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이태원 특별법' 거부권 행사…野 "비정한 대통령"

박지은 / 2024-01-30 16:50:52
野 일방 처리 법안에 취임 후 다섯 번째 재의요구
한 총리 "위헌 소지 있고 특조위 공정성 담보 안돼"
정부, 판결 전 배상금 지급 등 유족 지원 방안 발표
野 "국민 요구 거부한 것"…유가족 "역사에 남을 죄"

윤석열 대통령은 30일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및 피해자 권리보장을 위한 특별법안'에 대해 재의요구(거부)권을 행사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오후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이태원참사 특별법' 재의요구안을 재가했다"고 밝혔다. 

 

▲ 윤석열 대통령이 30일 경기 성남 판교제2테크노밸리 기업지원허브에서 '상생의 디지털, 국민권익 보호' 주제로 열린 일곱 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관련 영상을 시청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이번이 다섯번째다. 법안 수로는 9건째다.

 

이태원 참사 특별법안은 지난 2022년 10월 29일 핼러윈을 앞두고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일대에서 벌어진 압사 사고의 책임자 처벌을 위해 특별조사위원회를 설치하는 것 등이 골자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지난 9일 국회 본회의에서 일방 처리한 이태원특별법은 지난 19일 정부로 이송됐다.

 

정부는 이날 특별조사위의 업무 범위와 권한이 과도해 위헌 소지가 있고 특별조사위 구성 절차에 공정성·중립성이 담보되지 않았으며 소요될 예산이 막대하다는 점 등을 거부권 건의 사유로 들었다.

한 총리는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이태원 참사 특별법에 대해 "검·경의 수사 결과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명확한 근거도 없이 추가적인 조사를 위한 별도의 특조위를 설치하는 것이 과연 희생자와 유가족, 우리 국민께 어떤 의미가 있는지 깊이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며 "자칫 명분도 실익도 없이 국가 행정력과 재원을 소모하고 국민의 분열과 불신만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법안에 따라 특조위는 동행명령, 압수수색 의뢰와 같은 강력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데, 이는 헌법상 영장주의 원칙을 훼손할 뿐 아니라 그 과정에서 국민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할 소지가 크다"고 우려했다. "위원회를 구성하는 11명의 위원을 임명하는 절차에서도 공정성과 중립성이 훼손될 우려가 상당하다"고도 비판했다. 그러면서 "참사로 인한 아픔이 정쟁이나 위헌의 소지를 정당화하는 수단이 될 수는 없다"고 못박았다.

한 총리는 "여야 간에 특별법안의 문제가 되는 조문에 대해 다시 한 번 충분히 논의해주기를 요청한다"고 주문했다.

한 총리는 유가족과 피해자에 대해선 "조속히 일상을 회복하실 수 있도록 재정적, 심리적 지원을 확대하는 한편 안타까운 희생을 예우하고 온전히 추모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일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날 핼러윈 참사 피해자와 유족에게 관련 재판 확정 판결 전에 배상금을 미리 지급하고 생활 안정 지원금과 의료비·간병비 지원을 확대하는 내용의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참사로 신체적·정신적 피해를 입은 근로자에게는 '치유 휴직'을 지원하고, 피해자 대상 심리 안정 프로그램 등을 운영한다.

 

민주당은 "국민의 요구를 거부한 것"이라며 반발했다.

 

임오경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국민이 위임한 권한을 아내의 범죄 의혹을 은폐하는 수단으로 전락시킨 것으로 부족해 사회적 참사의 진실 규명을 요구하는 민의를 거부하는 수단으로 삼다니 참 지독한 대통령"이라고 공격했다. "재난을 막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해야 하는 것이 대통령의 가장 기본적인 책무이지만 윤 대통령은 기본책무를 부정했다"고도 했다.


임 원내대변인은 "윤석열 정부는 유가족의 진상규명 요구를 거부한 것도 모자라 배보상 운운하며 유가족을 모욕하지 말라"고 주문했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앞서 서울시청 앞 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방문해 "지난해 11월 윤 대통령과 만나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수용해달라고 부탁했고 현장 방문을 통해 유가족들과 피해자를 위로해달라고 했다"며 "그런데 결과는 정반대였다. 참 비정하다"고 비판했다.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유가협)와 시민대책회의는 정부의 특별법 재의요구안 의결에 대해 "윤 대통령과 정부 관료, 국민의힘 의원들은 무책임하고 어리석은 결정으로 역사에 남을 죄를 지었다"고 혹평했다.

 

▲ 이태원유가족협의회가 30일 서울광장 분향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가 국무회의에서 '10·29 이태원 참사 특별법'에 대한 대통령 거부권 행사안을 의결한데 대한 유가족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상훈 선임기자]

 

이들은 이날 오후 서울광장 분향소 앞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대통령의 거부권은 무제한으로 행사될 수 있는 권한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유족이 언제 재정적 지원과 배상을 요구했나"며 "유족이 바란 것은 오직 진상규명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정부는 유족 요구를 가장 모욕적인 방법으로 묵살했다"고 비판했다. 

 

재의요구 시한인 다음 달 3일을 앞두고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함에 따라 정부는 해당 법안을 국회로 돌려보내 재의결을 요구하게 된다.

 

KPI뉴스 / 박지은 기자 pje@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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