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시장 시절부터 정책 논의…도시개발 이해도 높은 정치인"
"관료들에게 속아선 안 돼…집값정책 성패 '올바른 인사'에 달려"
이재명 정부는 '미친 집값'을 잡을 수 있을까. 노무현, 문재인 정부의 실패를 반복하진 않을까. 작금 부동산은 정권의 성패, 나아가 대한민국 명운을 가를 중차대한 이슈다. '미친 집값'이 서민삶을 짓누르고 미래세대의 꿈과 희망을 앗아간지 오래다.
"이재명 대통령은 집값 잡는 법을 너무 잘 압니다. 문제는 실행력이죠. "
김헌동 전 SH공사(서울주택도시공사) 사장은 이 대통령에 대해 "신도시 개발과 집값 문제에 대한 이해도가 가장 높은 정치인"이라고 평가했다. "무엇이 문제인지, 어떻게 해결해야 되는지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다.
김 전 사장은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부동산 개혁가'다. 젊은 시절 20년 건설업계에 몸담았고 20년 부동산개혁 시민운동가로 살았으며 SH공사에서 지휘봉을 잡고 싸고 품질 좋은 '반값 아파트'(토지임대부 주택) 공급을 실행했다. 이 대통령과도 꽤 인연이 있다. 성남시장, 경기지사 시절 부동산 정책을 조언했다.
다만 자신이 이 대통령에게 제안했던 분양원가 공개, 후분양제, 반값 아파트 등 정책들이 제대로 실행되지 않은 점에 아쉬움을 표했다. 김 전 사장은 "국민을 위해 집값을 안정시켜야 한다는 점에서는 저와 이 대통령의 생각이 같았다"며 "당시만 해도 주변 인사들이나 더불어민주당이 뒷받침해주지 않아 힘들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김 전 사장은 "지금이야말로 부동산 안정화 정책을 실행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동산 정책의 성패는 무엇보다도 '인사'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앞선 정부 대통령들이 집값상승을 잡지 못했던 것은 관료들에게 속았기 때문"이라며 "진짜로 실행할 의지와 역량이 있는 사람'을 임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전 사장과 인터뷰는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KPI뉴스 사무실에서 1시간 30분 가량 진행됐다. 다음은 김 전 사장과의 일문일답.
대담 = 류순열 편집인
| ▲ 김헌동 전 SH공사 사장이 4일 서울 여의도 KPI뉴스 사무실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유충현 기자] |
ㅡ 이재명 정부가 부동산 정책 방향을 잘 잡고 있다고 보나.
"방향이 아직 안 보인다. 2022년 대선 공약과 비교하면 이번에는 구체적인 부동산 공약이 없었다. 대통령이 '투기 수요를 잡겠다', '공급을 늘리겠다'고 발언하긴 했지만 구체적인 정책은 보이지 않는다."
ㅡ 이 대통령의 부동산 정책 이해도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내가 이 대통령을 알기 시작한 게 2010년이다. 판교 신도시 원가 자료를 얻기 위해 성남시장 면담을 요청해 만났다. 2010년부터 2021년까지 7차례 이상 만났다. 신도시 개발이나 개발 사업에 대한 이해도가 가장 높은 정치인이었다. 뭐가 문제인지,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되는지 너무 잘 안다."
ㅡ 과거 이 대통령과 어떤 논의를 나눴나.
"반값 아파트, 후분양제, 분양원가 공개 등 집값 안정 정책에 대한 것이다. 2022년 대선 공약에는 상당히 구체적인 정책들이 들어있었다. 당시 공약을 만들 때 이재명 후보의 참모들과 여러 차례 소통했다. 직접 찾아가 설명과 자문도 했다. 반값아파트라고 부르는 토지임대부 주택에 '기본주택'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도 내가 제안한 것이었다. 이런 정책이 실행되지는 못했는데, 주변이나 민주당에서 뒷받침해주지 않아 힘들다는 말을 많이 했다."
