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타협기구서 플랫폼과 택시업계 상생 모색한다지만…
"나이 먹고, 취직도 안 되고, 노가다 뛰자니 힘이 달려서 못하고, 배우지 못했으니 맨 마지막에 가는 데가 택시예요."
20년간 개인택시를 몰았다는 택시기사 이상국(60)씨의 말이다. 이씨는 하루에 12시간 운전해서 평균 10여만원 번다고 했다. 한 달 수입으로 따지면 200만원 꼴이다. 여기서 카풀이 시행되면 이마저도 보장이 안 돼 생활이 어려워질 거라고 그는 말했다. 이씨는 "사회적 약자인 택시 기사를 죽이는 카풀을 허가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두 달 새 카풀에 반대하며 택시 기사 2명이 분신했다. 지난해 12월10일 국회 앞에서 최우기씨가, 이달 9일에는 광화문에서 임정남씨가 분신한 뒤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택시업계 "택시 시장 59% 잠식해 생존권 위협"
택시업계는 강경하다. 안 그래도 열악한 처우인데, 카풀까지 도입되면 택시 기사들의 생존권에 위협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택시업계는 카풀이 제한적으로 시행될 경우에도 택시 시장이 60% 가까이 잠식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용복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팀장은 "국토교통부가 자가용 카풀 영업을 하루 2회로 제한하고, 카풀업계가 운전자를 200만명 모집한다는 가정 아래 가동률 80%를 적용하면 카풀의 1일 최대 운행 실적이 약 320만건으로, 택시 운행 횟수의 59%를 차지한다"며 "이에 따라 택시업계는 하루에 약 178억원 규모의 영업 손실이 발생하게 된다"고 말했다. "카풀업계가 초창기에 카풀이 택시시장을 잠식하지 않고 새로운 시장을 창출한다고 말했는데, 이는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문가도 택시업계의 피해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강상욱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시장이 얼마나 잠식될지는 카풀 허용 범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그 규모를 아직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다"며 "뉴욕도 시장 잠식 때문에 공유서비스를 제한했다. 우리나라는 택시 수가 해 외에 비해 많은 상황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타격이 더 클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서울은 택시 수가 1000 명당 7대에 달하지만 파리는 1000명당 2~3대에 불과하다.
"카풀은 불법"…법적 문제도 제기
택시업계는 카풀 운행 자체가 불법이라고 지적한다. 우리나라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제81조는 사업용 자동차가 아닌 자동차가 유상으로 운송을 제공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다만 출퇴근 시에만 예외적으로 허용된다.

택시업계는 사문화된 예외조항을 근거로 카풀 업체들이 영업을 한다고 말한다. 이용복 팀장은 "입법된 1994년 당시 자가용 함께 타기 운동 등을 통해 유류 절약과 교통량 감소를 정책적으로 시행했다. 출퇴근 때 동네 주민이나 직 장 동료끼리 자가용을 함께 타면서 감사의 표시로 식사를 대접하는 등의 대가가 처벌받을 여지가 있어서 예외조항을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 카풀 서비스 이용 대금은 운임의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에 예외조항을 내세워서 영업하는 것은 편법이라는 게 택시업계의 입장이다.
아울러 해당 법을 근거로 카풀이 허용된다고 해도 '출퇴근' 범위가 애매해 여전히 위법의 여지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 팀장은 "카풀은 드라이버에 대해서는 재직증명서를 받는 등 직장인이 부업의 형식으로 하는 것이라고 하는데 승객은 직장인이 아닌 경우도 많고 출퇴근이 아닌 목적으로 이용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엄격한 의미로 봤을 땐 불법"이라고 했다.
택시업계는 기존의 택시 정책과 카풀 시행이 정책적으로 엇박자를 낸다는 점도 문제로 꼽는다. 택시는 공급 과잉이라며 감차해 놓고 비슷한 기능을 하는 카풀은 도입하려고 하는 게 모순이라는 얘기다.
이용복 팀장은 "정부는 전국 택시 25만대 중 5만대가 초과공급이라고 해서 벌써 수년째 감차 사업을 해오고 있다"면서 "2014년부터 택시발전법에 의해 감차 사업을 한다는 규정이 생겼는데, 택시 영업과 동일한 성격의 카풀을 허용한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울러 택시 수가 해외에 비해 많은 우리나라 시장의 특성에 맞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 팀장은 "일본 도쿄만 보더라도 서울과 비교해서 택시 대당 인구수가 2배가량 적은데 우리나라에서 승차 공유제는 교통 현실과 동떨어진 것"이라며 "외국이 한다고 쫓아갈 것이 아니라 현실에 맞는 정책을 펴야 한다"고 말했다.
