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특검법' 野 단독처리 vs 尹 거부권 행사키로…극한대치

박지은 / 2023-12-28 17:03:46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특검…野 180명 전원 찬성
'대장동 50억 클럽' 특검법도 통과…與 "총선 악용 분명"
대통령실 "즉각 거부권 행사"…네번째 재의 표결 수순
재의 표결 시 與 공천 탈락자 '반란표' 가능성…與 긴장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특별검사 임명에 관한 법률안(김건희 특검법)을 단독 처리했다.

 

야당은 이날 대장동 개발사업 '50억 클럽' 뇌물 의혹을 수사할 특검 임명을 위한 법안도 일방 처리했다.  

 

▲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이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되고 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야당의 법안 처리 강행에 반발해 집단 퇴장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은 이른바 '쌍특검'으로 불리는 이들 2개 법안이 정부로 이송되는 대로 즉각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방침이라고 대통령실 이도운 홍보수석이 밝혔다.

 

양곡관리법 개정안, 간호법 제정안, 노란봉투법·방송3법과 마찬가지로 거대 야당이 법안 처리를 밀어붙이고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하는 '강 대 강' 대결 정국이 되풀이될 전망이다.

 

특히 민주당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김건희 여사 문제를 계속 쟁점화할 방침이어서 여야가 '쌍특검'을 놓고 극한 대치를 이어가며 정국은 급랭할 가능성이 높다.

 

'김건희 특검법'은 이날 본회의 표결에서 민주당(167석)과 정의당(6석) 등 야당 의원 180명이 참여해 전원 찬성으로 가결됐다. 앞서 야당이 추진한 대장동 50억 클럽 특검법도 재석 181명 전원 찬성으로 통과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반대토론에 나서 "총선용 악법"이라고 주장한 뒤 퇴장해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야당은 본회의에 김건희 특검법 수정안을 상정해 의결했다. 당초 특검법 3조에선 특검 후보 추천 주체를 '대통령 자신이 소속된 교섭단체를 제외한 교섭단체와 교섭단체가 아닌 원내정당들'로 명시했다. 야당만 특검 후보를 추천할 수 있게 한 조항이다. 

 

야당은 이 부분을 '대통령 자신이 소속되거나 소속되었던 정당의 교섭단체를 제외한 교섭단체와 교섭단체가 아닌 원내정당 중 의석이 가장 많은 정당'으로 바꿨다. 특검 후보 추천권을 야당 중에서도 민주당과 정의당에게만 부여해 윤 대통령 탈당으로 국민의힘이 여당에서 벗어나도 검사 추천을 할 수 없도록 원천 봉쇄한 것이다.

 

이런 특검 후보 추천권 제한은 독소조항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국민의힘은 여야 합의 없는 특검 후보자 추천이 중립성을 위반한다고 강력 반발했다.

 

여당은 특검이 피의사실 이외의 수사 과정에 관한 언론 브리핑을 실시할 수 있게 한 조항(특검법 12조)에도 "선거 기간에 수사를 생중계하겠다는 것"이라며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야권에선 이번 특검에서 명품백 수수 의혹 수사까지 해야한다는 주장이 나오는데, "완전 별개 사안"이라는 반박이 만만치 않다. 

 

도이치모터스 의혹은 지난 2010, 2011년 김 여사를 비롯한 투자자들 공모로 도이치모터스 주가에 시세조종이 이뤄졌다는 의혹이다. 법률안은 지난 4월 민주당 주도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지정됐다. 이후 본회의 숙려기간인 60일이 지나 이날 본회의에 자동 상정됐다.

 

또다른 특검법은 화천대유·성남의뜰 관련자들의 '50억 클럽' 의혹 관련 불법 로비와 뇌물 제공 행위, 사업자금 관련 불법 행위, 수사 과정에서 추가로 인지된 사건 등에 대해 특검이 수사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헌법 53조에 따라 국회에서 의결된 법안은 정부에 이송돼 15일 이내 대통령이 공포하게 돼 있다. 그러나 쌍특검에 대해 국민의힘은 본회의장 밖에서 규탄대회를 열어 쌍특검법을 "총선용 민심 교란", "이재명 방탄용 악법"이라고 규정하며 윤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했다.

 

▲ 국민의힘 의원들이 28일 국회에서 특검법 강행처리 규탄대회를 열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대통령실은 곧바로 거부권 행사 방침을 공식화하면서 법안은 공포되지 않고 다시 국회로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이도운 홍보수석은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은 법안이 정부로 이송되는 대로 즉각 거부권을 행사할 것임을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앞서 세번의 거부권 행사 때와 달리 이번에는 법안이 정부에 이송되기도 전 거부권 입장을 밝혔는데,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그 만큼 거부감이 강한 것으로 읽힌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거부권 행사 배경에 대해 "지금까지 특검은 여야가 합의로 처리했다"며 "이렇게 선거 직전에 노골적으로 선거를 겨냥해 통과시킨 경우는 처음"이라고 지적했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이 국회에서 다시 의결되려면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111석의 국민의힘이 반대하면 통과가 불가능하다.

 

문제는 국민의힘에서 내분이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재의 표결은 언제까지 해야 한다는 시한 제한이 없다. 민주당이 이점을 노려 국민의힘에서 공천 탈락자가 대거 발생할 때까지 기다릴 수 있다. 당에 불만을 품은 낙천 의원들이 재의 표결에서 무더기로 반란표를 던지면 여권으로선 최악의 가결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날 쌍특검 표결을 보면 여당 의원 19명, 20명이 이탈하면 재의결에 필요한 200표가 나올 수 있다. 재의 표결을 통과한 법엔 대통령도 거부권을 쓸 수 없다. 특검 수사가 시작되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긴장하며 여론전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KPI뉴스 / 박지은 기자 pje@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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