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구원투수' 권대영…정치권 평가는 엇갈려

유충현 기자 / 2025-07-29 10:54:25
李 대통령 지시에 릴레이 현장 간담회
28일 금융업권 협회장 소집…29일 연체채권 관리 개선
'李心'대로 '척척'…능력 인정받아 새 정부도 중용
"영혼 없는 공무원" vs "관료는 관료일 뿐"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28일 오전 주요 금융업권 협회장들을 긴급 소집했다. 

 

권 부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금융권이 손쉬운 이자장사에 매달려왔다는 국민 비판이 지속되고 있다"며 "자금의 물꼬를 AI 등 첨단산업과 벤처기업, 소상공인 등 생산적 영역으로 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협회장들은 향후 조성될 첨단·벤처·혁신기업 투자를 위한 민·관합동 100조 원 규모 펀드 조성에 적극 참여하겠다고 답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은행들이 손쉬운 이자놀이에 매달리지 말고 생산적인 분야에 자금을 공급해야 한다"고 지적한 지 나흘 만에 권 부위원장이 행동에 나선 모양새다. 

 

▲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29일 서울 중구 서민금융진흥원에서 '금융권 개인 연체채권 관리실태 파악 및 개선방향 모색을 위한 현장 간담회'를 주재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제공]

 

권 부위원장은 또 29일 오전 서울 중구 서민금융진흥원에서 '금융권 개인 연체채권 관리실태 파악 및 개선방향 모색을 위한 현장 간담회'를 주재했다.

 

이날 간담회는 이 대통령으로부터 소상공인 부채 문제 해결을 위해 "당신들이 금융당국이라면 어떻게 하고 싶은지 집단토론을 해보라"는 당부를 들은 뒤 이뤄진 것이다. 

 

금융위는 간담회에서 금융사가 연체채권 소멸시효를 무분별하게 연장하는 관행을 막고 채무자를 더욱 두텁게 보호하는 방향으로 개인 연체채권 관리 관련 제도에 대한 개선 방향을 모색했다고 밝혔다.

 

금융권과 금융당국에서는 "역시 권 부위원장답게 발빠른 행보"란 평가가 나온다. 

 

권 부위원장은 윤석열 정부 핵심 관료였음에도 이재명 정부에서 급부상한 대표적 인물로 주목받고 있다. 

 

권 부위원장에 대한 이 대통령의 신임은 지난 4일 충청권 타운홀미팅에서 단적으로 드러났다. 당시 이 대통령은 '6·27 대출규제'를 언급하며 "공무원들이 보고 베끼라"고 공개 칭찬했다. 이어 지난 20일에는 그를 사무처장에서 차관급 부위원장으로 임명했다. 

 

전직 금융권 고위 관료는 "두 정권의 거리감을 고려하면 권 부위원장은 내쳐져도 이상하지 않았을 이력의 소유자"라며 "보수 정권 핵심라인이 민주당 정부 출범 초기에 두각을 나타내는 일이 흔하지 않다"고 말했다. 

 

권 부위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 당선인의 대통령직인수위에서 가계대출 규제 완화 정책을 설계했고 금융위에서 금융정책국장, 상임위원, 사무처장 등 요직을 거쳤다.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김건희 여사 인맥' 의혹까지도 제기된 바 있다. 

 

그럼에도 권 부위원장이 중용된 이유로는 그가 성공적으로 가계대출 증가세를 잡고 부동산시장을 안정화시킨 6·27 규제를 주도한 것이 꼽힌다. 

 

이 대통령 뜻에 잘 맞춘 행보도 신임을 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권 부위원장은 취임 직후인 지난 24일 첫 현장일정으로 'AI 데이터 활용 소상공인 금융애로 현장 간담회'에 참석했고 25일에는 '개인 부실채권 관리 관련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오는 30일에는 주가조작 대응 관련 일정이 잡혀 있다. 하나하나 대통령의 국정 기조와 주파수를 맞추고 있다.

 

금융위 내부에서는 권 부위원장이 해체 위기에 직면한 금융위에 '구원투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금융위 해체를 골자로 한 금융감독체계 개편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국정기획위도 금융위의 정책 기능을 기획재정부로, 감독 기능을 금융감독위로 이관하는 정부조직개편 방안을 검토해 왔다.

 

하지만 권 부위원장의 '활약'으로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지난 17일 여당에서는 기재부의 국제금융 기능을 금융위로 이관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당초 대통령 공약과는 반대로 금융위의 권한이 더욱 커지는 방향이다. 한 금융위 관계자는 "권 부위원장이 정책 성과를 보여주고 대통령 뜻에 잘 맞추면서 정치권에서도 금융위 존치론에 힘이 실리는 듯하다"고 관측했다. 

 

권 부위원장에 대한 정치권 평가는 엇갈린다.

 

국회 정무위 소속 한 의원실에서는 지난 정권의 가계대출 정책을 들며 "영혼 없는 공무원"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의원실 관계자는 "윤석열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완화 결과가 집값 급등의 주 원인 중 하나"라면서 "그 장본인이 이번에는 초고강도 대출규제 정책을 만들었다는 점이 철학적으로 충돌하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권 부위원장의 '태세변환'을 단적으로 드러낸 예는 MG손해보험 처리 방안이다. 지난 5월까지 권 부위원장은 MG손해보험의 가교보험사 전환을 밀어붙였다. 노동조합은 재매각 추진을 위한 협의를 요구했지만 일절 대화가 없었다. 그러다가 6월 대선 이후 입장이 180도 바뀌었다. 권 부위원장이 단식 중인 노조를 먼저 찾아 재매각 추진을 제안했다. 더불어민주당이 MG손보 노조 측에 우호적인 입장을 표시한 때문으로 읽힌다. 
 

반면 다른 의원실 관계자는 "관료는 그냥 관료일 뿐"이라며 권 부위원장의 일견 철학 없어 보이는 행보가 문제될 것 없다"고 한다. 그는 "위에서 방향을 정하면 그것을 구현하기 위해 행정적 전문성을 발휘하는 게 관료의 본분"이라며 "능력과 전문성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한다는 게 이재명 정부의 실용주의 철학과도 맞는 면이 있다"고 말했다.

 

KPI뉴스 / 유충현 기자 babybug@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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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충현 /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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