ㅡ 최근 발표된 6·27 부동산 대출규제 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대출정책의 영향은 간접적이다. 큰 영향이 없을 것이다. 시장은 집값이 오를 것이라고 판단하면 어떻게든 산다. 문재인 정부 당시 9억 이상 주택의 대출을 막았지만 제2금융권이나 신용대출로 풍선효과가 있지 않았나. 반대로 집값이 꺾였다고 보면 무이자로 빌려줘도 안 산다. 박근혜 정부에서 '빚내서 집사라'고 했지만 안 팔리지 않았나."
ㅡ 그렇다면 근본적으로 어떤 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LH(토지주택공사) 같은 공기업이 싼 값에 새 아파트를 많이 공급하면 된다. 자동차에 비유하자면 품질 좋은 새 차를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하는 식이다. 이러면 중고차에 4배, 5배 웃돈을 얹어 살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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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PI뉴스 류순열 편집인(왼쪽)과 인터뷰하는 김헌동 전 SH공사 사장. [유충현 기자] |
ㅡ 그동안 LH의 역할이 부족했다고 보는지.
"LH가 본연의 임무인 서민 주거 안정보다 건설업계 이익을 보장하는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2016년 공공택지 원가를 감정가에 따라 책정하도록 바꿔놨다. 택지비를 감정가로 높여서 분양을 하니까 이전보다 2배, 3배의 이익을 남길 수 있게 됐다. 공기업 설립 취지를 벗어나버린 것이다."
ㅡ 이재명 정부는 신도시 지정 등 공급정책보다 수요조절에 방점을 둔 것 같다.
"공급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다. 신규 지정을 하기보다 이미 추진 중인 사업에 속도를 내겠다는 것으로 이해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신도시를 13개, 윤석열 정부에서 신도시를 7개 해서 지금 신도시 계획이 발표된 게 20개다. 그중에 하고 있는 게 다섯 군데밖에 없다. 지금 하겠다고 한 것도 앞으로 10년 이상 걸린다."
ㅡ 적정한 집값 수준은 어느 정도라고 보고 있나.
"서울 집값 기준으로 강남은 10억, 강북은 6억, 수도권은 4억이 적정하다고 생각한다. 얼마든지 그 가격으로 안정시킬 수 있다."
ㅡ 제시한 적정 금액의 근거는 무엇인가.
"아파트의 '제조원가'에 근거한 것이다. 2000년까지는 강남 아파트가 2억 원에 불과했다. 당시 분양원가 공개를 추진했지만, 노무현 대통령이 '공기업도 이익을 남겨야 하지 않느냐'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때부터 가격이 계속 올랐다."
ㅡ 문재인 정부는 왜 부동산 가격을 잡는데 실패했다고 보나.
"관료에게 속았다. 경제부총리가 한 달에 한 번 꼴로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지만, 내가 보기에는 계속 집값을 끌어올리는 조치만 꺼내더라. 반면 속지 않았던 이명박 대통령은 잡았다. 관료를 믿지도 않았고 관료를 다룰 줄 알았다. 서울에 아파트 지을 땅이 얼마나 많은지 보여주려고 국토교통부 직원들을 대통령 헬기에 태우기도 했다."
ㅡ 결국 이재명 정부가 부동산 정책에 성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는지.
"문제는 사람이다. 의지와 실행능력이 있는 사람을 적재적소에 임명해야 한다. 현재까지 인선을 보면 10년, 20년 전부터 이 문제에 진정성 있게 목소리를 높인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그런 사람을 발굴해 대통령이 힘을 실어준다면 집값은 안정된다."
ㅡ LH법 등 관련법부터 뜯어고쳐야 하는 것 아닌가.
"당장 법 개정 없이도 할 수 있는 게 많다. 일례로 지난 10년간 LH가 분양한 아파트의 분양 원가를 공개하기만 해도 얼마나 많은 이익을 남기고 있었는지, 수도권에 얼마나 더 저렴하게 새 아파트를 공급할 수 있는지 국민들이 훤히 알 수 있을 것이다."
KPI뉴스 / 유충현 기자 babybug@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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