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제도 전락 '교육본질 회복' 위해 교육감 나서...세계적 교육인사 부상
유네스코, '2025 Digital Learning Week'서 "세계교육 키 파트너 돼 달라"
사회 좋은변화 이끄는 게 '일' 지론..."정책 성과·도민 평가가 재선 이끄는 것"
"직(職)보다는 일(業)을 더 중요시 합니다"
12일 경기도교육감 집무실에서 KPI기자와 만난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은 자신의 70생애 전체를 이 한마디로 압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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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이 12일 KPI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 제공] |
행정고시 합격 후 기획재정부 관료로 지내다 3선의 국회의원과 권력의 정점인 대통령실 실장, 장관, 대학총장을 거쳐 현 경기도교육감에 이르기까지 모두를 이 한마디에 담았다.
그는 대한민국 최고 권력의 정점에 있던 인사로 교육감 출마에 나선 이유를 묻는 기자에게 "직보다는 일을 더 중요시했다"는 다소 생뚱맞은 말로 답한 뒤 그 말의 의미를 풀어 냈다.
"사회에 좋은 변화를 만드는 게 일이라는 평소 지론에 따라 정치에 입문했지만 정치가 주도하는 변화는 위로부터의 변화, 외적인 변화에 그친다"며 "교육이 근본적으로 사회를 바꾸는 가장 강력한 힘이란 것을 느겼다"고 말했다.
그에게 직은 '안주'의 의미고 '일'은 안주와 대비되는 사회의 좋은 변화를 이끌어내는 활동을 말하는 데, 그 변화는 본질적으로 교육을 통해 가능한 것이어서 교육감에 나섰다는 설명이다. 교육이 그 역할을 할 수 있는 이유로 임 교육감은 "미래 가능성을 확장시키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노조는 교육이 돼 있어 법과 제도를 이용할 줄 알지만 소상공인은 그게 안 돼 법과 제도, 정부정책 활용을 못해 어처구니 없이 망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는 실예를 들며 교육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어 "교육 가운데서도 대학은 전문적인, 좁은 분야에 집중하는 곳이지만 중·고교는 융복합 교육이어서 변화의 토양을 배양할 수 있다"며 중·고교 교육의 중요성을 재차 피력했다.
그런 임 교육감이 당선 후 일관되게 추진해온 정책이 '교육 본질 회복'이다. '교육 본질 회복'은 우리 중·고교 교육의 중심으로 자리잡은 성적 중심의 '입시제도' 병폐를 개선하자는 데서 비롯됐다.
그가 생각하는 '교육의 본질'은 학생들이 기본 인성과 기초 역량을 갖춘 미래인재로 자라는 것인 데, 현실은 학생들이 끝없는 경쟁 속에 내몰리며 삶과 성장이 외면당하고 있어 이를 원래대로 회복시키겠다는 의지다.
이렇게 탄생한 정책 기조가 '자율, 균형, 미래'다. 모든 경기도 교육정책은 여기에서 파생한다. 그의 이같은 교육기조는 전 세계의 교육방향성을 제시하는 유네스코에서 '키 파트너'가 돼 달라고 요청할 정도로 인정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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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의 집무실. 그 흔한 교육감 책상이나 방문객과 차 한잔 할 소파조차 없다. 서서 사용하는 컴퓨터 한 대가 창가에 배치돼 있고 집무실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회의 탁자가 그의 삶의 모토인 '일'을 대변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 제공] |
그는 지난해 11월 정부가 아닌 지역 교육청 수장으로서 유네스코의 적극적인 협력을 토대로 경기도 수원에서 '유네스코 미래 국제포럼'을 개최, 전 세계적 교육 인사로 부상했다.
