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가계대출 관리 강화…은행 수익 상승 기대감 ↑

안재성 기자 / 2024-07-15 17:07:25
대출 준거금리 내림세…가계대출 확대 우려
가산금리 인상·우대금리 축소 시 은행 이익 증가

올해 은행은 우울한 출발을 했다. 정부의 '상생금융' 압박이 여전한 가운데 홍콩 H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주가연계증권(ELS)에서 대규모 손실이 터졌다. 금융당국은 은행 등 금융사에 홍콩 ELS 투자자 손실의 일정 부분 배상을 요구했고 은행은 막대한 비용 부담을 짊어져야 했다.

 

이 때문에 KB·신한·하나·우리 4대 금융그룹의 지난 1분기 당기순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감소했다. 하지만 2분기는 증가세로 돌아설 것으로 보이고 하반기 전망은 더 밝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을 강하게 조이는 점이 오히려 은행 이익에 플러스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은행들은 잇달아 대출 가산금리를 인상하거나 우대금리를 축소함으로써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올리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주담대 금리를 최대 0.13%포인트 인상했다. 신한은행은 최대 0.05%포인트, 하나은행은 최대 0.20%포인트, 우리은행은 최대 0.1%포인트 올렸다.

 

▲ 서울 시내 한 시중은행 대출 창구. [뉴시스]

 

가계대출, 특히 주담대 확대를 우려한 금융당국의 주문 때문이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115조5000억 원으로 전월 말 대비 6조 원 늘었다.

 

특히 주담대는 6조3000억 원 증가해 지난해 8월(7조 원) 이후 10개월 만에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상반기 주담대 증가폭(26조5000억 원)은 2021년 상반기(30조4000억 원) 후 최대 수준이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가계대출 확대를 막으려면 금리를 올리는 게 가장 효과적"이라며 "금융당국 요구에 따라 은행들이 금리를 올린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은행 대출 준거금리가 내림세란 점이다. 은행 대출금리는 보통 '준거금리+가산금리-우대금리'로 산정된다. 준거금리는 시중금리에 따라 움직인다. 가산금리는 인건비, 점포 임대료 등 은행의 비용에 이익을 더한 값으로 각 은행이 자율적으로 책정한다. 우대금리는 고소득·고신용자 등에게 제공하는 혜택이다.

 

가산금리를 인상하고 우대금리를 축소할수록 은행 대출금리는 올라간다. 그러나 준거금리가 떨어지면 가산금리 인상 및 우대금리 축소 효과가 상쇄된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6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3.52%로 전월보다 0.04%포인트 하락했다. 코픽스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4월까지 내림세를 그리다가 5월 0.02%포인트 올랐으나 한 달 만에 반락했다. 코픽스는 변동형 주담대의 준거금리다.

 

고정형 주담대의 준거금리인 금융채 5년물 금리도 하락세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 금융채 5년물 금리는 3.356%로 전일(3.422%) 대비 0.066%포인트 떨어졌다. 지난 2022년 4월 26일(3.334%) 이후 27개월 만의 최저치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집값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가산금리 인상 및 우대금리 축소 효과를 준거금리 하락세가 상쇄하면서 가계대출 확대를 막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7월 둘째 주(8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24% 뛰어 16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상승폭은 지난 2018년 9월 셋째 주(0.26%) 이후 5년10개월 만에 가장 큰 수준이다.

 

거래도 활발하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5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5002건으로 2021년 5월 이후 처음으로 5000건을 넘겼다. 6월 거래량(14일 기준)은 6169건으로 아직 집계 기간이 보름 이상 남은 걸 감안하면 7000건을 넘길 가능성이 높다. 집값이 뛰고 거래가 활발할수록 주담대 수요도 늘어나 가계대출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머지않은 장래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할 전망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11일 기준금리를 3.50%로 12회 연속 동결한 뒤 "이제 차선을 바꿀 때가 된 듯하다"며 금리인하를 시사했다.

 

시장과 전문가들은 한은이 빠르면 오는 8월, 늦어도 10월엔 금리를 낮출 것으로 예측한다. 한은 기준금리 인하가 시작되면 대출 준거금리인 시장금리 하락 속도는 더 빨라질 가능성이 높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이대로는 금융당국이 요구하는 대로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을 1.5~2.0% 수준으로 조절하기 어렵다"며 "가계대출을 억누르려면 은행이 대출 가산금리를 더 인상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는 은행에는 반가운 소식이다. 대출 가산금리를 인상하고 우대금리를 축소할수록 은행 이익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이미 4대 금융 실적은 1분기와 달리 2분기에는 개선될 전망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증권사 전망치를 집계한 바에 따르면 4대 금융 2분기 당기순익 평균 전망치는 4조5041억 원이다. 전년동기(4조2813억 원)보다 5.2% 늘어난 수준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억제에 초점을 맞춰 대출 가산금리 인상폭이 더 커지면 하반기에 은행 이익은 더 크게 증가할 것"이라며 "4대 금융이 또 다시 역대 최대 실적을 낼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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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성 /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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