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 향후 9개월이 생사 가른다

김이현 / 2018-12-19 07:32:52
위탁생산 중인 닛산 ‘로그’ 계약 만료
“경제적 타격 최소화하기 위해 만반의 준비해야”

“르노 삼성도 지금부터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야 한다. GM의 군산공장은 르노 삼성에 있어서 반면교사가 될 수 있다.” 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르노 삼성이 맞이할 내년 9월을 우려했다.

 

▲ 2014년 9월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에서 생산된 닛산의 크로스오버차량 ‘로그’가 첫 수출길에 올랐다. [뉴시스]


르노삼성의 가장 큰 이슈는 내년에 있을 ‘신차 배정’이다. 일본 닛산과 동맹(얼라이언스)을 맺고 있는 르노는 닛산의 소형 SUV ‘로그’의 생산을 부산 공장에 위탁했다. 르노삼성은 2014년부터 생산한 로그 덕분에 안정적인 운영을 이어왔다. 지난해 르노삼성은 로그 판매로 4016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하지만 내년 9월부터는 상황이 달라진다. 로그의 위탁생산이 내년 9월 만료되기 때문이다. 로그 물량이 사라지면 공장 가동률도 절반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생산량이 급감할 위기에 처한 것이다.

 

여기에 최근 2년간 닛산 로그 수출량도 하락했다. 로그의 수출량은 지난해 12만3202대로 2016년(13만6309대) 대비 9.6% 감소했다. 올해 1~11월 수출량(10만68대)도 지난해 동일한 기간(10만9696대)보다 8.8% 줄었다. 르노삼성 부산 공장 생산량의 절반(46.7%)에 가까운 로그의 후속 모델을 찾고 불확실성을 제거해야 하는 시점이다.


르노삼성이 타격을 받게 되면 악영향은 지역경제로 옮겨붙는다. 약 2500명의 생산직 근로자가 근무 중인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에선 연간 15~20만대의 차량을 생산 중이다. 닛산 로그가 빠져나가면 자동차 경기의 급강하 국면이 불가피한 셈이다.


특히 직접적인 영향권에 있는 부산·경남 르노삼성 협력 업체들의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150여 곳에 달하는 부산·경남 협력업체들의 협력사 매출만 1조3791억원에 달한다. 이들이 전체 협력사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0%에 육박할 만큼 높다. 르노삼성에 따르면 150여 부산·경남 협력업체들의 고용 효과는 2만 3800명으로 추산된다. 가뜩이나 올해 르노삼성의 매출이 지난해보다 15% 넘게 떨어진 상황이라 협력업체의 위기감은 더하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르노삼성의 경우는 지역특성상 군산의 GM공장처럼 큰 포션을 차지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직접 고용인원이나 전용부품을 납품하는 기업체들은 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지역경제면에서 소득하락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 한국GM 군산공장이 문을 닫은 후 부품사들까지 영향을 받고 직원들이 떠나면서 군산 경제는 큰 타격을 입었다. 군산 GM공장의 붕괴가 되풀이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르노 삼성이 글로벌 본사의 전략과 방향에 따라 언제든 회사가 문 닫을 수 있는 바람 앞 등불 신세로 전락한 것이다.

 

▲ 11월 23일 르노삼성자동차 도미니크 시뇨라 사장이 대구 달성군 구지면 지능형자동차부품진흥원에서 열린 '르노그룹 차량시험센터 개소식'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한국을 방문했던 도미니크 시뇨라 르노삼성 사장은 지난달 26일 “부산공장 가동률을 높이기 위해서 신차 개발을 계속하고 있다”며 “출시 일정을 공개하는 건 곤란하지만, 전기차 등이 중장기적으로 차지하는 비중은 계속 커질 것이다”고 말했다. 장기적 해답으로 전기차·자율주행차 등 미래차 비중을 언급한 셈이다.


르노삼성은 이에 대한 해법을 제시했다. 초소형 전기차 ‘트위지’ 생산라인의 부산공장 이전을 놓고 부산시와 막바지 조율을 벌이고 있다. 현재 스페인 바야돌리드공장에서 가동 중인 트위지 생산라인을 국내로 옮긴다는 계획이다. 유럽시장 판매 저조와 그에 상반되는 국내 상승세, 로그 계약 만료 등을 따져본 결과로 풀이된다.


하지만 트위지 대체 양산만으로 조업일수 감소분을 메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국내에서 입지가 좁은 트위지는 올해 누적 판매량 1200대를 넘지 못했다. 2016년 말까지 전세계 누적 판매량을 따져 봐도 2만대가 채 안 된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관계자는 “로그는 북미 수출이 많이 되는 차종이고, 트위지는 전기차다. 차종만 봐도 단순히 비교할 수 있는 사항은 아닌 듯하다”면서 “로그가 연간 10만대까지 팔리는데 물량이나 수출 부분까지 커버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신차 배정에 있어서도 상황은 쉬워 보이지 않는다. 2013년 르노그룹 내 생산성 순위 25위였던 부산공장이 닛산 로그 생산 계약을 맺을 수 있었던 것은 당시 일본의 공장보다 뛰어난 생산성이었다. 하지만 최근 일본 공장들은 엔저를 등에 업으며 가격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여기에 진 카를로스 곤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회장이 재판에 넘어간 것도 악재로 분석된다. 닛산로그 물량을 확보할 때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진 곤 회장은 최근 소득신고를 500억이나 누락한 혐의로 일본 검찰에 체포됐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닛산 로그 위탁생산 계약이 만료되면 연장이 어려울 수 있다”는 추측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노조와의 임금단체협상도 난항을 겪고 있다. 르노삼성은 국내 완성차 5개사 중 노조와 임금단체협상을 마무리 짓지 못한 유일한 곳이다. 노조는 지난 10월 초 사측의 임금 인상 거절을 이유로 4년 만에 파업을 결정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전반적인 철수는 아니더라도 생산시설의 축소나 인력감축의 구조조정은 빠른 시일내 다가올 수도 있다”면서 “르노 삼성은 해외의 다른 공장들과의 생산성과 인건비 등을 비교해서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언제든 정리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KPI뉴스 / 김이현 기자 kyh@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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