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 "'꼰대' 정당이 아니라 '멘토' 정당이 돼야 한다"
"돼지발톱에 매니큐어 칠하기"…핵심은 진정성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취임 100일'을 기점으로 여성‧청년과의 접점을 늘리고 있다. 지난 5일 취임 100일을 기념해 국회 사랑재에서 '황교안X2040 미래찾기' 토크콘서트를 열었고, 9일은 서울 영등포 당사를 '육아카페'로 꾸며 1일 보육교사로 나섰다.
황 대표의 행보는 내년 21대 총선을 앞둔 한국당의 '꼰대' 이미지 탈출 노력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꼰대 이미지를 벗어야 한국당이 취약한 여성‧청년의 표심을 잡아 중도층 외연 확장에 성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한국당은 그동안 지난 시대 향수에 젖어 변화를 거부하고 일방적이고 완고하게 자기주장만 펼치는 정당의 이미지가 강했다.

토크·육아·핑크…여성‧청년 향한 광폭 행보
황 대표는 취임 100일 하루 전인 지난 5일, 국회에 2040 청년들을 초청해 '토크콘서트'를 열었다. 이곳에서 그는 자신의 이름으로 3행시를 지어 인사하고 아내와의 에피소드 등을 전하는 등 평소와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7일에는 여성기업인과 판교 제2테크노밸리의 청년창업가들과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8일에는 영등포 당사에서 '청년정치캠퍼스Q' 개강식에 참석했고, 이어 30대 청년이 당협위원장인 송파병 지역에 찾아가 당원 교육을 했다. 이곳에서 "한국당 청년 지지율이 높지 않다"며 "이들에게 스며들어 국민의 지지를 받는 정당이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출범한 당대표 직속 위원회인 경제대전환위원회에도 여성과 청년을 배정했다.
9일 오후에는 서울 영등포구 당사에서 열린 '육아파티'에 참석해 "일과 가정의 양립이 숙제"라며 청년 부부층을 공략했다. 또 "여성 친화 정당이 돼야 한다"면서 여성의 일·가정 양립을 위한 정책적 지원을 당부했다. 12, 13일 양일에는 '청년 일자리'를 주제로 경기 부천대학교와 대전 유성구 충남대학교 산학협력단을 방문해 청년들과 일자리 문제를 논의했다.
최근 한국당에서 당색인 빨간색 대신 자주 사용되는 '밀레니얼 핑크'도 여성‧청년의 표심을 잡기 위한 전략의 하나다. 밀레니얼 핑크는 연분홍빛 색으로 황 대표가 최근 청년층을 겨냥해 펴낸 에세이집 〈밤이 깊어 먼 길을 나섰습니다〉의 테마 색깔이며 당의 정책연구소인 여의도연구원의 명함색이기도 하다. 황 대표는 육아파티 행사에 밀레니얼 핑크빛 셔츠를 입고 나오기도 했다.

'꼰대' 아닌 '멘토' 정당 될 수 있나
지난 12일 황 대표는 당 사무처 청년 당직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우리는 '꼰대' 정당이 아니라 '멘토' 정당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정의에 따르면 '꼰대'는 자기 말만 하고 듣진 않지만 '멘토'는 얘기를 듣고 필요한 부분을 말해준다.
하지만 이런 한국당의 전략이 유권자에게 통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지난 17일 발표된 여론조사에 따르면 고령층과 청년층 간 한국당 지지율 격차는 여전히 상당하다.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전국 유권자 2510명을 상대로 실시한 6월 2주차(10~14일) 여론조사 결과(신뢰수준 95% 표본오차 ±2.0%p)에 따르면, 60대 한국당 지지율은 45.4%인 반면, 20대 지지율은 19.4%로 저조한 편이다.
게다가 이날 발표된 조사에 따르면 한국당이 선거 타깃으로 설정한 중도층의 한국당 지지율은 지난주 28.7%에서 오히려 2.3%p나 하락한 26.4%로 집계됐다. 반면 중도층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지난 주 41.0%에서 41.5%로 상승했다. 이로써 한국당과 민주당의 중도층 지지율 격차는 12.3%p에서 15.1%p로 더 벌어졌다.
이와 같은 한국당의 지지율은 황 대표가 여성‧청년 표심잡기 행보에 나서기 전과 별반 차이가 없다. UPI뉴스가 '리서치뷰'에 의뢰해 5월 28~31일 전국 유권자 1000명을 상대로 조사해 지난 5일 발표한 결과(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p)에 따르면, 19/20대와 40대 한국당 지지율은 각각 18%, 23%였던 반면, 60대와 70세 이상 지지율은 42%, 43%였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13일 UPI뉴스에 "지금 한국당은 백약이 무효한 상황"이라며 "돼지에 대한 모욕일 수 있지만, 돼지 발톱에 매니큐어 칠한다고 사슴 되는 것은 아니다"고 쓴소리를 했다. 이어 "2040은 현재 인적 쇄신 같은 근본적 변화를 요구하는데 한국당은 여전히 똑같은 그릇에 똑같은 내용물"이라며 "한국당이 해산 선언하고, 국정농단의 책임 있는 정치인들이 물러난 뒤 제3지대에서 재창당해야 내년 총선에서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변인 역시 지난 6일 논평에서 한국당을 향해 "겉보기에만 부드러운 색깔을 사용한다고 해서 국민이 진정성을 느낄 순 없다"며 "과거의 잘못에 대한 철저한 자기반성과 이에 따른 실천이 뒤따라야 한다"고 쓴소리를 했다.
핵심은 진정성…형식보단 내용이 중요
지난 1월에 입당한 황 대표는 당대표 경선에 뛰어든 후 청년 창업인들을 만나 공감대 형성을 위해 나름 노력해왔다. 지난 3월 나경원 원내대표는 지난 3월 여성의날에 국회의원 지역구 후보 30% 여성공천을 의무화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한국당이 여성·청년에게 손을 내민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하지만 지난해 8월에 출범한 여성청년특위는 그동안 공식 회의를 단 한 차례 열었을 뿐이다. 아직은 진정성 없이 보여주기식에 머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게 하는 대목이다. 여성·청년층의 한국당 지지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이유 중의 하나이다. 게다가 한국당 내부에서 잇따른 막말, 우경화 논란은 한국당의 지지율을 스스로 깎아 먹고 있다. 실제로 세월호·5.18 망언과 '달창'과 같은 막말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한국당 지지율은 요동쳤다.
지난달 7일 한국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장으로 임명된 김세연 의원은 13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특정 지역이나 색에만 갇혀 있으면 안된다'라며 근본적으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면서 "내년 총선을 위한 이미지 탈피, 보여주기 위한 목적의 행사보다는 진정으로 당이 시대의 변화를 따라갈 수 있게 관점을 업데이트하는 과정에 있다"고 강조했다.
과연 한국당이 '꼰대' 정당 이미지를 탈피해 여성·청년층을 공략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KPI뉴스 / 남궁소정 기자 ngsj@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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