임 교육감은 "최근 유네스코(UNESCO) 특별 초청을 받아 프랑스를 다녀왔는데 디지털을 담당하는 교육자들이 모여 '2025 디지털 러닝 위크(2025 Digital Learning Week)' 총회를 열었다"며 "그 곳에서 저에게 '경기도 교육의 방향이 유네스코가 지향하는 교육 방향과 맞으니 키 파트너가 돼 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학생들이 스스로 미래를 설계할 수 있도록 하는 데 교육의 초점을 맞춘 임 교육감은 대한민국 교육 병폐의 근원인 대학입시제도 개선에도 직접 뛰어들었다. 그는 지난 1월 입시 도구로 전락한 공교육 회복을 위한 '2032 대입제도 개혁안'을 내놓으며 사회적 공론화에 불을 지폈다.
"입시제도 개편은 정부 주도로 이뤄져는 것이어서 한 지역의 교육감이 추진하는 개편 방향과 로드맵이 한계에 있는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하지만 대한민국 교육의 표준안을 만들어 누구도 후퇴시킬 수 없는 지표를 세웠다"고 강조했다.
그의 대입제도 개편안은 내신과 수능을 모두 절대평가로 전환해 학생의 불필요한 경쟁을 줄이고, 암기와 단답식 위주 시험을 사고력과 창의력을 평가할 수 있는 서·논술형 평가로 전환하는 게 핵심이다. 학생부 기록 개선, 형식적 영어 듣기평가 폐지, 수시와 정시 통합 등의 세부 내용도 담았다.
임 교육감은 "지난 3월 시도교육감협의회와 대학교육협의회에서 이 같은 내용의 대입제도 개혁안을 설명했다"며 "내년 상반기까지 국가교육위원회 안건으로 상정해 사회적 공론화와 합의를 이끌어낼 계획"이라고도 했다.
다음 지방선거에서 교육감이 바뀔 경우 이 모든 정책이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지적에 그는 "조금이라도 이성이 있고, 교육의 방향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교육본질 회복을 위한 지금의 경기미래교육 방향을 통째로 바꾸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확신했다.
남은 임기와 관련해 임 교육감은 "지난 3년간 교육 본질 회복을 과정에서 성과도 있었지만 아쉬움도 있다"면서 "제도와 시스템은 빠르게 갖추어졌으나, 학교 현장에서 교사와 학생이 체감하는 변화는 여전히 충분하지 않다. 미래교육을 위한 정책의 안착을 넘어 활성화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내년 경기도교육감 재선과 관련해서는 "재선 도전은 정책의 성과와 도민의 평가 속에서 자연스럽게 결정될 것"이라며 "교육의 본질을 회복하고 공교육의 신뢰를 되찾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에둘러 의지를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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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집무실 컴퓨터를 이용하고 있는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경기도교육청 제공] |
다음은 임 교육감과의 일문 일답.
-취임 이후 3년 동안 경기도 학교 현장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어떤 성과가 있었는지 구체적으로 알려 달라.
"교육감 취임 이후 지난 3년 간 경기교육은 '교육의 본질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추진해 왔다. 그동안 우리 교육은 입시 도구로 전락했고, 학생들은 끝없는 경쟁 속에 내몰리며 삶과 성장이 외면 당하는 현실 속에서 교육의 본질을 되살리는 일이 가장 시급했다.
경기교육은 '자율, 균형, 미래'의 3대 정책 기조를 바탕으로 '기본 인성과 기초 역량을 갖춘 미래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정책 설계와 학생 중심 교육 실현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먼저 자율과 책임의 학교 문화를 조성하고 학교의 자율성과 책무성을 강화하고, 학생의 꿈 실현을 위해 학교를 중심으로 공교육의 영역을 학교 밖과 디지털 공간으로 확장했다.
학교 안팎과 지역사회 교육자원을 연계하는 '세상에서 가장 큰 학교' 경기공유학교를 통한 학생의 배움을 넓혔고, 모든 학생의 교육 기회 보장을 위해 경기온라인학교를 개교했다.
사교육비 경감과 교육격차 해소를 위한 AI 교수-학습 플랫폼 '하이러닝'도 개발하고, 학생 개별 진단, 평가, 피드백 등 교사와 학생 모두에게 맞춤형 과정을 지원 중이다. AI 서·논술형 평가시스템은 지난 6월 시연회를 마치고 중고등학교 적용에 이어 9월부터는 초등학교까지 확대 중이다.
