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본사 기술요원 부재…작은 사고도 협력업체가 해결
지난 24일 발생한 KT 아현지사 화재의 원인이 여전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KT가 민영화 이후 사업 효율성만을 앞세우고 통신망 안전 관리를 소홀히 해, 사실상 '인재(人災)'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KT 새노조는 25일 성명서를 내고 "통신 민영화 이후 KT는 수익 극대화를 추구하며 통신 공공성을 구시대의 유물로 간주했다"며 "이석채, 황창규 등 통신 문외한인 KT의 낙하산 경영진들이 통신공공성을 불필요한 비용요소로 취급했고, 이번 통신대란은 그러한 인식의 필연적인 귀결이다"고 비판했다.
지난 주말 KT 아현지사 화재 이후 서울 서대문구, 마포구, 용산구, 중구 일대는 물론 은평구, 경기도 고양시 일부 지역까지 통신 장애가 장시간 이어지면서, 아현지사에 이중망이 구성되어 있지 않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KT 네트워크부문 오성목 사장은 25일 화재현장에서 "중요한 통신국사들은 백업이 되어있지만, 아현지사는 D등급이라 백업체제를 만들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KT의 통신국사 56곳은 그 규모에 따라 A~D등급으로 나뉜다. 이중 A~C등급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점검을 받으며, 백업 시스템도 갖추고 있다. 단, D등급은 KT가 자체적으로 관리하며 백업 시스템 구축도 의무가 아니다.
하지만 서울의 1/4에 이르는 지역이 'D등급'이라는 아현지사의 화재로 통신 대란을 겪은 터라, 오성목 사장의 해명은 논란을 더 키웠다.
26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과기정통부 유영민 장관은 "군 등 규모가 크지 않은 지역을 담당하는 국사들이 D등급으로 분류된다"며 "KT가 최근 국사 효율화를 위해 인근시설을 아현지사로 집중시켰다"고 지적했다.
KT 상용직노동조합 관계자도 "아현지사 주위에 있던 5개 전화국 장비가 최근 몇년간 아현으로 모였다"고 설명했다.
KT의 부동산 자회사 KT에스테이트는 신사, 송파, 명동 등 전화국 지사를 허물고 그 자리에 호텔을 짓는 사업을 이어온 바 있다.
KT 관계자는 "전화국 교환기의 사용도가 줄어들면서 전화국을 폐쇄하고 장비들을 적절한 장소로 재배치를 한 것이지, 일부러 아현지사로 집중시킨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KT 새노조 오주헌 위원장은 "통신장비가 고도화되며 공간을 적게 차지하게 됨에 따라 소수 통신국에 장비를 집중한 것 자체는 이해할 수 있다"면서도 "집중을 시켰으면 그만큼 더 중요하게 관리를 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이어 "부동산 사업으로 발생한 수익으로 설비 투자를 하지도 않았다"고 덧붙였다.
KT의 통신망 설비투자금액은 2012년 3조7000억원에서 지난해 2조2500억원으로 매년 꾸준히 줄어들었다.
KT는 설비투자에 소극적이었을 뿐만 아니라 기존에 갖고 있던 통신케이블도 줄여온 것으로 확인됐다. 2013년 국정감사에서 미래창조과학부가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KT는 2009~2013년 동케이블 7만1488톤을 매각했다.
이에 대해 KT 상용직노동조합 관계자는 "구리 가격이 비쌀 때 동케이블을 팔아서 수익을 챙긴 것이다"면서 "유휴 케이블이기는 했지만, 이번 사고에서처럼 다른 케이블에서 장애가 났을 때는 요긴하게 활용됐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전화국과 케이블 숫자가 줄어들면서 통신장비가 집중된 아현지사는 그 중요도가 커졌음에도, KT와 과기정통부는 아현지사의 등급을 상향 조정하지 않았다.
KT가 통신국 관리를 강화하기는커녕 소홀히 한 정황도 드러났다. 24일 화재 발생 당시 아현지사 근무인원이 단 2명에 불과했다. 이와 같이 적은 근무인력은 2003년 5497명, 2009년 5992명, 2014년 8304명 등 대규모 구조조정이 반복된 결과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KT 노동인권센터 조태욱 집행위원장은 "KT가 민영화 이후 인력이 1/3으로 축소됐다"면서 "예전에는 지사마다 배치됐던 전담 직원들이 다 퇴출되고, 통신망 관리가 원격으로만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KT 통신망 유지·보수를 담당하는 협력업체 관계자도 "KT 본사에 기술요원이 없어서 전화국에서 작은 사고가 발생해도 협력업체가 출동해야 한다"며 "현재 화재현장에서 밤낮없이 케이블 복구 작업을 하는 인원들도 비상소집된 협력업체 직원이다"고 밝혔다.
KT의 통신망 관리 인력 축소와 더불어 통신망의 신규 개통 공사 및 유지, 보수를 담당하는 협력업체 직원들의 처우가 열악한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올해 7~8월 KT와 계약을 맺어 통신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전국의 53개 하청업체의 현장노동자 21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들의 평균임금은 월 155.52만원으로 비정규직 평균 임금 156만원보다도 다소 낮은 수준이었다.
65.7%는 일용직 노동자였고, 92.8%는 초과근무에 대한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일일작업시간 평균 11.37시간에 달했다.
KT 노동인권센터 조태욱 집행위원장은 "가장 중요한 통신시설을 관리하는 노동자들의 실태가 열악한 것"이라며 "KT가 표준단가로 임금을 지급해도 중간업체에서 일부 금액을 가져가는 등 갑질이 횡행해 제대로 수당을 못 받고 있다"고 비판했다.
KT 민주동지회도 25일 성명서를 통해 "KT자회사와 하청업체에 간접고용된 통신노동자들은 제대로 된 안전대책도 없이 위험한 업무에 내몰리고 있다"며 "비용절감과 수익극대화에 대한 집착이 대형 통신사고를 낳고 키운 셈"이라고 지적했다.
KPI뉴스 / 남경식 기자 ngs@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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