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5단체 총력 대응…'적용 유예' 거듭 촉구
정부 "유예 법안 처리"…與, 25일 본회의 처리 촉구
노동계 "즉시 시행…노동자 목숨 거래 대상 아냐"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법) 적용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유예와 즉시 시행을 두고 경영계와 노동계는 물론 국회도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중대재해법은 근로자가 일하다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을 때 안전 확보 조치를 소홀히 한 사업주를 처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 적용을 유예하는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면 오는 27일부터 50인 미만 사업장에도 중대재해법이 확대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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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5단체가 23일 국회에서 "중대재해법 유예 법안을 처리해 달라"고 요청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양균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정책본부장, 강석구 대한상공회의소 상무, 국민의힘 홍석준 의원, 이동근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 김창범 한국경제인협회 상근부회장, 김고현 한국무역협회 전무. [경총 제공] |
23일 정부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부와 경영계는 현장의 준비 부족을 이유로 법 적용 2년 유예를 고수하고 있다. 이와 달리 노동계는 이미 3년의 유예기간을 거쳤고 50인 미만 사업장의 노동환경이 열악하다는 점을 들어 유예 연장에 반대하며 즉시 시행을 압박 중이다.
열쇠를 쥔 곳은 국회다. 하지만 여야 이견으로 개정안 통과는 불투명하다.
현재 국회에는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2026년 1월 26일까지 2년 더 유예하자는 개정안이 지난해 9월 발의(국민의힘 임이자 의원안)돼 법사위에 계류 중이다. 25일 국회 본회의 상정마저 확언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경제5단체 공동성명 발표…적용 유예 거듭 촉구
상황이 급박해지자 경영계는 총력 대응 태세다. 공동성명을 발표하며 50인 미만 시업장에 대한 중대재해법 적용 유예를 거듭 요구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와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제인협회, 한국무역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경제5단체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가 중대재해법 유예 법안을 처리해 달라"고 요청했다.
경제5단체는 "83만이 넘는 50인 미만 중소·영세사업장이 만성적 인력난과 재정난으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준비하지 못한 상황을 고려해 법률의 적용유예를 수차례 촉구했지만 법시행을 나흘 앞둔 지금, 국회에서는 법안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법률의 즉각 시행으로 처벌을 강화하는 것보다 유예기간을 통해 보다 많은 정부지원과 사업장 스스로 개선방안을 찾도록 논의하는 것이 재해예방을 위한 가장 현실적인 방향"이라고 주장했다.
경제5단체는 "만약 이대로 사업주를 강력하게 처벌하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면 사업장 폐업과 근로자 실직 등 많은 우려가 현실화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 "중소기업 준비 부족" vs 노동계 "2년 동안 뭘 했기에"
정부와 여당인 국민의힘도 국회에 법 적용 유예를 거듭 요청하고 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근로자의 안전이 중요함은 이견이 있을 수 없지만 영세 중소기업의 여건이 열악해 준비가 아직 부족하다는 사실도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이라며 법 적용 유예를 요구했다.
최 부총리는 "개정안은 재해 예방보다는 범법자만 양산해 기업의 존속이 뿌리째 흔들릴 수 있다는 현장의 우려가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9일 기획재정부와 고용노동부, 중소벤처기업부,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공동명의의 보도자료를 통해 "법 전면시행 전까지 적극적인 개정안 논의 및 신속한 입법 처리를 해달라"고 국회에 요청했다.
경총이 지난달 상시근로자 50인(건설공사 50억) 미만 1053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94%가 "법 적용을 준비 중"이고 이 중 87%는 "남은 기간 내에 의무 준수 완료가 어렵다"고 답했다.
전체 응답기업의 41%가 '전문인력 부족'을 이유로 꼽았는데 소규모 기업은 인건비 부담과 인력난으로 안전보건 업무 수행 인력을 뽑기도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와 경영계는 50인 미만 기업들 대다수는 대표가 경영의 모든 부분을 책임지고 있어 대표 처벌시 기업 경영이 어려워져 근로자 피해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
국민의힘은 오는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개정안 처리를 요구했다.
정희용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민주당은 '50인 미만 기업 94%가 준비되지 않았다'는 현장의 목소리를 외면한 채 중대재해처벌법은 무작정 밀어붙일 셈이냐"며 "국민을 정책실험 대상으로 삼지 말라"고 주문했다.
이어 "민주당에 다시 한번 간곡히 요청한다. 25일 본회의에서 법 적용을 2년 유예하는 내용의 개정안이 처리될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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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주노총이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유예 연장을 반대하며 지난해 12월 국회의사당 앞에서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이상훈 선임기자] |
노동계는 중대재해처벌법을 즉각 적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전날 국회 환경노동위 소속 민주당·정의당 의원들과 기자회견을 갖고 법 적용을 촉구했다.
이들은 "법 적용을 유예해온 지난 2년 간 무엇을 했기에 중소기업들이 '살얼음을 겪고 있다. 힘들다'라고 얘기하는 것이냐"며 "정부가 중소·영세기업 노동자들의 생명과 안전보호에 무계획, 무대책, 무성의로 일관해왔다"고 비판했다.
현행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르면 사고 예방에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주 등은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해당 법률은 지난 2021년 1월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 이듬해 1월27일부터 시행됐지만 상시 근로자 50인 미만 중소사업장에 대해서는 2년간 법 시행을 미뤄왔다.
KPI뉴스 / 김윤경 기자 yoon@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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