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긴축 우려에 증시 부진 심화…한은, ‘인상’ 버튼 누를까

안재성 기자 / 2023-10-20 17:33:21
코스피 7개월만에 2400선 붕괴…“올해 상승분 모두 반납할 수도”
美 국채금리 급등·근원물가 둔화…“연준 올해 내내 동결할 것”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추가 긴축 및 긴축 장기화를 시사하면서 코스피 2400선이 무너지는 등 국내 증권시장은 큰 충격을 받았다.

 

대내외 상황이 모두 좋지 않다 보니 코스피가 올해 상승분을 모두 반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0일 코스피는 전일 대비 1.69% 내린 2375.00에 장을 마감했다. 종가 기준 코스피가 2300대로 내려앉은 건 지난 3월 21일(2388.35) 이후 약 7개월 만이다.

 

증시 부진의 주된 원인으로는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매파’(통화긴축 선호)적 발언이 꼽힌다.

 

▲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AP 뉴시스]

 

파월 의장은 19일(현지시간) 열린 뉴욕 이코노믹 클럽 연설에서 “물가상승률이 너무 높다”며 긴축 장기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강한 성장의 증거는 추가 긴축을 정당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현재 미국 경제는 전세계에서 ‘나홀로 호황’을 구가 중이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9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0.7% 늘어 시장 전망치(0.2%)를 크게 웃돌았다. 파월 의장 발언은 미국 경제가 탄탄하므로 금리를 더 올릴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최고경영자(CEO)는 “연준 기준금리가 7%까지 뛸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파월 의장 발언 후 미국 국채 금리는 급등했다. 글로벌 채권금리의 벤치마크로 통하는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19일(현지시간) 오후 5시경 연 5%선을 돌파했다. 10년물 금리가 장중 연 5%를 넘어선 건 지난 2007년 7월 이후 16년 만이다. 뉴욕증시는 하락세를 그렸다.

 

미국 금융시장 혼란은 국내 증시로 옮겨 붙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파월 의장 발언과 미국 국채 금리 급등이 증시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래 전망도 우울하다. 대내외 경기가 모두 부진하며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불안한 국제유가도 증시에 부담이다.

 

한국은행이 지난 19일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다음달 30일 금융통화위원회까지는 금리 조절 수단이 없는 점 역시 악재로 꼽힌다.

 

한미 금리 역전폭이 2.00%포인트, 역대 최대로 벌어진 데다 장기화될 추세를 나타내면서 해외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다. 한은 집계에서 9월 한 달 간 외국인 증권(주식+채권) 투자자금이 14억3000만 달러 빠져나갔다. 8월(-17억달러)에 이어 두 달 연속 순유출 흐름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은이 ‘추가 인상을 열어놨다’면서도 6차례 연속 동결해 시장은 동결 기대감이 크다”며 “거듭된 동결이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금리 동결 결정이 이해 안 되는 바는 아니나 너무 오래 동결이 지속되면서 상당한 압력이 누적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씨티증권은 “한국 증시가 올해 상승분을 모두 반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작년 말 코스피 수준인 2200대 초반까지 굴러 떨어질 거란 관측이다.

 

증시 혼란을 줄이려면 한은이 연준 움직임에 맞춰 금리를 올리는 것도 한 방법이다. 성 교수는 “물가상승률은 아직 높고, 한미 금리 역전 장기화는 부담스럽다”며 “한은이 금리를 인상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하지만 경기가 나쁘니 금리인상을 쉽게 선택하기도 어렵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지금 금리를 올리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서 문제가 터지는 등 내수와 수출이 다 망가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독립 증권리서치사 더프레미어 강관우 대표는 “지금 금리인상 필요성이 있음에도 못 올리는 상황”이라며 “연준이 금리를 올려도 한은은 동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 할 수 있는 건 단 하나, 연준이 동결해달라고 기도하는 것뿐”이라고 강조했다.

 

다행히 최근 연준 금리동결 기대감이 부상하고 있다. 미국 근원물가가 둔화 흐름인 데다 국채 금리가 급등해 금융시장 긴축을 불러왔기 때문이다.

 

파월 의장도 “기준금리 인상으로 노리는 점이 금융시장 긴축”이라며 국채 금리 급등세가 금리인상을 대신할 수 있다는 몇몇 연준 위원들의 발언에 동조했다.

 

미국 경제 리서치업체 매크로폴리시 퍼스펙티브의 로라 로스너 파트너는 “파월은 4분기에 경기가 얼어붙을 것으로 예상,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동결하겠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블룸버그통신과 월스트리트저널(WSJ)도 같은 견해를 내놨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한국과 미국의 물가상승률은 점차 낮아질 것”이라며 “연준과 한은 모두 금리인상 사이클은 끝났다”고 판단했다.

 

KPI뉴스 / 안재성·김명주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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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성 /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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