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으로서 해야하는 일…돌아가도 같은 선택"
"市·警 유착 경고했는데도 사건, 지역 경찰에 배당"
"배신자 낙인찍혀…정부, 신고자 지원책 마련해야"
"신고 내용 일부 수사 안 돼…명명백백 수사 필요해"
"피고인은 정책보좌관이 시장 직위 유지와 직결된 형사사건의 수사상 편의를 받기 위해 담당 경찰관의 부정한 청탁을 받고 수의계약 및 인사 등 이익을 제공하는 과정에서 저지른 범행을 보고받고 이를 승인했다. 시장으로서 시정과 소속 공무원을 총괄하고 지휘해야 함에도 개인적 이익을 위해 범행에 가담해 관급 계약의 공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했다. 이 사건은 공공성, 청렴성에 대한 사회 일반의 신뢰를 훼손하는 사건으로 성남시장을 총괄하는 막중한 임무를 맡은 시장의 공공성에 대한 심각한 불신을 초래했다" (2022년 9월 18일 은수미 전 성남시장 1심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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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은수미 전 성남시장. [뉴시스] |
대법원은 지난 14일 은수미 전 성남시장에게 뇌물공여 및 수수, 직권남용,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은 전 시장은폭력조직 국제마피아파 조직원으로부터 차량·운전기사를 제공받은 일로 경찰 수사를 받던 지난 2018년 10월 자신의 보좌진을 통해 경찰 수사기밀을 제공받았다. 그 대가로 4억5000만 원 상당의 납품 청탁과 2명의 인사 청탁을 들어줬다는 게 은 전 시장 혐의다.
지난해에는 성남시가 2018년 지방선거 때 은 전 시장 당선을 위해 활동한 선거캠프 출신들을 시 산하 기관에 부정 채용한 것이 드러나 시 공무원과 더불어민주당 성남시당 인사들이 줄줄이 처벌받았다. 또 2019년 시청 미혼여성 151명의 명단을 작성해 사적으로 활용한 공무원들이 처벌됐다.
이른바 '은수미 부패 스캔들'로 불리는 이 불미스러운 사태로 사법 처리된 인사는 은 전 시장을 위시해 공무원·경찰·민주당 관계자 등 15명에 달한다. 이들에게 내려진 징역형은 총 36년4개월.
이 사건들이 밝혀질 수 있었던 것은 한 시청 공무원의 공익신고가 있었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은 전 시장 재임 시절 대외협력 업무를 담당한 이승균 전 비서관이다.
UPI뉴스는 대법원 판결이 난 뒤 경기도 성남시 모처에서 이 전 비서관을 만나 공익신고 결단 과정과 심경 등을 들었다. 그가 언론과 공식 인터뷰를 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 전 비서관은 "공무원으로서 해야 하는 일이었고 그때로 돌아간다고 해도 같은 선택을 할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다음은 이 전 비서관과의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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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승균 전 성남시 비서관. [이승균 전 비서관 제공] |
- 공익신고를 하게 된 계기는.
"성남시청 근무를 포함하면 햇수로 17년 공직생활을 했다. 21세 때 특전 부사관으로 군에 입대했고 차출돼 기무사에서 복무했다. 전역 후에는 교정직 공무원으로 일했다. 내가 했던 일은 사회의 안전과 정의를 지키는 일이었고 공직자로 그렇게 교육받아왔다.
은 전 시장 비서관으로 일하면서 대외협력, 정책 관련 업무를 했다. 시에 들어가 너무 놀랐다. 내가 경험했던 다른 공직사회와 달리 시스템도 없고 비리가 넘쳤다. 비리가 발견되거나 바꿔야 할 것이 있으면 제 상관인 박 모 전 정책보좌관에게 지속적으로 보고했다. 하지만 은 전 시장은 이를 철저히 무시했다."
-은 전 시장에게 직접 보고하지는 않았나.
"비리를 바로 잡아야한다는 건의가 받아들여지지 않아 2019년 12월 은 전 시장에게 텔레그램을 통해 직접 보고했다. 은수미 캠프에 있던 인사들이 부정 채용됐고 민주당 지역 인사들과 성남시 공무원들의 유착이 있다는 내용이었다. 은 전 시장 주변 인사들의 부정부패와 성남시 계약비리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바로잡아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은 전 시장은 철저하게 외면했다. 이런 상황이 1년이 넘게 반복됐다. 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는 위험이 있는 부분에 대해 예방 차원에서 계속 보고를 했는데, 아무런 시정도 이뤄지지 않았고 결국 문제가 터지는 일이 반복됐다. 양심에 가책을 느끼다 못해 공황장애가 왔고 치료를 받아야 하는 지경에까지 몰렸다. 견디기 힘들어 2020년 3월 20일 사표를 내고 나왔다."
