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개정 2년9개월만에 전단살포 금지 조항 효력 상실
접경지역에서의 대북전단 살포를 규제하는 '대북전단 금지법'이 26일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결정을 받았다. 사건 접수 약 2년9개월 만이다.
헌재는 이날 서울 종로구 헌재 대심판정에서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으로 불리는 남북관계발전법 24조 1항 3호 등에 대한 선고 기일을 열고 재판관 7(위헌) 대 2(합헌) 의견으로 위헌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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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왼쪽 여섯번째)이 지난 1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북한 주민의 알 권리 보장을 위한 대북전단금지법 개정 세미나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
헌재는 재판관 다수 의견으로 "제한되는 표현의 내용이 매우 광범위하고 최후의 수단이 되어야 할 국가형벌권까지 동원한 것이어서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심판 대상 조항으로 달성하고자 하는 국민의 생명·신체의 안전 보장은 중대한 공익에 해당하고 국가는 남북 간 평화통일을 지향할 책무가 있으나 표현 행위자가 받게 되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약은 그 표현의 의미와 역할의 중요성에 비해 매우 크다"고 밝혔다.
문제가 되는 남북관계발전법 24조 1항은 북한을 향해 특정한 행위를 함으로써 국민의 생명·신체에 위해를 끼치거나 심각한 위험을 발생시키는 행위를 금지한다. 이를 어기면 최대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이중 헌재 심판대에 오른 것은 3호가 정한 '전단 등 살포' 행위를 금지한 부분이다.
남북관계발전법에 '대북전단 살포'를 처벌하는 조항이 신설된 것은 문재인 정부 때인 2020년 12월이다. 대북전단 살포에 대한 북한 불만이 고조되자 남북관계를 중시하던 당시 여당인 민주당은 처벌 조항을 신설한 이 법을 국회에서 야당의 거센 반발에도 강행 처리했다. 이 법은 '북한 김여정 하명법'으로도 불렸다.
탈북민 단체 '자유북한운동연합'이 문정부 시절인 2020년 4~6월 북한 체제를 비판하는 내용의 대북 전단 50만 장을 북한 상공으로 살포한 것이 발단이었다. 북한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은 "쓰레기들의 광대놀음(대북 전단 살포)을 저지시킬 법이라도 만들라"는 담화를 발표했다. 그러자 문재인 정부는 불과 4시간 만에 '대북 전단 금지법'을 추진 중이라고 화답했다.
이어 43일 만에 통일부는 대북 전단 살포가 접경 지역 주민들의 생명·신체에 위험을 초래하고 남북 관계에 긴장 상황을 조성해 공익을 해친다는 이유로 자유북한운동연합의 설립 허가를 취소했다.
이날 재판관들은 '접경지역 주민의 생명·신체의 안전 보장'이라는 입법 목적은 전단 살포를 일률적으로 금지하지 않더라도 경찰관이 경우에 따라 경고·제지하거나 사전 신고 및 금지 통고 제도 등을 통해 보완할 수 있다고 적시했다. 이 같은 대안 수단이 있는데도 표현의 자유를 일괄 금지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취지다.
재판관들은 나아가 "심판 대상 조항은 북한의 도발로 인한 책임을 전단 등 살포 행위자에게 전가하는 것"이라며 "비난 가능성이 없는 자에게 형벌을 가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반대 의견의 두 재판관은 "심판 대상 조항은 표현의 방법만을 제한하고 있다"며 "청구인들의 견해는 전단 살포 외의 다른 방법, 예컨대 기자회견이나 탈북자들과의 만남 등을 통해 충분히 표명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헌재의 위헌 결정에 따라 대북 전단 살포 행위를 처벌하는 조항은 즉시 효력을 잃는다.
북한동포직접돕기운동·큰샘·물망초 등 북한인권단체 27곳과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는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해 위헌이라며 개정안이 공포된 같은해 12월29일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KPI뉴스 / 장한별 기자 star1@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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