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투명한 보조금 구조, 결국 소비자 피해로 돌아와
국정과제인 이통-제조사 '분리공시제' 도입이 대안

불법에도 역사가 있다. 휴대전화 '불법보조금'의 역사도 2G 때부터 이어지고 있다. 오랜 시간 이동통신 시장에 뿌리내려 관행화했다.
그런 만큼 불법보조금을 '받지 못해 아쉽다'는 소비자는 있어도, 불법이라 거절했다는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불법보조금은 최근 5G 시장 선점을 놓고 이동통신 3사 간 경쟁이 과열되면서 '공짜폰 뿌리기' 등으로 다시 논란이 일고 있다.
5G 공짜폰을 살 수 있다는 대리점은 속칭 '빵집'(폰을 0원에 살 수 있는 집)으로 불리며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좌표'(위치를 가리키는 커뮤니티 은어)가 공유될 정도다. 네티즌들은 "공짜폰 좌표 부탁한다", "공짜폰 추천해달라", "제값 주면 호구다", "신도림에 공짜폰 있다", "갤럭시S10 공짜폰 구매기" 등의 글을 올리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이든 온라인 매장이든 '공짜폰'이라는 홍보문은 버젓이 나붙어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최근 이통3사 관계자를 불러 모아 불법보조금 지급에 관해 경고하기도 했다. 불법보조금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에도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다. 상품을 공짜로 판다면 판매자에게는 무엇이 남는 걸까. 5G 스마트폰을 팔아서 이익을 보는 곳은 대리점, 이통사, 제조사다. 대리점은 이통사와 제조사로부터 불법보조금을 받아 소비자에게 구매를 유도하고 리베이트를 받는다. 이통사와 제조사가 이윤을 남기는 구조를 봐야 하는 이유다. 구조를 거슬러 올라가면 결국 '요금제'가 수익원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구매 문턱 낮추기…고가 요금제로 이윤 남겨
이통업은 초기 비용은 크지만, 이후에는 계속 남기는 구조다. 이해관 KT새노조 대변인은 최근 UPI뉴스와 인터뷰에서 "통신 사업은 반은 토건 사업이고 반은 장치 사업"이라면서 "한 번 정하면 바꾸기 어렵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변인은 "통신은 선정 이후 가만히 있어도 이윤이 나므로 선정 당시에 정경유착이 심하고 선정 이후에 부패가 심하다"고 말했다.
반대로 이통 소비자는 초기 비용은 적지만, 이후에는 계속 손해보는 구조다. 불법보조금은 단말기 구매 비용을 낮추는 대신, 이후 고가의 요금제를 통해 매월 이윤을 거둬가는 방식을 취한다.
아직 5G폰은 안 샀지만 과거에 불법보조금을 받아 스마트폰을 구매해봤다는 한 시민(48·남)은 지난 14일 "살 때는 좋았지만 요금 낼 때 손해봤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불법보조금은 개별 요금제에 따른 공시지원금과 일선 대리점의 추가지원금(공시지원금의 최대 15%)을 초과해 제공하는 지원금을 가리킨다. 법정 한도를 넘어선 지원금이라고 해서 '불법'이라고 한다.
이렇게 뿌려지는 불법보조금의 규모는 연간 5000억 원 이상으로 추산되는데, 이통3사가 특수 조직을 통해 직접 전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을 뿐 정확히 어떤 자금으로 충당되고 있는 것인지는 베일에 가려 있다.
공시지원금은 2017년 10월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 내 상한 제한이 일몰되면서 현재 액수에 제한이 없는 상태다. 일몰 이전에는 공시지원금을 33만 원 이상 제공할 수 없었다.
현재 출고가 119만9000원의 LG V50 씽큐를 예로 들면, SK텔레콤은 월 12만5000원 '5GX 플래티넘' 요금제 가입시 77만3000원을 공시지원금으로 책정했다. KT는 월 13만 원의 '슈퍼플랜 프리미엄' 요금제 가입시 60만 원을, LG유플러스는 월 9만5000원의 '5G 프리미엄' 요금제 가입시 57만 원을 각각 지원금으로 공시했다.
