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주택 효과…"서울에서 1억이면 내집 마련"
"3기 신도시로 확대하려는데 국토부는 묵묵부답"
"집값 잡겠다더니 집값 띄우는 사람 장관에 앉혀"
"거의 독립운동하는 심정…연임 도전할 생각"
"최근 집값 반등은 착시…공공매입 영향일 뿐"
"집 걱정하지 않는 나라 만들 수 있습니다."
김헌동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사장은 여전했다. 변함없이 확신에 찬 모습이었다. 근거없는 자신감이 아니다. 이미 반값아파트 '백년주택'(토지임대부 분양주택)으로 정책효과를 입증한 터다. 김 사장은 "서울에서도 1억이면 내집 마련이 가능하다. '집값 오른다'는 선동 말고 이런 착한 뉴스 본 적 있느냐"고 했다. 34평 백년주택 분양가가 4억9000만 원인데 여기에 80%는 2%대 저리 대출이 제공된다, 그러니 1억 미만으로 바로 내집을 가질 수 있다는 얘기다. 김 사장은 "그것도 후분양이고, 원가까지 공개한다"고 했다.
그럼에도 김 사장은 절박해보였다. 포부를 다 펼치기엔 뛸 수 있는 '운동장'이 너무 좁은 탓이다. 그 지평을 서울 바깥까지 넓혀보려는데 뜻대로 되지 않는다. 수도권 3기 신도시로 백년주택을 확장하려 해도 중앙정부는 1년이 지나도록 묵묵부답이다. 김 사장은 먼저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화살을 날렸다. "주택업계, 건설업계, 부동산업계 등 업자들 목소리만 듣는다"는 비판이었다.
궁극의 비판 대상은 윤석열 대통령이다. 김 사장은 "'부동산 카르텔 깨부수겠다'더니, '집값 잡는 일 어렵지 않다'더니, 집권 2년 동안 뭘 했나"라고 직격했다. "집값을 잡으려면 집값 잡을 사람을 앉혀야 하는데 집값을 떠받치는 사람을 앉혔다"는 비판이다. 이런 마당에 언론은 연일 집값 상승을 선동하는 듯한 기사들을 쏟아낸다. 아름다운 이상을 좇기엔 너무 비루한 현실인가. 김 사장은 "거의 독립운동하는 심정"이라고 했다.
김 사장은 "그간 네 번에 걸쳐 공급한 백년주택이 1900가구에 불과하다. 이걸 3기 신도시에서 5만 가구 공급하겠다는 건데, 1년째 답이 없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SH공사 백년주택 정책을 전국적으로 확대하기만 해도 서민 주거는 안정될 것"이라는 게 김 사장의 지론이다. 김 사장은 "곧 윤 대통령에게 직접 제안서를 보낼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 사장 임기는 4개월 남짓 남았다. "연임에 도전할 생각"이라고 했다.
집값 흐름에 대해선 여전히 "추세적 상승은 없다"는 쪽이다. 최근 집값 상승에 대해 김 사장은 "착시 현상"이라고 단언했다. 정부가 미분양 아파트나 빌라 등의 공공매입을 크게 늘리면서 통계 왜곡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김 사장은 "무주택자들이 과거처럼 집값이 급등할까봐 불안해 할 필요 없다"고 말했다.
KPI뉴스의 김 사장 인터뷰는 지난 10일 서울시청 인근 스마트워크센터에서 한 시간 남짓 진행됐다. 다음은 김 사장과의 일문일답.
대담 = 류순열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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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헌동 SH공사 사장이 10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스마트워크센터에서 KPI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유충현 기자] |
ㅡ한동안 주춤하던 집값이 다시 꿈틀거리는데.
"거래량 상승은 통계적 착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의 공공매입 급증에 따른 것이다. 무주택자들은 과거처럼 집값이 급등할까봐 불안해 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ㅡ공공부문의 매입 규모가 착시를 일으킬 정도로 큰가.
"작년에 LH가 매입하려고 계획했던 물량이 2만5000호 정도 된다. 이 중에서 실제 사들인 것은 4000호였다. 그런데 올해와 내년에는 한해 3만~4만 호의 미분양 아파트와 빌라를 매입할 예정이다. 한 달에 3000~4000개씩 사들인다는 계산이 나온다. 당장 서울시에서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現 올림픽파크포레온)에서 사들인 것만 해도 1000호가 넘는다. 임대주택으로 공급하기 위한 매입이지만, 어쨌든 이 정도 공공매입 물량은 시장에 큰 영향을 준다."
ㅡ정부가 공공부문의 주택매입 기조를 갑자기 바꾼 것인가.
"국토교통부 장관이 바뀐 뒤로 변했다. 작년에는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내 돈이면 그 가격에 안 산다'며 고가매입을 질책했다. 그래서 매입이 활발하지 않았다. 그런데 올해 박상우 장관이 취임한 뒤로는 정부에서 기존주택 매입을 크게 늘리는 방향으로 틀었다. 그 와중에 23평 빌라를 7억 원에 사는 등 고가매입도 여전하다. 이건 주택시장을 망가뜨리는 것이다."
