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차공유 서비스 확산하면서 갈등 지속…"정부가 적극 중재해야"

'혁신'과 '약탈'. 차량 이동 서비스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최근의 논쟁에는 두 단어가 대립한다. 한쪽에서 '미래 먹거리'를 주장하면, 다른 쪽에서는 '생태계 파괴'라고 비난한다. 혁신을 외쳤던 유명인들도 공방에 가세했다. 이재웅 쏘카 대표가 목숨을 던져가며 반대하는 택시기사들을 향해 '모진 소리'를 하자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무례하고 이기적"이라고 비난했다. 네이버 공동창업자인 김정호 베어베터 대표도 거들었다. 이 대표를 향해 "4차 산업이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 날로 먹으려 들면 안된다. 누군 혁신가 아닌가"라며 '화살'을 날렸다. 서로 다른 혁신론만 '팽팽'할 뿐 갈등은 봉합되지 않는 상황이다.
승차공유 서비스 나올 때마다 갈등 반복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택시를 이용하려는 사람은 길에서 택시를 잡았다. 멀리서 보이는 '빈차' 표시에 손을 흔들어야 했다. 이제 풍경이 달라졌다. 차량이나 택시 호출 앱으로 클릭한다. 목적지까지 예상 요금과 소요 시간 등 정보가 상세하게 나온다. 기술 변화에 따라 소비의 패러다임이 바뀐 것이다.
이때 맞물려 등장한 게 '공유차량'이다. 국내에서 승차공유 서비스는 시작과 함께 갈등을 동반했다. 시작은 '우버'였다. 우버는 전 세계 모빌리티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였지만 국내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다. 2013년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이듬해 국토교통부가 서울시에 단속을 지시하고 택시노조가 대규모 반대 시위를 했기 때문이다.
뒤이어 논란이 된 건 '카카오 카풀'이다. 지난해 12월 카카오는 카풀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다. 택시업계는 생존권을 주장하면서 격렬히 반대했다. 극심한 갈등이 계속되자 정부와 여러 단체는 사회적 대타협기구를 구성했다. 카카오는 출퇴근 시간에만 한시적으로 허용하는 등 의 내용이 담긴 합의안을 도출하면서 갈등은 일단락되는 듯했다.
불씨는 다시 승합차 공유 서비스 '타다'로 옮겨 붙었다. 플랫폼 사업자만 바뀌었을 뿐 승차공유 서비스와 택시업계 간 갈등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택시업계는 타다를 '불법 유상운송 행위'로 고소한 상태다.

법 예외조항 해석 놓고 의견 분분
양측 입장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택시업계에서 봤을 때 타다는 '무면허 택시' 영업이다. 기본적으로 렌터카는 택시 같은 영업 행위가 금지돼 있다. 현행법상 길에서 손을 흔드는 고객을 태우고 목적지까지 이동해 돈을 받는 것은 택시사업자가 아니면 불법이다. 그런데 예외 조항이 있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상에는 '승차정원 11인승 이상 15인승 이하인 승합자동차를 임차하는 사람'에게는 운전자 알선을 허용한다고 돼 있다. 여러 사람이 큰 차를 렌트할 때 일행 중 1종 보통 면허가 없을 수도 있고, 외국인들이 국내 운전이 쉽지 않은 경우를 상정해 예외를 둔 것이다.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한 조치였다.
타다는 이 같은 예외 조항을 파고들었다. 타다 차량이 모두 11인승 승합차인 까닭이다. 렌터카 업체를 설립하고 11인승 차량 운전자를 실시간 알선하는, 이른바 '렌터카를 이용한 운송영업'이 타다 서비스다. 법망의 빈틈을 파고든, 그래서 불법은 아닌 사실상의 택시영업인 셈이다. 아이디어는 기발하지만 과연 혁신인지 의심케 하는 이유다. 생존권을 위협받는 택시업계는 예외 조항을 악용한 사실상 불법이라며 극렬 저항중이다.

