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률 0.7의 의미도 모르는 이들이 국가를 운영하고 있다”
“이준석이 뭘 그렇게 잘못했나. 이준석 덕분에 집권한 건데”
작정한 인터뷰가 아니었다. 책 출간에 쓸 사진이 몇장 필요했을 뿐이다. 카메라 셔터를 누르며 툭툭 던지듯 물었다. 김종인과의 뜻밖의 인터뷰였다.
그는 좌우를 넘나드는 책사로 불린다. 거푸 정권 만들기에 성공했다. 그러나 그에게 남은 건 늘 배신감이었다. 집권하자 권력자는 돌변했다. 그와 그의 정치 철학을 뭉개버렸다. 대통령 박근혜, 윤석열이 그랬고, 문재인의 민주당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는 보수로 분류되지만 특정 이념에 갇히는 걸 거부한다. "실질 정책가는 도그마에 사로잡히면 안된다. 유능한 목수는 연장이 많은 법"이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26일 아침 서울 광화문, 그의 사무실을 찾았을 때 현관은 이미 반쯤 열려 있었다. 현관 벽엔 한자로 ‘대한발전전략연구원’이란 현판이 걸려 있었다. 그의 현 직함이 이곳의 이사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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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인 국가발전전략연구원 이사장이 26일 아침 서울 광화문 사무실 조부 초상 옆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의 조부는 초대 대법원장 가인 김병로다. [류순열 기자] |
ㅡ강서구청장 선거 참패 이후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 기조가 달라질까.
"달라질 거 같지 않은데? 사람이 본질이 달라지나. 지금 내각 가지고서 현재 정책 고수하는 한 희망이 없다."
ㅡ윤 대통령을 도왔잖나. 이럴 줄 몰랐나.
"대선전에 한 10개월 도와줬지. (그땐 어땠나) 그 때는 급할 때니까. 후보 된 뒤로 사람이 완전히 변해버렸는데 뭘.“
ㅡ윤석열 정권은 이념적으로는 뉴라이트, 정치세력으로는 MB(이명박)계가 장악한 형국이다. MB없는 MB정권이라고들 하던데.
"윤 대통령이 정치 경험이 하나도 없잖나. 검사만 하다가 처음 만난 사람들이 그런 사람들이니 그렇게 된 거지. 검찰총장 관두고 석달 동안 준비하면서 맨 그런 사람들만 만난 건데 뭘"
ㅡ내년 총선 어떻게 보시나.
"강서구청장 선거 결과 보면 수도권에서 뻔한 건데 뭐. 상식으로 알 수 있잖나.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리스크) 때문에 저런 상황인데도 이번 선거에서 그런 결과가 나왔다는 건 유권자가 정부를 불신한다는 얘긴데, 그걸 못읽으면서 뭘 어떻게 하겠다는 건가."
ㅡ달라지지 않으면 국민이 더 힘들어지는 거 아닌가.
"출생률 0.7이다. 이 게 뭔 의미인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지금 국가를 운영하고 있다. 한 나라의 성장에 인구가 절대적이다. (고민하지 않겠나) 고민? 고민할 능력 조차 없는 사람들이다."
합계출생률은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출생아 수를 말한다. 0.7이란 남녀 둘이 만나 채 한 명도 낳지 않는다는 말이다.
ㅡ민주당도 문제 아닌가.
"그래도 야당이라는 게 여당 잘못 먹고 사는 거니까. 그건 얘기할 필요도 없어."
ㅡ사면된 전직 대통령들이 대외 활동을 시작했다.
"박근혜, 이명박, 그 사람들이 지금 저렇게 나와서 떠들고 다니는 게 말이 되나."
ㅡ박근혜 대통령은 위원장님이 만드셨잖나.
"내가 먼저 연락한 게 아니다. 자기가 대통령 만들어달라 간곡히 요청한 거지."
ㅡ그래도 대통령 재목이라고 생각하셨으니 도운 거 아닌가.
"부친(박정희)에게서 대권수업도 했을 테고 그때만 해도 네네 하면서 듣기만 하길래 다 알아듣는 줄 알았지. 그렇게 경제민주화로 승리하고는 집권하자마자 경제민주화는 팽개치지 않았나."
ㅡ민주당에도 구원투수로 기여하셨잖나.
"문재인은 말할 것도 없다. 머릿속에 든게 아무 것도 없는 사람이다. 2016년 총선 앞두고 3일 동안 찾아와 새벽 2시까지 당 좀 살려달라고 사정하던 사람이다. 그래서 1당 만들어줬잖나. 이후 고맙다는 전화 한통 없더라."
ㅡ총선 앞두고 구원투수로 또 영입되시는 거 아닌가.
"안한다. 정직하지 않은 사람들 더 이상 상대 안하기로 했다."
ㅡ여권에서 이준석(전 국민의힘 대표)은 너무 핍박받는 거 아닌가.
"이준석이 잘못한 게 뭔가. 이준석 덕분에 집권한 건데"
ㅡ대통령 재목이 고갈되는 느낌이다.
"국가 미래를 생각하는 대통령이 있나. 박정희 이후로는 없다."
ㅡ그런가. DJ(김대중 대통령)는?
"DJ는 경제 양극화 책임이 있다. 외환위기 극복한다면서 쓴 정책의 결과가 양극화다. 양극화가 그때부터 시작된 거다."
ㅡ그럼 YS(김영삼 대통령)는? 금융실명제 전격 실시, 하나회 척결 등 많은 개혁을 하지 않았나.
"외환위기 책임이 있지 않나. (그 게 꼭 YS 책임인가) 김영삼 정부 경제정책의 결과물이다. 왜 책임이 없나."
그는 지난 7년여 더불어민주당, 미래통합당, 국민의힘을 넘나들며 비상대책위원장, 선거대책위원장을 지냈고, 매번 권력 창출에 성공했다.
이날 그의 책상엔 독일어로 쓰인, 꽤 두꺼운 책이 펼쳐져 있었다. "지난 1000년 인류의 발전이, 그 경제적 혜택이 모든 이에게 돌아갔느냐, 일부 계층에게만 독점으로 남았느냐를 고찰한 책"이라고 했다. "원래 영어로 쓰인 책인데 독일에서 번역해 보내줘 보고 있다"고 했다. 김 전 위원장은 독일 유학파다. 믠스터대학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ㅡ글자가 잘 보이나.
"돋보기 쓰면 볼 만하다." 그는 1940년생으로 여든셋이다.
"그만 합시다. 노태우 대통령 추모제 가야 해." 차기 대통령 감을 물으려던 차에 돌발 인터뷰는 중단됐다. 노 전 대통령은 2년전 이날 타계했다. 박정희 대통령 시해일과 같다.
KPI뉴스 / 류순열 기자 ryoosy@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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