ㅡ거래량은 그렇다고 쳐도, 매매가격지수가 내리 오름세를 나타내지 않나.
"한국부동산원이 매주 발표하는 주간 매매가격지수는 의미가 없는 통계다. 시민들은 '강남 아파트 가격이 영점 몇 퍼센트(%) 올랐는지 관심 없다. 주간 집값통계는 없애야 한다. 없애기 싫다면 적어도 발표라도 하지 말아야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 '통계조작' 논란이 불거진 것도 바로 이 주간통계다. 정권이 바뀌었지만 부동산원은 달라진 게 없다."
ㅡ무주택 서민에게 '내 집 마련'을 여전히 하늘의 별 따기다. 그런데 정부 당국자들은 별 문제의식을 느끼지 않는 것 같다.
"국토부 장관을 포함해 경제부총리, 대통령실 등 결정권을 갖고 있는 이들이 집값을 떠받치고 싶어한다고 밖에 보이지 않는다. LH 입장에서도 시장 거래가 증가하고 서울 집값이 오르면 3기 신도시 택지를 건설사에 팔거나, 아파트를 분양자들에게 팔기가 유리해진다."
ㅡ도대체 당국자들은 왜 그러는 건가.
"이들은 주택업계, 건설업계, 부동산업계 등 업자들의 목소리만 듣는다. 무주택 서민들의 이야기를 듣지 않는다. 그러니 무주택 서민을 위한 정책을 본 적이 없다. 여기에 언론이 가세한다. 집값이 떨어질 때는 기사가 별로 없다가 조금만 꿈틀거려도 '오른다'는 기사가 쏟아진다. 인천 송도에서 12억 원에 분양한 아파트가 지금 7억 원에 거래되는데, 기사는 거의 없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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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PI뉴스 인터뷰에서 반값아파트 '백년주택'에 대해 설명하는 김헌동 SH공사 사장. "백년주택을 전국으로 확대하면 집 걱정 없는 나라 만들 수 있다"고 김 사장은 말했다. [유충현 기자] |
ㅡ집값을 안정시키고 서민 주거를 안정시킬 수 있는 정책적 해법이 뭔가?
"SH공사는 '반값 아파트' 공급을 비롯해서 분양원가 공개, 후분양제, 직접시공 등 여러 개혁을 실행했다. 이것을 중앙정부 차원에서 전국적으로 실행하면 '집 걱정 없는 나라'를 만들 수 있다. 매달 수도권에 1만 개씩 반값 아파트가 나온다면, 사람들이 조급하지 않을 것이다."
ㅡ반값 아파트를 분양받으려면 초기자금이 얼마나 필요한가.
"SH공사 '반값 아파트' 34평형 분양가가 대략 4억9000만 원이다. 연 1.9%에서 3%대 초반 금리로 80%까지 대출할 수 있다. 초기비용은 1억 원이면 된다. 더 저렴한 아파트를 얼마든 공급할 수 있다. 제가 SH공사에서 지난 3년 가까운 기간에 입증했다. 정부도 그대로 하면 된다."
ㅡ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대통령의 정책 의지 아닌가.
"윤석열 대통령이 정치에 뛰어든 지 열흘 되던 날 만난 일이 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카르텔을 깨 부수겠다', '집값 잡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고 했다. 그런데 집권 후 2년간 어땠나. 대통령이 집값을 잡으려면 '집값 잡을 사람'을 앉혀야 한다. 그런데 박 장관처럼 집값을 떠받칠 사람을 앉혔다. 잡힐 리가 있겠나. '깨 부수겠다'던 부동산 카르텔도 깨 부수지 않고 있다."
ㅡ반값아파트, 분양가상한제, 후분양제, 직접시공 확대 등의 정책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 더 관심을 가질 만한 내용처럼 보이기도 한다.
"주택시장의 불안감이 높아진다는 것은 야당에도 좋은 기회다. 민생문제 대안 제시가 필요한 시기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경기도지사 시절 '기본주택'을 30만 호 짓겠다고 했다. SH공사의 반값아파트와 같은 방식이다. 그때는 당에서 입법을 해 주지 않아 추진을 못했다고 했다. 지금은 180석 거대야당의 대표다. 과거 2009년 주호영, 홍준표 등 당시 한나라당 국회의원 171명이 한 것처럼 아예 당론으로 발의한다면 대통령도 거부권을 쓰지 못할 것이다."
ㅡ올해 12월 3년 임기가 끝나지 않나.
"제가 하고 싶었던 일을 할 수 있도록 오세훈 서울시장이 기회를 줬고, 그것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태클을 걸지 않았다. 덕분에 할 수 있었다. 일단 그것만으로도 만족한다. 임기는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해야 할 일이 남았다고 생각하면 한 번 더 SH공사 사장직에 응모할 생각도 있다. 아니면 밖에 나가서 윤석열 정부의 주택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할 생각이다."
ㅡ발언에 거침이 없다. 정부·여당 관계도 생각하셔야 하지 않나.
"저는 거의 독립운동 하는 심정으로 일했다. 우리나라 주택시장이 안정화되고 서민의 주거가 안정되기를 바랄 뿐이다."
KPI뉴스 / 유충현 기자 babybug@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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