뚝 떨어진 '면허값'에 불안한 택시업계
통계청에 따르면 전국 택시 종사자수는 27만 명이다. 서울에만 8만1957명이 택시기사로 일한다. 개인택시는 5만 대 가량이다. 고령 운전자는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60대 개인택시 운전자는 8만1446명이었다. 개인택시 운전기사 총 16만3253명 중 64.1%(10만4664명)가 60대 이상이었다. 서울도 전체 택시기사 중 65세 이상 기사가 2만6977명(33%)에 달했다.
택시업계가 투쟁 수위를 높이는 이유를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이들은 미래 먹거리가 아니라 당장 불안한 미래를 걱정한다. 택시는 면허제다. '번호판 가격'이라 불리는 개인택시 면허는 개인 간 양도 양수 형태로 거래된다. 면허를 판매하는 사람과 사는 사람이 일대 일로 연결된다는 뜻이다. 일종의 퇴직금인 면허 값이 떨어지자 불안감이 엄습한 것이다.
택시업계에 따르면 면허 값은 작년말까지만 해도 9500만 원 정도였다. 그러나 승차공유 서비스 도입이 본격 논의된 뒤 현재 6400만 원 선까지 떨어졌다. 개인택시 기사 이상국(60) 씨는 "면허값 문제가 큰데, 지난해 말보다 3000만 원 넘게 떨어졌다"면서 "마지막으로 찾는 일자리가 택시인데 날이 갈수록 걱정된다"고 말했다.
승차공유 서비스가 활성화될 기미가 보이자 공포감은 더 커졌다. 국철희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이사장은 "렌터카와 택시를 합하면 100만 대인데, 택시는 규제가 층층이 쌓여 있다"고 말했다. 택시는 경유차 등록이 허용되지 않고, 합승도 불가능하다. 증차와 감차, 요금 등의 모든 결정권은 지방자치단체가 보유하고 있다. 안그래도 택시는 포화상태인데, 규제 없는 렌터카가 합세해 과잉경쟁으로 가면 택시산업 전체가 붕괴된다고 우려한다.

타다 회원수 60만 명 돌파…유사 서비스도 확산
현재 타다의 사업차량은 1000대에 불과하다. 이재웅 대표는 "타다는 전국 택시 매출의 1%도 안 되고 서울 택시 매출의 2%도 안 된다"고 말한다. 타다 이용료는 개인택시보다 20%가량 더 비싸다. 하지만 서비스 시행 7개월 만에 회원수 60만 명을 돌파했다. 서비스 차별화가 먹혀들었다는 방증이다. 타다 관계자는 "택시업계는 당장 타다 때문에 수입이 많이 떨어지기보다는 이미 포화상태이고, 예전부터 수입이 꾸준히 줄어온 상황"이라면서 "타다 프리미엄과 같은 상생방안이 있다"고 말했다. 타다 프리미엄은 준고급 택시 서비스로 법인택시와 개인택시 기사들이 참여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 흐름을 보면 해답이 나온다"면서 "소비자 중심으로 개편된 이동수단이 인기를 끄는 것처럼, 모빌리티 셰어링은 결국 길이 열릴 수밖에 없는 시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택시업계는 타다와 비슷한 서비스들이 우후죽순 늘어나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상황을 걱정하고 우려하는 것"이라면서 "그렇게 되면 면허값 하락 등 간접적 영향을 넘어 직접적으로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타다와 유사한 서비스인 '차차'와 '파파' 등은 현재 운행 중이거나 운행을 준비 중이다.
뒷짐진 정부…"적극적으로 나서서 중재해야"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사법당국의 판단을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법원이 불법으로 해석할 경우 타다 운행을 막고, 그렇지 않으면 유사한 서비스를 전면 허용하겠다는 의미다. 승차공유 서비스 지지 여론과 택시업계의 반발 모두 고려하지 않을 수는 없는 터다. 국토부 관계자는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국토부의 입장이나 의견이 공식적으로 나와버리면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지금 상황에서 따로 유권해석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과 교수는 "공유경제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법의 틈새를 활용할 수밖에 없고 그래서 타다가 나온 것"이라면서 "두 업계가 윈윈하려면 정부가 적극적으로 중재를 해야 하는데 등거리에서 쳐다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버 논란부터 지금까지 6년 동안 헤매고 있다"면서 "외국 사례를 분석하고 한국형 모델을 만들어 활성화하는 등 상생 방안을 마련해야지 모든 걸 법원에 의지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강경우 한양대 교통물류학과 교수는 "이미 서비스를 시행 중인 타다는 수차례 법적 문제가 없다고 확인을 받았는데 이제와서 잘못됐다고 취소할 수도 없는 일"이라면서 "정부가 책임을 져야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확한 데이터베이스를 근거로 해야 한다"면서 "교통전문가들이 피해본 측과 이익을 본 측의 정확한 정보를 공유하고, 이를 토대로 타협해야 한다"고 말했다.
KPI뉴스 / 김이현 기자 kyh@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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