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스트의 변신은 무죄…반려동물 굿즈와 예술 접목한 지은오 작가

제이슨 임 아트전문기자 / 2024-05-27 14:41:08
현직 작가, 반려동물 굿즈 시장에 출사표…신선한 화두
구매자 반려동물 모델 삼은 세상 유일한 굿즈 탄생
재능 활용한 작가, 작품 보는 고객 모두 '소확행'

천만 반려인 시대다. 관련 업체가 우후죽순 늘어났다. 지난해 국내 관련 시장 규모만 약 8조 원에 달했다. 시장의 성장 모멘텀은 확실해 보인다. 반려동물 훈련사가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는 이유다.

이런 반려동물 시장에 현직 아티스트가 다양한 '굿즈(Goods)'를 내놓으며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지은오 작가 얘기다. 작가라는 그럴싸한 명함을 내려놓은 그는 "저는 생활 속의 미술작가"라고 설명한다.
 

▲ 지은오 작가의 커즈굿 X SayArt(세이아트). 지난 17일부터 3일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메가주 일산 2024'에 특별부스를 마련했다. [SayArt(세이아트)]

 

그의 이런 신선한 도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지난 2월 서울 강남 코엑스에서 열린 국내 최대 규모 임신·출산·육아 종합 박람회인 '베페 베이비페어' 특별부스에 '내 안의 우주' 시리즈를 선보이며 화제가 됐다. 해당 시리즈는 출산을 앞둔 산모로부터 얻은 초음파 이미지를 작품으로 승화했다. 미래 태어날 생명을 모델로 삼았다는 독특한 아이디어와 세상 유일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당시 반향은 어쩌면 당연했다. 당시 작업에 대해 그는 "앞으로 세상에 나올 아이와 일종의 협업을 한 것 같아요. 아이의 심장박동 소리가 들려오는 듯했어요. 작품이 아니라 하나의 생명이라 생각하니 심장이 벅차올랐어요"라고 회상했다.

지 작가는 애초 동양화와 서양화를 전공한 재원이다. 한동안 패션디자이너로도 활동했지만. 역시 그의 주업은 화가다. 실을 재료로 캔버스 위에 펼친 '경계' 시리즈는 여러 컬렉터와 갤러리들의 환심을 사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작가라고 해서 주어진 방식이나 전통적인 역할에만 안주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생활 속의 미술'이야말로 살아 숨 쉬는 예술이라는 지론이다.

 

"더러 돈벌이 아니냐고 말하지만 모든 예술은 경제적 뒷받침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것은 무시할 수 없는 현실이죠. 하지만 제가 이 길을 선택한 건 제 작품들이 현실 생활 속에서 살아 움직일 수 있다는 데 있어요. 모든 미술품이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갇혀 있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 지은오 작가와 가족들 [작가 제공]

 

여러모로 쉽지 않은 시작이었다고 했다. 하지만 그에겐 든든한 뒷배가 둘 있다. 남편과 자식 같은 강아지 '보리'다. 바쁜 전시 일정이면 휴가까지 내며 현장에 달려와 '잡부'를 자처하는 남편과 언제나 작품 속 '모델'로 등장하는 보리다. 특히 작품에 등장하는 보리의 다양한 표정이나 몸짓은 프로모델이라 해도 부족함이 없다.

지 작가가 최근 내놓고 있는 관련 굿즈는 생각 외로 소비자의 관심이 높다. 현직 작가가 만들어 상품보다는 작품에 가깝고 상품 자체가 구매자의 반려견을 모델로 삼아 만드는 유일한 상품이기 때문이다. "공장처럼 상품을 찍기보다는 예약을 통해 구매자의 반려견이나 반려묘의 이미지를 사용해 상품들을 만들고 있어요. 하나하나가 유일한 상품이죠. 매번 작품을 한다는 생각으로 작업해요. 제가 보리에게 느끼는 감정이나 구매자들이 자신의 반려동물에게 느끼는 감정 모두 같을 테니까요."

지은오 작가처럼 아티스트가 '굿즈' 만든 사례가 처음은 아니다. 하지만 대다수 한정된 주제나 고가 정책으로 몇몇 유명 작가를 제외하면 그럴듯한 성과가 이어지는 경우는 드문게 현실이다.

▲ 모델 '보리'가 등장한 지은오 작가 작품 [작가 제공]

 

"작가라는 타이들을 내려놓고 실생활에 필요한 온전한 생활 속의 미술로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사실 과거 역사 속 수많은 유명 작가의 작품들도 여러 면에서 생활과 밀접한 경우가 많았죠. 미술품이나 관련 상품이 누군가만의 리그로 흐르는 건 맞지 않죠. 그런 점에서 작가의 반려동물 굿즈는 여러 면에서 효용이 높다고 생각해요. 그래야만 지속적인 소비도 이뤄져 하나의 분야로 자리 잡을 수 있죠."

그가 반려동물 관련 굿즈를 선택한 건 지독한 동물 사랑 때문이다. 물론 그 중심엔 '보리'가 있다. 주변인들은 '보리'가 아니더라도 그의 동물 사랑을 두고 '범우주적'이라고 했다. 길에서 만나는 고양이나 버려진 강아지를 두고 지나치는 법이 없다. 사나운 개도 그를 만나면 넙죽 배를 내보이거나 길냥이조차 곁을 내준다는 것이다.

▲ 반려동물을 주제로 한 관련 굿즈 [작가제공]

 

"반려동물 굿즈를 만들면 하루가 즐거워요. 큰 수익은 아니지만 제가 가진 미술 재능을 활용하니 더욱 좋죠. 예술이 뭐 특별할 게 있나요. 모자란 재능이라도 몰두하고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누군가가 그걸 보고 행복해하면 예술이죠."

새겨들으면 그의 주장은 일관된 듯하다. 작가도 다른 세상에 사는 게 아니라는 얘기다. "작가라는 고집이나 타이틀은 세상을 바꾸지 못해요. 저는 누구나 작가이고 누구나 관객이라고 생각해요. 저도 보리를 키우는 상품 소비자죠. 첫 강아지를 떠나보낸 뒤 여러 달 슬픔에 잠겼어요. 보리도 언젠가 떠나겠지만 지금 만든 여러 굿즈와 추억은 그대로 남아 있을 거예요."

그는 이달 중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반려동물 축제 '메가주 일산 2024' 커즈굿(CuzGood) 특별부스에 자신의 이런 '상품'들을 선보였다. "이번 전시에서 작은 희망을 보았어요. 제 생각처럼 반려동물 굿즈와 예술이 접목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죠. 이제 시작이지만 앞으로 더 다양한 작품으로 관객과 만나려 해요."

▲ 지은오 작가의 반려동물 관련 다양한 작품들 [작가 제공]

 

한동안 소확행(小確幸)이란 말이 유행했다. 소소하지만 확실하고 작은 행복을 말한다. 지은오 작가는 현재 '소확행' 중이다. 거창한 작가의 무게를 내려놓고 소소하게 만들어내는 자기 작품으로 행복을 느끼고 있다. 구매자도 '소확행'이다. 거창하고 고가인 미술작품 대신 자기 반려견의 이미지로 만든 소소한 '작품'이 그들에게 작은 행복을 주고 있다.

작가의 '변신은 무죄'다.

 

KPI뉴스 / 제이슨 임 아트전문기자 Jasonyim@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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