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량은 '최고'인데 재활용은 '미흡'…플라스틱의 역습

김이현 / 2019-09-13 14:23:34
폐기물 더미 곳곳에 쌓인 '폐플라스틱'만 100여t…불법 수출 만연
수익성 탓에 해외 폐기물 역수입도↑…"국내 재활용 시스템 개선해야"
▲ 2018년 4월 11일 오후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 분리수거장에 폐 비닐, 플라스틱 등이 수거되지 않고 쌓여 있다. [뉴시스]


'쓰레기 대란'이 벌어질 조짐이다. 1인당 연간 플라스틱 소비량 1위, 포장재 플라스틱 사용량 2위 국가인 '한국' 얘기다. 비닐봉지 사용량은 핀란드의 100배가 넘는다. 경고음은 이미 한차례 울렸다. 지난해 4월 중국이 '재활용 쓰레기 수입 중단'을 선언하자 한국 곳곳은 쓰레기로 몸살을 앓았다. 플라스틱 사용량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정작 처리는 미흡한 실태를 드러낸 셈이다.

그럼에도 '쓰레기'는 늘어나고 있다. 정부는 2030년까지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을 절반으로 줄이는 '재활용 폐기물 관리 종합 대책'을 내놓았지만 효과는 미미하다. 발생되는 폐기물은 갈수록 늘어나는 반면 폐기물 소각장은 부족하고 매립지 수용은 임계점에 도달했다. 편의성을 높여줬던 플라스틱이 도리어 우리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

연간 소비량만큼 쓰레기 더미도 쌓여

플라스틱은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고 있다. 유럽 플라스틱·고무 협회(EUROMAP)에 따르면 2015년 기준 한국의 1인당 연간 플라스틱 소비량은 132.7kg으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손닿는 것마다 비닐 등 플라스틱 포장은 기본이다. 심지어 플라스틱 봉투에 플라스틱 용기를 담는 경우도 적지 않다. '실용성'을 내세운 플라스틱은 만들기도, 쓰기도, 버리기도 편리한 상품으로 자리잡았다.

그만큼 쓰레기 더미도 쌓이고 있다. 환경부가 집계한 국내 미처리 쓰레기(주로 폐플라스틱) 규모는 120만여t이다. 절반(68만2000t)이 경기도에 있고, 경북(28만6000t)·전북(7만8000t)·전남(3만2000t)·인천(2만9000t)·강원(2만8000t)에도 거대한 폐기물 더미가 있다. 폐기물 재활용 업체가 들여온 폐기물이 제때 처리되지 못한 채 방치된 장소만 전국 235곳이다.

중국발 쇼크도 한몫했다. 지난해 4월 중국이 24종의 재활용 쓰레기 수입을 중단하자 지구촌에 비상이 걸렸다. 중국은 전세계 폐플라스틱 수입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 국가이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와 가디언 등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전세계 폐플라스틱 수입량은 약 1303만t인데, 이 가운데 56%인 730만t을 중국이 가져갔다. 폐플라스틱의 대부분을 중국에 수출했던 미국과 일본, 영국 등은 충격에 휩싸였다.


▲ 2018년 12월 6일 한국 업체가 필리핀에 불법 수출한 플라스틱 쓰레기 더미에서 그린피스 관계자가 쓰레기를 조사하고 있다. [그린피스 제공]

중국 수출길 막히자 동남아로 '불법 유턴'

한국도 여파를 피하지 못했다. 중국에 대한 폐플라스틱 수출량이 90% 급감했다. 이에 덩달아 늘어난 것은 불법수출이다. 관세청은 올해 상반기 총 15개 업체가 2만9715t의 폐기물을 불법수출하거나 수출을 시도한 사실을 적발했다. 적발 건수는 15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9건)에 비해 67% 증가했다.

폐기물 종류별로는 폐플라스틱이 12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 중 9건은 동남아시아 등지로 수출을 완료한 상태에서 적발됐다. 올해 2월에는 플라스틱으로 위장해 필리핀으로 불법 수출했던 한국산 쓰레기가 반송되는 일도 벌어졌다. 한국 내 재활용 처리 시스템이 미비한 탓에 당국의 허가나 신고 없이 폐기물을 해외에 수출하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플라스틱 쓰레기 수입해오는 기현상

하지만 폐플라스틱 수입은 늘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로 들어온 폐플라스틱은 15만1292t으로 수출량(6만7441t)의 2배가 넘었다. 2017년까지 수출이 수입보다 약 3배 수준으로 많았지만, 지난해부터 달라졌다. 이른바 '폐플라스틱 무역수지'는 지난해 4868만2000달러(약 568억3600만 원) 적자로 돌아섰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연구소 소장은 "한국은 하루 평균 4000t의 폐플라스틱을 배출하는 쓰레기 생산 대국이면서 폐플라스틱을 수입한다"고 말했다.