카풀업계 "택시 수급 불균형 해결해 이동 선택권 보장"
카풀업계는 카풀이 택시 승차난을 해결해 국민 편익을 증진한다고 말한다. 카풀업계의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택시·버스·지하철과 자가용 외에는 추가적인 이동 선택권이 없다"면서 "대중교통이 다 커버할 수 없는 부분들을 보완하겠다는 취지의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택시는 공급량이 정해져 있어 특정 시간대에 수요와 공급이 불균형을 이룬다"면서 "출근·퇴근·심야시간에는 몰리는 반면 낮에는 손님이 없다. 수요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시간에 택시가 들어오는 콜을 다 수용 못한다"고 했다. 이에 따라 택시를 잡지 못해 이동에 불편을 겪는 사람들에게 선택권이 주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소비자들도 카풀 서비스 도입 취지에 공감하고 있다고 업계 관계자는 말했다. 그는 "카카오 오픈채팅에 카풀 두 글자만 검색해도 자발적으로 생겨난 채팅방이 많다"고 했다. 또 "다른 나라에서는 나르는 택시를 만들겠다고 하는 상황"이라며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공유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생기는 건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리얼미터가 지난 1월23일 tbs 의뢰로 전국 성인 502명을 대상으로 조사(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 4.4%포인트)한 결과, 카풀 도입에 대해 '시민 편익 증진에 도움이 되므로 찬성한다'는 응답이 57.9%, '택시기사의 생존권 보호를 위해 반대한다'는 응답이 27.6%로 각각 집계됐다.

대학생 김모(25)씨는 "차가 끊겼을 때는 택시 외에는 대안이 없다"면서 "목적지를 말하면 택시를 안 태워 주는 등 불친절한 서비스도 불만"이라면서 카풀 도입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출퇴근 시간 다양해져 불법 운행 아냐…관리는 정부 몫
카풀 업계는 카풀 운행이 불법이 아니라고 반박한다. 업계 관계자는 "현행법상 우버와 같이 전업화해서 자가용이 택시처럼 영업하는 것은 불법이지만 출퇴근 목적으로는 유상운송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요새는 직업이 다양해짐에 따라 출퇴근 시간도 다양해졌다"면서 "3교대 공장 근로자, 간호사 등의 직업은 출퇴근 시간이 제각각이고 자율근무제 도입으로 출퇴근 시간을 정확하게 명시하기 어려운 직종이 많다"고 설명했다.
출퇴근 용도로 이용하는지 확인이 어렵다는 지적에는 "출퇴근 여부를 파악하려면 매일매일 모든 사람의 출퇴근 시간, 경로, 위치뿐 아니라 회사 업무에 대한 일정들을 취합해야 한다"면서 "기업에서 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뿐더러 과도한 개인정보의 수집"이라고 말했다.
정부, 사회적 대타협기구 통해 상생 방안 모색
정부는 택시업계와 카풀 업계의 갈등을 풀기 위해 '택시산업 발전과 플랫폼 업계와의 상생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사회적 대타협기구'에서 상생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입장이다. 사회적 대타협기구는 참여를 거부해오던 택시 업계가 지난 1월18일 동참 의사를 밝히면서 같은달 22일 출범했다.
카카오 모빌리티의 카풀 시범 서비스 중단 발표에 따른 결과다. 카카오 모빌리티 측은 "대타협 기구에서 대화 기회를 마련해 나가기 위해 사업적으로 어려운 결정이었지만 베타 서비스 중단이라는 결단을 내렸다"며 대화를 위해 모든 것을 내려놨다고 했고, 택시업계가 "더는 사회적 갈등을 방치할 수 없다"며 이에 화답했다.
택시 4단체 대표들과 카카오 모빌리티 대표, 정부·여당은 지난 1월23일과 25일 두 차례의 회의 끝에 우선 택시와 플랫폼 기술을 결합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택시·카풀 태스크포스(TF) 위원장은 25일 "택시와 플랫폼 결합 모델은 물론 택시업계 발전방안, 정부 측의 지원방안 등도 중점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토부 택시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대타협 기구에 참여하는 주체로서 택시업계랑 플랫폼 업계가 상생하는 방향을 만들고자 한다"면서 "기존 교통수단과 새로운 서비스 간의 갈등이 생기는 상황에서 갈등을 해소하고 택시와 플랫폼 서로 간의 결합을 통해서 수익을 창출하고 상생하는 방안을 찾아보겠다는 게 대타협기구의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택시업계는 카풀 도입으로 경쟁력이나 수익성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 문제의식을 느끼고 플랫폼을 통한 새로운 택시 서비스를 통해 상생할 수 있는 길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가 말하는 해법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카풀 문제에 대한 해법은 엇갈린다. 일각에서는 기존 산업의 경쟁력을 갖추는 방향으로 카풀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말한다. 강상욱 선임연구위원은 "공유경제가 유휴시설을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사회 전체적인 효율이나 비용면에서 기존 산업이 새로운 산업과 합쳐서 서비스가 개선돼야 한다"고 했다.
택시업계가 아이티 기업과 협력을 통해 서비스의 질을 향상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강 선임연구위원은 "그간 한국의 택시는 서비스 측면에서 승차 거부와 불친절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돼왔다"면서 "한국적인 특수적인 상황에 맞춰 아이티 기업의 새로운 기술을 합작해 택시 서비스를 보완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부연했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게 카풀을 넘어 우버와 같은 승차 공유 서비스 도입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이경전 경희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우버가 도입되지 않은 몇 안 되는 나라"라면서 "모바일의 발전으로 놀고 있는 재산이 파악되면서 공유 서비스나 O2O 서비스가 각 분야에서 시행 중인데 운송 분야에도 결국엔 택시를 줄이고 차량 공유 서비스가 도입돼 사회적 효용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차량 공유서비스가 도입될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마련하는 동시에 구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정부가 택시 기사 면허를 반납하면 보상해주는 제도 등을 점진적으로 시행하거나 택시 기사들이 우버 기사로 전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식 등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KPI뉴스 / 강혜영 기자 khy@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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