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멋있게 지면 무슨 소용"…'병립형 회귀' 시사에 野 발칵

박지은 / 2023-11-29 17:18:23
"이상적 주장하다 총선 질 수도"…"병립형 굳힌 듯" 관측
총선 승리 현실론 고려해 '준연동형' 공약서 후퇴 가능성
비명계, 성명 내고 "대선 후보 시절 약속을 어겼다" 직격
김영진·진성준, 현실 들어 반박…李, 이날 묵묵부답 일관

더불어민주당이 선거제 개편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민주당은 현재 비례대표 배분 방식과 관련해 현행 준연동형 비례제를 유지하는 방안과 병립형으로 회귀하는 방안을 놓고 연일 갑론을박을 벌이는 중이다.

 

이해가 첨예하게 맞서는 선거제 개편은 계파·지역·선수 등을 둘러싸고 파열음이 커질 수밖에 없는 뜨거운 감자다. 최종 결정 권한은 이재명 대표가 쥐고 있다.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왼쪽)가 29일 국회 민주당 대표실을 예방한 정의당 김준우 비대위원장이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그런 이 대표가 '병립형 선거제 회귀'를 시사하는 발언을 하자 당이 발칵 뒤집어졌다. 이 대표는 지난 28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 생방송에서 내년 총선과 관련해 "선거는 승부"라며 "이상적 주장으로 멋있게 지면 무슨 소용인가"라며 "지금 우리가 처한 상황은 엄혹하다"고 말했다. 

 

이어 "총선에서 1당을 놓치거나 과반을 확보하지 못하면 정부·여당의 폭주를 막을 수 없다"며 "정상적인 정치가 작동한다면 국민 정서를 고려해 적절하게 타협했을 것이나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당내에선 "이 대표가 총선 승리를 위해 병립형 선거제로 회귀하려는 마음을 굳힌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현행 제도를 유지하자는 쪽은 이 대표가 대선 당시 총선용 위성정당을 방지하기 위한 연동형 및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약속한 만큼 이를 지키라고 압박하고 있다.

 

그러나 원내 1당 유지를 위해선 병립형 채택이 불가피하다는 현실론도 만만치 않다. '명분이냐 실리냐'의 고민 속에 이 대표가 실리 쪽으로 기운 듯한 모습으로 비친다.

 

비명계는 이 대표를 향해 "대선 후보 시절 약속을 어겼다"고 직격했다. 김종민·윤영찬·이원욱·조응천 의원이 속한 비명계 모임 '원칙과 상식'은 29일 논평을 내고 "국회의원 배지 한 번 더 달겠다고, 국민의힘 이겨보겠다고 결의 따위 약속 따위 모른척하면 그만이냐"고 지적했다.

 

이들은 민주당이 지난해 2월 연동형 비례제 강화, 위성정당 금지를 당론으로 채택한 사실을 거론하며 "말 바꾸는 것도 모자라 이제 대놓고 거꾸로 갈 작정인가"라고 날을 세웠다.

 

김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선거 승리를 위해 국민과 한 약속을 저버리고 선거제 퇴행으로 가겠단 이야기"라며 "이재명식 정치에 반대한다. 소탐대실의 길"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당 대표 정무실장인 김영진 의원은 SBS라디오에서 "잘못된 것이었다면 인정하고 여야가 합의해가자는 정신을 살려야 한다. 이제는 민주당이 결자해지해야 한다"며 병립형 논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진성준 의원은 CBS라디오에서 "(공약 파기 시) 국민의 지탄이 무섭지만, 정치의 이상과 당면한 현실 중 무엇이 선제적 과제인지를 비교해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전날과 달리 이날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이 대표는 이날 정의당 김준우 비대위원장의 예방을 받았다. 김 위원장이 준연동형 비례제 유지를 요구했으나 이 대표는 답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국회 당 대표실 앞에서 "병립형으로 결심하셨나" "연동형 당론 채택 검토는 없느냐"는 취재진 질문에도 답하지 않았다.

 

민주당은 당초 이날 열려고 했던 선거제 논의를 위한 의원총회를 하루 미뤘다. 30일 의총은 격론장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KPI뉴스 / 박지은 기자 pje@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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