한국이 폐플라스틱을 수입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국내의 플라스틱 제품 대부분은 재활용이 까다로운 혼합 재질로 만들어진다. 재활용이 가능한 상태로 수입되는 외국 제품과 비교하면 수익성이 떨어진다. 따라서 선진국에서 나온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해 재생원료를 만들고, 다시 수출하는 구조다. 그린피스 관계자는 "우리가 소비하는 플라스틱은 재활용이 어려워 처리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질 높은 재활용 원료를 수입하고 있다"면서 "이 상황은 국내 재활용 시스템의 실패를 명백하게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재활용 폐기물 관리 종합대책'을 세우고 쓰레기 처리 개선에 나서고 있다. 2030년까지 '플라스틱 50% 감량, 90% 이상 재활용'을 실행한다는 방침이다. 유색 페트병 생산을 중단하고, 카페 내 일회용컵 사용을 금지하는 것도 대책의 일환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대형마트의 속비닐 사용량을 줄이고, 커피전문점과 패스트푸드점의 일회용품 줄이기 규제에 따라 플라스틱 사용량은 대폭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재활용 분리배출 방식·기술에서 차이

하지만 재활용 시스템의 근본적인 문제부터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다. 2017년 767만5000t의 플라스틱 폐기물 중 약 59%인 452만t만 재활용됐다. 이 중 물질 재활용량은 139만4000t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에너지 회수를 통한 재활용이다. 전문가들이 예상한 폐플라스틱 재활용률은 30% 수준이다. 재활용 처리 기술이 부족해 재활용이 안 되거나, 수익성 탓에 그대로 매립,소각하는 경우도 많다. 재활용 폐기물 선별 과정에서 재활용이 불가능한 비율이 39% 수준이다. 이는 공공선별장의 평균을 낸 수치일 뿐 재활용 분리배출량의 70%를 처리하는 민간 업체의 자료는 제대로 파악조차 못하고 있다.

환경 선진국들은 다르다. 일본용기포장재활용협회에 따르면 일본에서 페트병을 포함한 플라스틱 폐기물의 자국 내 처리 비율은 88%에 달한다. 일본의 '용기포장 리사이클법'은 병, 캔, 페트병, 종이, 플라스틱 용기 등에 대한 구체적인 처리 방식과 지자체 역할을 규정하고 있다. 소비자는 물로 세척해서 깨끗하게 포장재 폐기물을 분리 배출해야 하고, 지자체가 분별해 수집하는 책임을 진다. 독일은 열분해 공정을 통해 폐플라스틱에서 원료를 추출하고 제품 생산 공정에 필요한 원료 일부를 해당 재활용원료로 대체하는 프로젝트를 현실화하고 있다.


▲ 서울 종로구 인근 버스정류장에 재활용 커피용기가 버려져 있는 모습. [정병혁 기자]


"대체제 개발 및 감축 로드맵 만들어야"

한 자원재생업체 관계자는 "페트만 놓고 보더라도 수거 시스템이 잘 안 돼 있고, 분류 기준이 모호하다"고 말했다. 이어 "재생법을 통해 용기를 만들려고 하더라도 아직까지 국내 기술이 부족하고, 재생 용기에 대한 인증 기준도 없다"고 말했다. 그린피스 관계자는 "우리나라에서 플라스틱 쓰레기가 어느 정도 나오고 처리되는지 환경부조차도 추정치로 말하고 있다"면서 "플라스틱 및 폐기물 데이터를 구축하고 어떤식의 로드맵으로 줄여나갈지 명확한 감축 로드맵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강신호 대안에너지기술연구소장은 '플라스틱 소각' 주제로 한 시민정책포럼에서 "대체제를 개발하는 등의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는 제도적 접근 외에 순환을 염두에 둔 생산과 소비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소장은 "제품 생산 시 재활용을 우선시하는 디자인을 강구하고 생산자재활용책임제도·재활용기금·환경부담금 등을 통해 세분화된 분리배출과 수거 거점, 재활용 주체를 양산함으로써 적극적인 재활용을 추진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KPI뉴스 / 김이현 기자 kyh@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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