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이재명 문병 "결기 보였으니 단식 그만"…李 "죄송하다"

박지은 / 2023-09-19 17:22:06
27분간 병문안…文, 李 머리 쓰다듬으며 대화
文 "혼자 몸 아니다…빨리 기운차려 또 싸워야"
李 "세상 망가지는 것같아 단식할 수밖에 없었다"
민주, 文 방문이 李 단식 중단 출구 될지 주목

문재인 전 대통령은 19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문병했다.

 

이 대표는 단식 중 건강 악화로 전날 병원에 입원했다. 문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29분쯤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을 찾아 이 대표를 27분가량 만났다. 

 

▲ 문재인 전 대통령이 19일 오후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을 찾아 입원 중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만나고 있다. [뉴시스]

 

민주당은 이 대표가 입원 중에도 단식을 이어갈 것이라고 전했다. 이날로 단식 20일째다. 


문 전 대통령은 병원 관계자의 안내를 받아 이 대표 병실을 찾았다. 문 전 대통령은 이 대표 머리를 쓰다듬으며 손을 꼭 잡은 채 침대 옆에 앉아 대화를 이어나갔다.

 

문 전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링거랑 수액만 맞고 곡기는 여전히 안 한다면서"라며 '병상 단식' 중인 이 대표에게 안부부터 물었다.

이 대표는 크지 않은 목소리로 "생각이 없어가지고"라며 말끝을 흐렸다. 이 대표는 단식 장기화로 목소리를 크게 내지 못하는 상태였다. 

 

문 전 대통령은 "내가 열흘 단식을 했는데도 힘들었다"며 "지금 20일째인데 얼마나 힘들까 싶다"고 위로했다. 또 "그런 마음은 우리가 충분히 공감한다. 또 같은 마음을 갖고 있다"며 "이 단식의 진정성이나 결기는 충분히 보였다"고 말했다.


이어 "아마 지금 하는 일에 대해서도 길게 싸워나가야 하고 이제 국면도 달라지기도 한다"며 "빨리 기운 차려서 또 다른 모습으로 다시 싸우는 게 필요한 시기인 것 같다"고 강조했다. 단식 중단을 권유한 것이다.

이 대표는 윤석열 정권과 여당을 겨냥한 듯 "무슨 생각으로 정치를 하는지 모르겠다"는 취지로 말했다.

 

문 전 대통령은 "만류하고 싶다"며 "이제 이 대표는 혼자가 아니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함께 아파하고 안타까워 하고, 다시 일어서기를 바라고 있다. 늘 그것을 생각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 대표는 "잘 알겠습니다"라고만 답하고 단식을 중단하겠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고 한민수 대변인이 병원 앞에서 취재진에게 전했다. 이 대표는 "세상이 망가지는 것 같고, 끝없이 떨어지는 나락 같아 단식을 할 수밖에 없었다"며 "이런 걸음까지 하시게 해서 죄송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한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두 분은 대화를 나누는 동안 두 손을 꼭 잡고 손을 놓지 않았다"며 "대통령은 천준호 비서실장과 병원장에게 '주변에서 이럴 때일수록 단식을 그만두게 해야 한다', '대표가 단식을 중단할 수 있게 병원에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 대변인은 "이 대표는 '끝없이 떨어지는 나락같다', '세상이 망가지고 있다', '그래서 단식을 할 수밖에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며 "'문 전 대통령이 전화도 주고 중단해달라는 말씀도 전해주시고 이런 걸음까지 하게 해서 죄송하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문 전 대통령은 이 대표 단식 2일째던 지난 1일 전화를 걸어 "윤석열 정부의 폭주가 너무 심해 제1야당 대표가 단식하는 상황이 염려스럽다. 건강을 잘 챙기라"고 격려한 바 있다. 지난 13일엔 노영민 전 청와대 비서실장을 통해 이 대표의 건강을 우려하며 단식 중단을 요청했다.


민주당은 이 대표가 단식을 중단할 명분을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문 전 대통령 방문이 단식의 '출구'가 될 수 있을지 주목하는 기류다.

 

이 대표는 단식 19일째인 전날 혈당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등 몸 상태가 악화해 국회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가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으로 옮겨졌다.

문 전 대통령은 이날 9·19 평양공동선언 5주년 기념 행사 참석차 퇴임 후 처음으로 서울을 찾았다.

 

KPI뉴스 / 박지은 기자 pje@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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