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탓 인플레 우려 커져…채권금리 상승세라 대출금리 더 뛸 듯
한 모(44·남) 씨는 2021년 3월 말 6억 원의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지금 사는 아파트를 샀다. 꽤 무리한 대출이었지만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 당시 집값이 가파르게 치솟는 터라 미적대다가는 영영 '내 집 마련'을 못할 것 같았다.
30년 만기, 연 2.95% 고정금리로 은행에 매월 내는 원리금은 약 251만 원이었다. 부담이 무거워 허리띠를 졸라매야 했다.
그런데 며칠 전 금리 고정 기간(5년)이 끝나고 새로운 대출금리를 통보받았다. 한 씨는 눈을 의심했다. 금리가 연 6.01%로 치솟은 것이다. 원리금도 매월 약 322만 원으로 불어났다.
가뜩이나 물가가 너무 뛰어 생활고가 심한데 원리금 부담이 월 70만 원 넘게 급증하니 견디기 힘들어졌다. 한 씨는 "집을 팔아야 하나"란 고민에 매일 잠을 설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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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산에서 내려다본 서울 아파트숲. [이상훈 선임기자] |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고공비행 중이다. 5년 전 '영끌'(영혼까지 끌어 모은) 투자를 했던 차주들은 금리 고정 기간이 끝나자마자 갑자기 치솟은 원리금 부담에 허덕이고 있다.
3일 KPI뉴스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 은행 자료를 취합한 바에 따르면 이날 기준 5대 은행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4.42~7.02%다. 이미 지난달 말부터 고정금리 상단이 7%를 넘었는데 이는 2022년 10월 이후 3년5개월 만이다.
5년 전인 2021년 3월 말에는 5대 은행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연 2.45~4.04%였다. 그때에 비해 하단은 1.97%포인트, 상단은 2.98%포인트씩 올랐다. 차이가 워낙 크니 차주들은 충격받을 수밖에 없다.
한 시중은행 여신 담당 직원은 "5년 전에 주택담보대출 금리 연 4%는 꽤 높은 편이었다"며 "그러나 지금은 연 4%로 빌릴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영끌 차주들에게 더 우울한 것은 금리가 상승세란 점이다. 지난달 중순(연 4.16~6.76%)과 비교해도 3주 새 상·하단이 모두 0.26%포인트씩 올랐다.
고정형 주택담보대출의 준거금리로 주로 쓰이는 금융채 5년물 금리가 뛴 영향이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달 초 연 3.72%였던 금융채 5년물 금리는 이달 2일 연 3.96%로 0.24%포인트 상승했다.
은행 대출금리는 보통 '준거금리+가산금리-우대금리'로 산정된다. 준거금리는 시중금리에 따라 움직인다. 가산금리는 인건비, 점포 임대료 등 은행의 비용에 이익을 더한 값으로 각 은행이 자율적으로 책정한다. 우대금리는 고소득·고신용자 등에게 제공하는 혜택이다. 즉, 준거금리가 오르면 은행 대출금리도 상승한다.
한 시중은행 채권 딜러는 "'미국·이스라엘-이란 전쟁' 영향이 지대하다"고 강조했다. 전쟁 전 배럴당 60~70달러대이던 국제유가가 최근 100~110달러대로 솟구치면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졌다.
그는 "물가상승률 확대 걱정이 커지니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리지 못할 것으로 예측되면서 채권금리가 상방 압력을 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과거 한은 금리인하 기대감이 선반영돼 채권금리가 하락했다가 기대감이 식으니 상승한다는 분석이다. 이어 "미국 국채 금리 상승도 국내 채권금리에 영향을 끼쳤다"며 "전쟁이 장기화되면 한은이 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예상도 일부 반영된 듯하다"고 덧붙였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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