진진'은 "러닝타임이 워낙 길어 편성 제약이 많았지만 소개하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는 영화다"며 "이 감독의 작품을 개봉하는 게 세 번째인데 2009년 개봉한 '라 당스' 때부터 일반 금액보다 조금 인상해 받았다"고 밝혔다.

또한 CGV에서 할인이 안 되는 것에 대해서는 "쿠폰할인폭이 너무 커서 CGV에 따로 요청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배급사가 영화관에 관람료 할인 제한을 요청한 것은 할인에 따른 수익 감소 때문이다.

관객이 영화를 보며 지불한 가격 중 10%는 부가가치세, 3%는 영화발전기금으로 빠지고 나머지를 영화관과 배급사가 보통 5대5의 비율로 나눠 갖는다. 그리고 배급사가 지급받은 금액 안에서 투자사와 제작사가 다시 수익을 분배받게 된다.

그런데 CGV에서 제공하는 쿠폰으로 인해 할인이 발생하더라도 해당 할인금액을 CGV에서 전부 부담하지는 않는다. 1만원짜리 영화에 2000원 할인이 적용됐을 경우 2000원의 금액을 CGV에서 감당하는 것이 아니라, 2000원을 뺀 8000원의 금액을 가지고 영화관과 배급사가 수익을 나눠 갖는다.

수익 배분 구조가 이렇다 보니 영화관람료는 영화관과 배급사의 협의를 통해 결정된다.

문제는 영화관람료 책정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다는 데 있다. 오롯이 영화관과 배급사의 자율적인 협의로 가격이 정해진다.

 

이에 따라 일부 영화 가격만 비싸지다 보니 소비자들은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상영시간이 긴 영화가 비싸다면, 짧은 영화는 저렴한 게 공평하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 올해 개봉한 57분짜리 영화 '오목소녀'는 대부분 상영관에서 정상가와 같은 금액이 책정됐다. [인디스토리 제공]

하지만 올해 개봉한 57분짜리 영화 '오목소녀'는 대부분 상영관에서 정상가와 같은 금액이 책정됐다. 2016년 개봉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언어의 정원' 역시 상영시간이 46분에 불과함에도 영화관람료가 '반값'이 되지는 않았다.

상영시간이 긴 영화라고 해서 꼭 요금을 더 받는 것도 아니다. 2013년 개봉한 '가장 따뜻한 색, 블루'(2시간 59분), 2014년 개봉한 '인터스텔라'(2시간 49분) 등의 영화는 러닝타임이 3시간에 육박함에도 요금이 비싸지 않았다.

영화관 업계 관계자는 "영화 러닝타임에 따른 가격 설정 가이드라인은 없다"며 "매주 7~8편의 영화가 개봉해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가격이 자율적으로 정해져도 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정부 역시 영화 가격에 개입하지 않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영화관람료는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되어있다"며 "정부에서 영화관람료에 대한 기준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KPI뉴스 / 남경식 기자 ngs@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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