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차할 때도 안 됐는데… 아이오닉·EV6 배터리가 ESS로 간 까닭

한상진 기자 / 2026-09-11 18:06:58
현대차·기아, E-GMP 사용 후 배터리로 200kWh UBESS 실증
차량용 성능 떨어져도 ESS 등 재사용 가능…잔존가치 활용
2030년 사용후 배터리 10만 개 이상 전망…내년 관련법 시행

현대자동차그룹이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적용한 차량의 사용 후 배터리를 에너지저장장치(ESS)로 재사용하는 실증에 나섰다.

 

E-GMP 기반 전기차가 처음 등장한 지 약 5년 만이다. 아직 사용 후 배터리가 대규모로 쏟아지는 시기는 아니다. 시장 확대에 대비해 기술과 사업모델 검증에 먼저 들어간 모습이다.

 

▲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의 사용 후 배터리를 활용한 UBESS. [챗GPT 생성]

 

현대차·기아는 LG에너지솔루션, 현대엔지니어링, 원익피앤이와 E-GMP 기반 전기차에서 나온 사용후 배터리팩을 활용한 'UBESS(Used Battery Energy Storage System)' 실증사업을 시작한다고 지난 10일 밝혔다.

이번에 구축한 UBESS는 총 200kWh 규모다. 전기요금이 낮은 시간대 전력을 저장했다가 요금이 높은 시간대 전기차 급속충전에 활용한다. 참여사들은 충·방전 제어와 안전성, 배터리 성능 유지 특성 등을 검증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이 E-GMP를 처음 적용한 아이오닉5를 선보인 것은 2021년이다. 같은 해 기아 EV6도 출시됐다. E-GMP 차량이 시장에 나온 지 약 5년 만에 해당 플랫폼 차량에서 나온 사용 후 배터리를 활용한 국내 첫 실증을 시작하는 것이다.

 

이번 실증에 투입된 사용후 배터리의 구체적인 확보 경로와 사용기간, 잔존용량 등은 공개되지 않았다.

사용 후 배터리는 전기차에서 사용을 마쳤다고 해서 곧바로 폐기되는 것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배터리 성능이 초기 대비 70~80% 수준으로 떨어지면 주행거리와 충·방전 성능 저하 등으로 차량용으로 사용하기 어려워진다.

다른 용도로 활용할 수 있는 잔존성능은 남아 있을 수 있다. 성능평가를 거쳐 상태가 양호한 배터리는 ESS나 농기계 등 다른 제품의 배터리로 재사용할 수 있다. 재사용이 어려운 배터리는 파쇄·분쇄 등의 공정을 거쳐 리튬·니켈·코발트 등 핵심 원료를 회수하는 재활용 단계로 넘어간다.

정부도 사용 후 배터리 시장 확대에 대비해 제도 정비에 나서고 있다. 정부는 2024년 7월 10일 '사용후 배터리 산업 육성을 위한 법·제도·인프라 구축 방안'을 발표하면서 국내 사용 후 배터리 배출량이 2030년 10만개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관련 제도도 마련됐다. '사용후 배터리의 관리 및 산업육성에 관한 법률'은 지난 5월 26일 제정·공포돼 내년 5월 27일부터 시행된다. 사용후 배터리 산업 육성과 성능·안전관리, 공공 거래시스템과 이력관리 체계 구축 등이 골자다.

아직 시장은 본격적인 대량 배출 단계에 들어서지 않았다. 정부 역시 배터리 순환이용 산업과 관련, 현재 사용 후 배터리와 공정스크랩 등의 발생량이 부족해 업계가 원료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공정스크랩은 배터리를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량품·자투리·폐기 소재를 말한다.


이번 실증은 사용 후 배터리가 본격적으로 쏟아지기 전 재사용 기술과 사업모델을 미리 검증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현대차·기아는 사용후 배터리의 안전하고 효율적인 활용체계를 구축하고 향후 사업모델 개발까지 추진할 계획이다.

 

KPI뉴스 / 한상진 기자 shiraz@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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