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은 호조인데 내수는 '침체'…"三高 해결책 안 보여"

안재성 기자 / 2024-04-23 17:14:49
AI 인기 끌면서 반도체 수출 호조…4월 43% ↑
고물가·고환율·고금리 '三高' 덫 걸린 내수 신음
전문가 "내수 해결책은 집값을 낮추는 것 뿐"

수출은 기대치를 뛰어넘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끌어올릴 만큼 호조세인데 내수는 극심한 침체 모드다.

 

고물가·고환율·고금리, 이른바 '삼고(三高) 현상'은 해결될 기미조차 보이지 않아 가계의 시름은 깊어만 가는 상황이다.

 

23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IB)인 UBS는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최근 2.0%에서 2.3%로 상향조정했다. 씨티는 2.0%에서 2.2%로, HSBC는 1.9%에서 2.0%로 각각 전망치를 높였다.

 

세 글로벌 IB 모두 수출 호조를 경제성장률 상향의 주 배경으로 꼽았다. 특히 세계적으로 인공지능(AI)이 주목을 받으면서 한국의 반도체 수출이 가파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로 수출은 순풍에 돛 단 듯한 분위기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20일 수출액(통관 기준 잠정치)은 358억 달러로 전년동기 대비 11.1% 늘었다. 반도체 수출이 43.0% 급증했다. 월간 수출액은 지난해 10월부터 7개월 연속 증가세가 유력하다.

 

조익노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정책관은 "반도체·자동차·석유제품 등의 호조에 따라 수출이 두 자릿수 증가 흐름"이라며 "무역수지는 아직까지 26억4700만 달러 적자지만 월말에는 흑자전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4월까지 무역수지 흑자일 경우 지난해 6월부터 11개월 연속 흑자 행진이다.

 

씨티는 올해 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 비율 전망치를 3.4%에서 3.8%로 상향했다. 다만 이는 곧 수출 호조에 비해 내수가 침체란 뜻도 된다. 한국은행도 "수출이 예상보다 양호한 반면 소비, 건설투자 등 내수는 부진하다"고 진단했다.

 

내수는 삼고의 덫에 걸린 상태다. 한은에 따르면 3월 생산자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0.2% 올라 4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전년동월 대비로는 8개월 연속 오름세다.

 

전월 대비 농림수산품이 1.3% 뛰어 물가 상승을 견인했다. 배추(36.0%), 양파(18.9%), 돼지고기(11.9%), 김(19.8%) 등이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 서울시내 한 유통 매장에 사과가 진열된 모습. [뉴시스]

 

한국은 세계적으로도 유난히 과일·채소 가격 상승률이 높다. 노무라증권에 따르면 주요 7개국인 G7(미국·일본·영국·캐나다·독일·프랑스·이탈리아)과 유로존, 한국, 대만 등의 올해 1분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비교한 결과 한국(3.0%)이 영국(3.5%)과 미국(3.3%)에 이어 세 번째로 높았다.

 

한국의 과일류 가격 상승률은 1∼3월 월평균 36.9%로 압도적 1위였다. 2위 대만(14.7%)의 2.5배에 달했다. 채소류 가격 상승률도 한국(10.7%)이 가장 높았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과일·채소 가격 급등에 대해 "이상기후뿐 아니라 하우스 등 시설재배 비중이 커지면서 에너지 가격과 농산물 가격이 연동되는 경향, 유통 구조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연초 70달러대 초중반이던 국제유가는 최근 80~90달러대까지 뛰어 국내 물가를 압박하고 있다. 정부의 유류세 인하 연장에도 휘발유 가격은 리터(ℓ)당 1700원에 육박하고 곧 1800원을 넘길 거란 전망도 나온다.

 

이상기후로 인한 농산물 작황 부진,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 플러스(OPEC+)'의 감산 조치 등이 지속되면서 고물가는 당분간 진정되기 어려워 보인다. 하반기 전기·가스 요금 인상이 불가피한 점도 두통거리다.

 

원·달러 환율은 1300원대 후반으로 올라 1400원 선을 위협 중이다. 미국 경제는 탄탄하고 물가상승률이 높아 연방준비제도(Fed)가 긴축 기조를 풀지 않으니 금리가 내려갈 가능성도 높지 않다.

 

수출 대기업들은 호황이지만 가계는 삼고에 신음하고 있다. 가처분소득이 적으니 소비가 살아나기 힘들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현재 삼고는 모두 외부 요인이라 정부가 마땅한 해결책을 찾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독립증권리서치사 더프레미어 강관우 대표는 "경기는 침체인데 물가는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이 지속되면서 중산층이 사라져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민생을 돕기 위해 약 13조 원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 1인당 25만 원씩 민생회복지원금을 주자고 주장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언 발에 오줌 누기'에 불과할 뿐이라며 고개를 젓는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금을 받은 사람들이 일시적으로 기분 좋아질 수는 있지만 추경은 물가와 금리를 자극해 장기적으로 더 큰 고통을 안길 것"이라고 관측했다.

 

돈이 풀리면 그만큼 물가가 뛸 가능성이 높다. 또 추경을 편성하려면 국채를 발행해야 하므로 채권시장에 공급이 늘어난다. 자연히 채권 가격이 내려가면서 금리 상승을 부추긴다는 지적이다. 채권 가격과 금리는 거꾸로 움직인다.

 

김 교수는 "내수 해결책은 집값을 낮추는 것뿐"이라며 "가계의 주택 마련 부담을 줄여야 소비자 살아나고 투자도 촉진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강 대표도 추경에 부정적인 의사를 표하며 "거꾸로 세출을 줄이고 세입을 늘려야 한다"고 제언했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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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성 /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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