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거래일 내 갚아야 하는 미수는 위험도 커…자제해야"
남 모(45·남) 씨는 본래 주식 투자를 안 하다가 지난달 포모(FOMO·소외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를 느껴 증권계좌를 개설했다. 신용대출이 이미 중단된 터라 미수거래 위주로 했는데 지난달엔 제법 재미가 좋았다. 초단기 외상거래로 상당한 수익을 거둔 남 씨는 점점 배포가 커졌다.
지난 2일 삼성전자 주가는 오르는데 SK하이닉스는 거꾸로 떨어지자 남 씨는 기회라고 판단했다. 당시 남 씨 예치금은 약 1억 원이었는데, 이 돈을 전부 쏟아 붓는 건 물론, 미수거래까지 최대한 끌어당겨 주식을 샀다.
'미수'란 증권사에서 초단기(2~3일)로 주식 매수 자금을 빌리는 것을 말한다. 미수거래 규모는 증거금률에 따라 달라진다. 증권사들은 종목별로 증거금률을 다르게 적용하는데, 증거금률 20%면 내 예치금의 5배까지, 40%면 2.5배까지 가능하다.
남 씨가 거래하는 증권사는 SK하이닉스를 우량주로 분류해놓아 미수거래 증거금률이 20%에 불과했다. 그래서 남 씨는 예치금 1억에 미수 4억을 더해 SK하이닉스 주식 약 5억 원어치를 한꺼번에 살 수 있었다. 평균 매수가는 주당 약 229만 원이었다.
그러나 대박 기대는 쪽박의 악몽이 되어버렸다. 3일 지방선거로 휴장한 뒤 '브로드컴 쇼크'가 터져 4일 SK하이닉스 주가는 하락했고, 5일 주가는 훨씬 크게 폭락했다. 남 씨는 '손절'(손실을 감수하고 주식을 매도하는 행위) 타이밍조차 놓쳤다.
남 씨는 증권사에 "기다리면 주가가 다시 회복할 테니 며칠만 기다려달라"고 통사정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미수거래로 발생한 빚을 갚아야 하는 2거래일이 지나자 증권사는 즉시 반대매매를 실행했다.
남 씨가 보유한 모든 SK하이닉스 주식은 '블랙먼데이'였던 8일 시초가(약 186만 원)로 팔렸다. 남 씨의 손실률은 20%에 가까웠다. 5배 미수거래를 했으니 손실 규모가 됐다. 남 씨는 1억 원 가까운 돈이 순식간에 사라지는 걸 보면서 망연자실했다. "너무 무모한 짓을 저질렀다"고 후회했다.
남 씨 사례가 생생히 보여주듯 미수거래는 위험하다. 미수거래하고 2영업일 뒤까지 증권사에서 빌린 돈을 갚아야 한다. 그 사이 주가가 오르면 괜찮지만 주가가 하락해서 미처 갚지 못할 경우 증권사는 그 다음 거래일 장이 열리자마자 반대매매를 실행한다.
한 증권사 실무자는 "지난 며칠 간 주가 하락폭이 꽤 커서 반대매매도 심해질 듯하다"며 "8일과 9일은 미수금 대비 반대매매 비중이 더 확대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독립증권리서치사 더프레미어 강관우 대표는 "섣부른 미수거래로 자칫 큰 손해를 입을 수 있다"며 자제할 것을 권했다.
지난 4~8일, 3거래일 동안 코스피가 1300포인트 넘게 빠지는 등 증시가 침체되면서 반대매매 공포는 커졌다. 9일 금융투자협회 종합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미수금 대비 반대매매 비중은 9.1%를 기록했다. 전날(1.8%)보다 5배 이상 뛰어올랐다.
미수금 규모도 꽤 크다. 지난 4일 기준 미수금 규모는 1조8293억 원으로 지난달 27일(1조1541억 원)에 비해 5거래일 만에 58.5% 급증했다. 5일에도 1조6885억 원으로 상당한 수준이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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