무엇보다 유초중등 교육을 왜곡시키는 대입제도 개편안을 올해 초에 마련했고 현재 대학교육협의회, 시도교육감협의회 제안 설명과 정책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아울러 지난해 유네스코와 공동 개최한 '교육의 미래 국제포럼'을 통해 경기교육의 다양한 미래교육을 세계에 알렸다. 이후 미국, 캐나다, 카자흐스탄, 튀니지 등 대륙을 넘나드는 글로벌 교육 교류도 확대 중이며,최근 유네스코 방문을 통해 경기도교육청이 미래교육 실천을 위한 '글로벌 옵저버토리' 출범 협력 기관과 글로벌 미래교육 실현을 위한 키 파트너(Key Partner)로서의 위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공교육 회복을 위한 대입제도 개편을 제안했고, AI 서·논술형 평가시스템도 시범 운영 중이다. 새 정부의 교육정책에 반영하기 위한 구체적 로드맵은 있나
"우리 교육의 가장 큰 구조적 문제는 대학입시 제도가 학생 성장 중심 학교 교육을 왜곡하고 있다는 점이다. 교실은 여전히 시험 점수를 위한 훈련장이 되었고, 교육청이 추진하는 정책은 늘 교실 앞에서 멈춘다.
이런 문제의식을 토대로 시도교육청 차원에서는 최초로 '2032 대입 개혁안'을 제시했다.
핵심은 입시제도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높이는 것이다. 주요 내용은 내신과 수능을 모두 절대평가로 전환해 학생의 불필요한 경쟁을 줄이고, 암기와 단답식 위주 시험을 넘어 사고력과 창의력을 평가할 수 있는 서논술형 평가를 확대하자는 것이다. 이 외에 학생부 기록 개선, 형식적 영어 듣기평가 폐지, 수시와 정시 통합 등의 세부 내용도 담고 있다.
이를 위해 'AI 서논술형 평가시스템' , 'AI-교사-전문 평가 교원'의 3단계 채점 체계 등을 개발해 시범 운영 중이다. 특히 3단계 채점 체계는 AI가 우선 채점, 교사 검토, 이후 전문 평가 교원이 확인하는 구조로 이미 시범 운영에서 AI와 교사의 채점 일치율이 95%를 기록했다. 올해 중고 시범 운영을 시작으로 초등학교로 확대 중이다. 앞으로 모든 학교 현장에 적용하고, 대학입시와 연계할 수 있는 평가 혁신 방안을 제도적으로 안착하려 한다.
향후 추진 로드맵도 마련했다. 올해 3월 시도교육감협의회와 대학교육협의회에서 개혁안을 설명했고, 이어 내년 상반기까지 국가교육위원회 안건으로 상정하고, 사회적 공론화와 합의를 이끌려고 한다. 지난 7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과 만나 우리가 개발한 평가시스템의 일반화 논의도 했다. 또한 여러 연구교육기관과의 정책연구도 함께 진행 중이다.
무엇보다 새 정부와의 긴밀한 협력이 중요하다. 국가 차원의 제도 설계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시도교육감협의회를 통해 전국 교육청과 입장을 공유하고, 국가 교육 관련기관과의 정례적 협의도 마련해야 한다. 특히 새 정부가 추진하는 교육 디지털 전환, 미래인재 양성 정책과도 연계해 AI 서논술형 평가와 하이러닝 플랫폼의 운영 경험을 공유하고, 전국 단위 확대 적용도 모색하겠다."
-학생들의 사고·창의력,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우기 위해 도입된 수행평가가 학생, 학부모, 교사들을 힘들게 하는 있다는 비판도 있다. 개선 방안은
"수행평가는 본래 학생의 학습 과정을 평가하고 다양한 역량을 기르기 위한 제도였지만 현실에서는 내신 성적 줄 세우기 도구로 전락하며 그 취지가 왜곡되고 있다. 평가 기준이 교사마다 달라 형평성 문제가 발생하고 학생부 연계로 학생 성장을 위한 평가가 아닌 형식적 평가로 인식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은 수행평가의 본래 취지를 살리면서도 공정성과 신뢰성을 담보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학교 현장의 목소리를 수렴해 왔다. 그 결과를 바탕으로 2026학년도부터 수행평가 제도를 단계적으로 전면 개선할 예정이다.