-사표낸 뒤 바로 공익신고를 한 건가.
"사표를 내고 나온 직후 박 전 보좌관으로부터 연락이 와 단둘이 만났다. 은 전 시장이 사과를 하고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으려 한다는 취지였다. 그래서 나는 '사과를 받고 성남을 떠나겠다, 잘못을 바로잡는다면 멀리서 은 전 시장을 응원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은 전 시장 측에서 약속을 깨고 내 전화번호를 차단하더라. 이후 2020년 4월 16일 먼저 캠프 인사들의 부정채용을 경찰에 공익제보했다."
-경찰 수사는 정상적으로 진행됐나.
"아니다. 은 전 시장 사건의 핵심 중 하나는 성남 중원경찰서 경찰관들과의 유착이다. 그래서 부정채용 사건을 경찰청에 제보하면서 '성남시와 중원서의 유착이 심하니 경찰청이나 경기남부청에서 수사해달라'는 요청을 함께 적어 제출했다.
그런데 경찰청이 2020년 5월 13일 이 사건을 중원서에 배당해 내사 지휘했다. 당시 중원서 수사과장과 내사 담당자는 은 전 시장과의 유착으로 추후 처벌받았다. 중원서는 경찰청에서 사건을 받은 지 한 달 만인 2020년 6월 29일 내사를 종결 처리해 버렸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셈이니 수사가 제대로 될 리 없었던 것이다."
-2020년 9월쯤 청와대 국민청원에 유사한 내용의 글이 올라와 언론들이 취재에 착수했다.
"사실 그 국민청원은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돼 있지만, 내가 적어준 것이다. 나는 어쨌든 은 전 시장 비서실에서 근무했던 사람이다. 공개적으로 나서는 게 부적절하다고 생각했고 지역 선배에게 부탁했다. 그때 언론이 취재에 나서면서 이 사안이 사회적 문제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2020년 11월 국민권익위가 성남시 부정채용 사건을 별도로 공익신고했고 이후 정의로운 기자들을 만나면서 은 전 시장이 무시했던 성남시의 각종 비리를 제보하게 됐다."
-공익신고 후 어려운 점이 있었다면.
"공익신고 후에는 성남시 홍보비를 받는 '나팔수 언론'들과의 싸움이었다. 성남시 같은 지자체에는 언론 홍보비용이 예산으로 잡혀있다. 공익신고 후 성남시가 언론 홍보비를 뿌리면서 은 전 시장 주장을 내세웠다. 이걸 성남시 광고를 받는 언론사들은 다 받아쓰고 있었다. 여러 언론사들이 은 전 시장 주장을 그대로 보도하고 일부 언론은 나에 대한 개인적인 음해성 기사까지 썼다."
-과거로 돌아간다면 다시 공익신고를 할 것인가.
"아마도 같은 선택을 했을 것 같다. 민주당 소속 은 전 시장이 아니라 국민의힘 소속, 정의당 소속, 어떤 정당의 시장이었더라도 나는 공직자로서 본분을 다하기 위해 싸웠을 것이다. 다만, 한 차례 공익신고를 하고 나니 새로운 문제가 생겨 다시 공익신고를 하라고 하면 많은 고민을 할 것 같다.
나만 힘든 것이 아니라 가족도 고통 받고 낙인찍혀 제대로 된 경제활동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공익신고 후 3년이 지났는데 그간 제대로 돈을 벌 수 없어 가족들에게 많이 의지했다. 취업을 시도하다가 여러 차례 낙방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주변에서 '누가 내부고발자인 너를 쓰겠느냐'고 말하더라. 정의로운 일을 했는데, 되레 배척당하는 느낌이 들었다. 정부가 나서 공익신고자에 대한 지원책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성남시 부정채용자 30여 명에 대한 수사는 여전히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 수사기관이 남은 여죄까지 명명백백하게 수사하길 기대한다."
KPI뉴스 / 탐사보도부 전혁수 기자 jhs@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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