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보완대책 꺼낸 정부…피해자들은 '시큰둥'

유충현 기자 / 2023-10-05 17:27:46
국토부 대환대출 요건 완화 등 '전세사기 피해지원 보완방안' 발표
피해자들 "'언발에 오줌누기'식…모양새 만들기 급급"

정부가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을 위한 보완방안을 내놓았지만, 정작 피해자들은 마뜩잖다는 반응이다. 

 

제도 시행 초기에 고쳤어야 할 내용을 넉 달이 지나서야 뒤늦게 마련한 데다, 그나마 꺼낸 내용도 피해자들의 실질적 어려움을 해소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국토부 "피해자 요구 반영해 '지원 사각지대' 해소"

 

국토교통부는 5일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보완방안'을 발표했다. 지난 6월 '전세사기 특별법' 시행 이후 4개월간 제도를 운영하면서 나타난 미비점을 해소하려는 취지다. 

 

박병석 국토부 전세사기피해지원단장은 "그간 피해자들의 요구사항을 반영해 피해지원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추가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완 방안은 크게 △사각지대 해소 △법률지원 강화 △절차 효율화 등 세 갈래로 나뉜다. 사각지대 해소 차원에서는 저금리 대환대출의 소득요건(7000만 원→1억3000만 원)과 보증금 기준(3억 원→5억 원)을 완화했다. 우선매수권이 없거나 사용이 곤란한 피해자들에게는 인근 공공임대주택을 우선공급하도록 관련 업무지침을 개정키로 했다.

 

임대인이 사망한 사건의 경우 상속인이 누구인지 명확하지 않은 탓에 피해자들이 일일이 후속절차를 진행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이에 정부는 상속재산관리인을 선임해 법률 절차를 밟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또 피해자들이 보증금 반환이나 손해배상 청구 소송 등을 진행할 때 1인당 250만 원씩 비용을 지원하기로 했다.

 

인터넷으로 인정 신청을 접수하고 진행상황을 확인할 수 있도록 '온라인 지원관리시스템도 개발하기로 했다. 지금은 피해자들이 여러 기관을 직접 찾아다니며 일일이 서류를 접수해야 하는 탓에 불편이 많았다. 아울러 현재는 피해지원위원회 회의 내용을 공개고 있지 않지만, 앞으로는 위원회 의결을 거쳐 공개할 수 있도록 운영규칙을 개정한다.

 

▲ 세종시 어진동 국토교통부. [뉴시스]

 

피해자들 "정부 보완방안에 만족한 사람 한 명도 없어"

 

정부가 보완대책을 마련했지만, 정작 피해자들은 시큰둥한 반응이다.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 대책위원회는 논평을 통해 "피해자들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방안이 아니다"며 "'언발에 오줌누기'식 자잘한 방안들을 늘어놓으며 피해자 지원이 전방위로 이뤄지는 것 같은 모양새를 만드는데 급급해 보인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피해자 지원이 폭넓게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 피해지원위원회 심의를 거쳐 6063명이 피해자 인정을 받았는데, 실제 행정적 지원이나 금융지원이 이행된 건수는 2010건(중복지원 합계)에 불과하다. 최소한 4000명 이상이 피해자 인정을 받은 뒤로도 아무런 지원을 받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이철빈 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은 실질적인 지원 실적이 저조한 이유에 대해 "딱히 선택할 수 있는 지원내용이 없으니 지원실적이 없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정부가 이날 발표한 보완방안에 대해서도 이 위원장은 "달라진 게 별로 없다"며 "여러 피해자들과 이야기를 나눴지만 오늘 보완방안 내용을 보면서 만족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자인 안상미 공동위원장은 "피해자로 인정받는 것보다 개별 지원방안의 조건이 더 까다롭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별법까지 만들었으면 통일되고 일관된 지원을 해야 하는데, 기존의 여러 제도를 끌어다 놓는 식으로 하다 보니 제각각 메뉴얼이 다르다"고 비판했다. 

 

▲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와 시민사회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지난달 8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정부의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 및 피해지원 대책을 촉구하는 손 피켓을 들고 서 있다. [뉴시스]

 

전문가들 "'참 잘했다' 하기 어려워"…"국회서 보완입법 필요"

 

전문가들도 정부의 보완대책에 큰 점수를 주기 어렵다는 시각이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제도를 시행한 초기부터 이미 드러난 문제점들을 이제서야 일부 보완했다는 점에서 늦은 감이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사각지대를 보완했다기 보다는 원래부터 잘못돼 있던 것들을 바로잡는 것"이라며 "'참 잘했다'고 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정부가 처음부터 피해 실태를 정확히 조사한 뒤 피해지원 방안을 마련했어야 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실제 피해자들의 처지를 먼저 조사하고 그에 맞춰서 제도를 만들었어야 하는데, 제도를 먼저 맞춘 뒤 피해자들을 끼워 맞추고 있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덕수 이강훈 변호사는 "지금까지도 피해자들에 대한 전수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김주호 전세사기피해대책위 실무지원 팀장은 "정부와 국회는 전세사기 특별법 시행 6개월 내로 보완입법을 약속한 만큼, 정기국회에서 '선구제 후회수' 등 근본대책을 마련하고 재발방지를 위한 입법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KPI뉴스 / 유충현 기자 babybug@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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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충현 /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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