우선 2026학년도부터는 수행평가 횟수를 줄이고, 중간기말고사 등과 평가 시기가 겹치지 않도록 할 계획이다. 향후 수행평가 내신 성적 반영 비율 완화, 과목 특성과 교사 평가 자율성 확대, 서논술형 평가 질적 제고, 암기식형식적 평가 지양, 실제 학생 성장을 위한 평가 방식을 단계적으로 추진하려 한다.
아울러 하이러닝 기능 고도화, AI 서논술형 평가시스템을 활용해 교사의 채점 부담을 줄이고 평가의 공정성도 높이려고 한다."
-교육부의 기조가 저출산 심화에 따라 유·초·중 교육예산을 줄이고, 고등교육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 같다. 지방교육재정 교육감 특별위원장으로서의 문제 인식과 대응 방안은?
"최근 수년간 세수 감소와 재정 정책 변화로 지방교육재정은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 3년 동안 최소 20조 원 이상의 결손이 발생했고, 일부 지역은 필수적인 교육 사업마저도 어려운 상황이다.
그럼에도 저출산, 학령인구 감소를 이유로 유초중등 교육예산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는 교육의 본질을 간과한 접근이다. 학령인구가 줄어도 학생 개개인의 맞춤형 교육과 기초 학력 보장, 학습 격차 해소 등 질적인 교육 수요는 오히려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출생률 저하, 지역소멸, 기초 학력 저하, 인공지능 일상화 등 복합적인 위기 시대인 지금이야말로 학생 한 명, 한 명에게 더욱 세밀한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방교육재정 교육감특별위원장으로서 이런 문제의식을 새 정부와 국회에 꾸준히 전달하고 있다. 특히 정부가 추진하는 디지털 전환, 기초 학력 보장, 미래인재 양성 정책이 실제로 현장에서 작동하려면 안정적 재정이 뒷받침 돼야 한다."
-남은 임기 어떤 분야에 집중할 계획인가
"지난 임기 동안 교육의 본질 회복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해 왔다. 그 과정에서 성과도 있었지만 아쉬움도 있다. 제도와 시스템은 빠르게 갖추어졌으나, 학교 현장에서 교사와 학생이 체감하는 변화는 여전히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 남은 임기 동안은 그간의 미래교육을 위한 정책의 안착을 넘어 활성화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특히 대학입시 개혁은 교육청만의 노력으로 해결할 수 없는 과제이다. 중앙정부와 교육 관련기관과 지속적인 협의와 사회적 합의를 위한 공론화, 숙의 등 보다 정밀한 전략을 세워 2032 대학입시 개혁안을 매듭짓겠다.
이 외에 IB 교육, 미래형 과학고 설립, 직업계고 재구조화를 통한 학생 진로 맞춤형 학습 기반도 조성하려 한다.
교사들이 온전히 수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교육활동 보호 정책도 계속 확대하고 있으며, 법적제도적 한계를 넘어 실효성 있는 제도를 강화할 계획이다."
-내년 경기도교육감 재선 도전 의사가 있는지 말씀해 달라.
"재선 여부는 교육감 개인의 결단이 아니라 도민과 교육공동체의 평가와 선택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제일 중요한 것은 남은 임기 동안 맡은 과제를 책임 있게 완수하는 일이다.
특히 대입제도 개편, 수행평가 제도 개선, AI 서논술형 평가 정착은 반드시 매듭지어야 할 과제이다. 또한 하이러닝, 경기공유학교, 경기온라인학교가 안정적으로 정착해 학생, 교사가 체감할 수 있도록 하는 것 또한 끝까지 책임져야 할 정책이다.
재선 도전은 정책의 성과와 도민의 평가 속에서 자연스럽게 결정될 사항이다. 교육의 본질을 회복하고 공교육의 신뢰를 되찾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다."
KPI뉴스 / 진현권 기자 jhk102010@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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