여기에 추가지원금까지 포함하면 불법보조금이 없어도 최소 절반에서 최대 3분의 1 가격으로 LG V50 씽큐를 구매할 수 있는 셈이다. 이때 구매까지 이어지는 문턱을 한 번 더 낮춘 것이 불법보조금이라고 볼 수 있다.
휴대전화 교체 주기가 길어지는 추세도 이통사가 요금제를 통한 이윤 확보에 주력하도록 만드는 요인이다. 일단 소비자가 단말기를 사도록 만드는 데 성공하면 이후 안정적인 수익원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불법보조금이더라도 단말기를 싸게 살 수 있으면 소비자에게 좋은 게 아니냐"는 의견은 매월 요금을 얼마씩 내게 되는지 따져본 후 다시 고민해봐야 할 문제다.

불투명한 보조금 구조,소비자 피해로 돌아와
이통3사가 책정한 5G 요금이 지나치게 높다면서 요금 인하를 위한 시민활동을 펼치고 있는 김주호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팀장은 "국내 이통 시장은 소비자가 제조사 홈페이지 등을 통해 휴대전화를 직접 구매하는 자급제가 활성화돼 있지 않고 대부분 이통사 대리점을 통해 구입하는 구조로 정착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통사가 대리점을 통해 단말기와 지원금을 묶어서 파는 구조가 되다 보니 소비자가 실제로 휴대전화 제조사에서 지급하는 장려금이 얼마인지, 이통사에서 주는 지원금이 얼마인지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소비자가 대리점을 통해 단말기와 요금제를 추천받은 뒤 결정하는 구조여서 비용 계산이 복잡하고 소비자의 선택권이 제한된다는 것이다.
참여연대는 지난 3월부터 서명운동을 비롯한 5G 요금 인하 운동을 벌이고 있다. 단적으로 4G LTE로 최저 3만 원대의 요금제를 이용할 수 있었던 소비자들이 5G에서는 최소 2만 원씩 요금을 더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 불합리하다면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이통3사 측에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아울러 김 팀장은 "불법보조금을 통해 싸게 사서 이익이라는 소비자가 있지만, 이는 이통사와 제조사의 '눈속임'으로 보인다"면서 "애초에 단말기 출고가를 높게 책정한 뒤 일정 금액을 지원금 명목으로 내놓는 영업 전략에 불과한 것"이라고 말했다.
예컨대 원래 70만 원짜리 휴대전화를 출고가 100만 원으로 내놓고, 추후 30만 원의 지원금을 공시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또 "불법보조금으로 인해 소비자마다 지원금에 차별이 생기게 된다"면서 "극소수의 소비자를 제외하곤 대부분의 소비자가 원래 가격보다 비싸게 사는 셈이므로 피해가 가게 된다"고 했다. 각종 지원금과 불법보조금을 주는 대신, 요금을 내리거나 단말기 가격을 내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文정부 국정과제인 '분리공시제' 도입이 대안
참여연대에서 가계통신비 부담 경감의 대안으로 꼽는 '분리공시제'는 2017년 4월 문재인 대통령이 제시한 7대 가계통신비 인하 공약 중 하나이기도 하다. 현재 국정과제로 설정돼 있다.
분리공시제를 공약으로 내건 당시 문 대통령은 "이통3사가 2016년 3조6000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렸지만, 소비자는 요금 폭탄을 맞고 있다"면서 "과도한 통신비 부담을 낮춰 국민 중심 통신서비스 시대를 열겠다"고 말했다.
분리공시제는 휴대전화 단말기를 판매할 때 이통사 지원금과 제조사 장려금을 분리해 공시하는 제도다. 소비자 입장에선 자신이 받는 보조금이 어디서 나오는지 파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통사 간 보조금 경쟁 과열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돼 수년간 도입이 추진돼왔지만, 최근 별다른 진전 없이 관련 법안들이 국회에 계류된 상태다.
KPI뉴스 / 오다인 기자 odi@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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