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회비 30만원서 천만원대로…등급별 매칭·코칭 구조 도입
서울 반포 한 고급 아파트 단지. 지하 커뮤니티 식당에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미혼 자녀를 둔 입주민들이었다. 곧 '소개팅 모임' 설명이 시작됐다. 같은 단지 안에서 인연을 이어보자는 취지로 마련된 자리였다. 원베일리 결혼위원회(이하 원결회)의 시작은 이랬다.
'소개팅 모임'은 3년이 흐른 지금 '기업'이 됐다. 대상은 강남 고급 아파트단지 전체로 확장되고, 가입비용은 최대 1100만 원대인 결혼 비즈니스로 진화했다.
원결회는 래미안 원베일리 입주민인 이태화 대표가 중심이 돼 시작됐다. 몇몇 입주민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자녀들끼리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는 자리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공감에서 출발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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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주민 중심으로 시작된 원베일리 결혼 커뮤니티 초기 안내 게시글.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
초기 모습은 단순했다. 지하 커뮤니티 식당에서 열린 설명회는 세 차례 진행됐고, 그때마다 약 150명씩 몰렸다. 참가자들은 같은 단지 주민이라는 공통점을 기반으로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갔다.
운영 방식도 '모임'에 가까웠다. 원베일리 입주민만 참여할 수 있었고, 가입비 10만 원과 연회비 30만 원을 내면 단체 미팅에 참여하는 구조였다. 별도의 매칭없이 현장에서 자유롭게 인연을 찾는 방식이었다.
그러다 변화가 시작됐다. 올해 2월부터 가입 대상이 서초구와 강남구 거주자로 확대됐다. 입주민 추천이 있으면 외부 참여도 가능해졌다. 압구정, 송파 등으로 참여 범위가 넓어졌고, 현재 가입자는 약 800명 수준이다. 남녀 비율은 4대 6 정도로 여성이 많다.
이 과정에서 원결회는 '노빌리티'라는 법인으로 전환됐다. 단지 내 소모임이 사업 구조를 갖춘 기업으로 바뀐 것이다.
운영 방식도 달라졌다. 현재는 베이직, 크라운, 임페리얼, 소버린 등 4단계 등급으로 운영된다.
베이직은 기존 원결회와 유사한 구조다. 행사장 대관과 세팅만 제공되고, 만남은 참가자 자율에 맡겨진다. 실제 행사에서는 참가자들이 직접 자리를 옮겨가며 대화를 나누고, 마음에 드는 상대가 있을 경우 운영 측에 요청해 연락처를 교환하는 방식이다.
단체 미팅은 연 4회 정도 진행되고, 부모 모임도 별도로 열린다. 비용은 약 60만 원 수준이며 행사마다 1인당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현장에서는 식사와 와인, 장소 대여 비용 등이 포함된다는 설명이다.
상위 등급으로 갈수록 분위기는 달라진다. 크라운 등급은 약 600만 원대로, 이 단계부터 1대 1 매칭과 코칭이 포함된다. 운영 측은 이 구간부터 기존 결혼정보회사(이하 결정사) 방식을 참고했다고 설명했다.
임페리얼 등급에서는 조건이 더 구체화된다. 부모 배경과 소득 수준까지 고려해 매칭이 이뤄지고, 상대방 취향에 맞춘 데이트 코칭도 제공된다. 실제로 어떤 장소를 선택할지, 대화 방식은 어떻게 가져갈지까지 조언이 이뤄진다는 설명이다.
최상위 등급인 소버린은 1000만 원대 비용이 책정돼 있다. 이 단계는 외부 노출을 꺼리는 고소득층 중심으로 운영된다. 상담도 별도 공간이 아닌 개인 자택에서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 프라이빗한 성격이 강하다.
상위 등급 가입자는 단체 미팅과 1대 1 매칭을 모두 이용할 수 있다. 매칭 횟수에는 제한이 없다. 단체 행사에서 만난 상대와 별도로 연결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변화는 수요에서 비롯됐다. 단체 미팅에 한계를 느낀 일부 부모들이 "비용을 더 내더라도 프라이빗하게 1대 1로 진행해달라"고 요구하면서 프로그램이 단계적으로 확장됐다.
성과도 나타났다. 현재까지 약 20쌍이 결혼에 이르렀고, 올해 들어서도 일부 커플이 결혼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운영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법인 전환 이후 서초 창업시설 입주를 추진했지만, 주민 반대와 제도적 요건 문제로 무산됐다. 이후 단지 인근으로 자리를 옮겨 현재는 임시 형태로 운영 중이다.
입주민들 사이에서는 평가가 엇갈린다. 입주민 A(20대·여) 씨는 "처음에는 입주민들끼리 연결되는 커뮤니티였는데 지금은 비용을 내고 이용하는 서비스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입주민 B(60대·여) 씨도 "초기에는 반포 일대 중심이었지만 지금은 서울 전역으로 넓어졌다"며 "예전과는 성격이 달라졌다"고 했다.
결정사 측은 구조적 차이를 강조한다. 결혼정보회사 노블리스 관계자는 "결혼정보회사는 법무팀을 통해 신원과 재산을 검증하지만, 커뮤니티 기반 매칭은 그런 체계를 갖추기 어렵다"고 말했다.
반면 원결회 측은 "기존 결혼정보회사보다 데이터의 질이 높다는 점이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초기에는 원베일리 입주민 중심으로 구성되면서 자연스럽게 고소득·전문직 중심 풀이 형성됐다는 것이다.
KPI뉴스 / 이수민 기자 smlee682@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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