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北 출신 수의사 "돼지열병, 北서 유입…평양서 3월 발생"

강혜영 / 2019-09-27 09:05:33
북한 축산공무원 출신 수의사 조충희 굿파머스 연구위원 인터뷰
"北돼지열병, 평양·사리원·보통강서 초기발생 사실 여러 경로로 확인"
"南확진지역, 북한과 강·하천으로 연결…태풍으로 오염수 범람한 듯"
"북한, 살처분 안하고 소독시설 열악…돼지 식량자원인 주민피해 커"

"최근 국내에서 확산되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은 강·하천을 통해 북한에서 바이러스가 유입돼 발생했을 가능성이 가장 큽니다. 북한 돼지열병은 지난 5월 국제기구 공식발표 두 달여 전부터 평양, 사리원과 보통강 일대를 중심으로 초기발생해 현재 전역으로 확산된 상황입니다."

북한 축산공무원 출신 수의사인 조충희(56) 굿파머스 연구소 연구위원은 국내 돼지열병 발병 경로에 대해 "북한에서 유입됐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국내 확진 지역이 대부분 북한과 강·하천으로 연결돼 있을뿐더러 최근 발생한 태풍을 통해 강물이 범람하면서 북한에서 바이러스가 유입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방역당국이 아프리카돼지열병의 감염경로를 특정하지 못해 미궁에 빠진 가운데 북한 축산공무원 출신 전문가가 '북한'을 적시해 주목된다. 

조 연구위원은 평안남도 출신으로 농촌경영위원회 축산과에서 수의방역담당 공무원으로 10년간 근무하다 2011년 탈북했다. 그가 현재 몸담고 있는 굿파머스 연구소는 개발도상국의 농촌 빈곤층, 국내 소외계층 및 북한 농촌 지역 취약계층의 자활 및 자립을 돕기 위해 농·식품 개발협력지원사업을 수행하는 단체다.

 

▲ 북한 수의공무원 출신인 조충희 굿파머스 연구소 연구위원이 지난 24일 오후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UPI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정병혁 기자]


다음은 일문일답

- 아프리카 돼지열병이 북한에서 유입됐다고 보는 이유는

"파주와 연천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첫 발병했다. 전문가들의 눈길이 북쪽으로 쏠리는 이유다. 굿파머스는 지난 3월부터 북한에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병했다고 확신을 가지고 얘기를 해왔다. (실제로 굿파머스는 지난 4월 굿파머스 주최로 열린 '한반도 농생명포럼' 등에서 북한에서 돼지열병이 발병했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지난 5월에야 세계동물보건기구(OIE)에 자강도 지역에 발병 사실을 보고했다. 굿파머스는 그때부터 남쪽으로 감염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얘기했다. 북한에서 넘어오는 멧돼지, 독수리 등 고기를 먹는 조류나 곤충 등으로 전염이 가능하다. 남북한이 지하수, 강·하천, 육지로 다 연결돼 있기 때문에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북한 인접지역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 침입하는 것을 차단하는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해왔다. 그런데 공교롭게 연천 파주 강화 등 북한 인접지역에서 계속 발병이 되고 있다."

- 어떤 경로로 유입됐다고 보나

"연이어 발병한 곳들을 보면 임진강, 한강 인근 지역들이다.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것은 수질 오염이다. 강·하천이나 지하수를 통해 바이러스가 유입된 것이다. 북한은 도축지도가 굉장히 열악하고 관리가 안 되고 있다. 우물, 집 수돗가, 개울, 바닷가 등 잡고 싶은 곳에서 다 잡을 수 있다. 도축하면 분변 등이 나오게 되는데 분변도 위생학적으로 관리를 안 하고 있다. 질병 확진이 나온 분변은 태워서 이용해야 하는데 이런 과정이 잘 안 돼 있는 것이다. 돼지열병은 바이러스가 생활력이 강하다. 햇빛에 노출돼도 죽지 않는다. 그런 상황을 놓고 봤을 때 태풍 '링링'이나 폭우 등이 지나가면서 북한 지역의 오염수가 범람하면서 국내 축사 주변 도로 등이 감염돼 농가 관리자들과 노동자들을 통해 옮겨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 북한 돼지열병 발생 경로와 상황은

"북한에서 돼지열병 초기발생지는 평양·사리원 지역과 보통강 구역으로 확인됐다. 현지 방역 당국 방역 전문가들도 다 그렇게 알고 있다. 그들은 자강도 우시군에서 발병했다고 국제기구에 보고된 것조차 모르고 있다. (실제로 기자가 확인해 본 결과 5월 이후 우시군에서 돼지 열병이 발병했다는 북한 매체의 보도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이 국제기구에 자강도라고 보고한 내용에도 초기발병이라는 내용은 없다. 발병 사실만 보고했다. 평양이 수도이기 때문에 국가적 이미지를 고려한 조치일 가능성이 있다.


현재도 북한에서 돼지열병이 진행되고 있으며 전국에 확산한 상황인데, 발병 원인은 논하기 위해서는 제일 먼저 중국을 이야기해야 한다. 북한은 중국과 강 하나 두고 인접해 있는 상황이었다. 야생동물들은 여권 없이 다닌다. 북한에 유입되는 축산 가공품의 약 70%도 중국산이다. 중국에서는 현재 돼지열병에 걸린 돼지를 냉동하고 있고 소비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중국에서 이런 고기도 넘어왔을 가능성도 있다.

또 북한은 곡물 사료와 단백질 사료가 부족하다. 따라서 옥수수나 콩기름 찌꺼기인 대두박을 중국에서 수입해서 사료로 쓴다. 사육환경이 열악하다 보니 잔반사육에 노출된 경우가 많다. 좋게 봐줘서 북한 축산의 70%가 잔반사육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밖에도 러시아와의 축산 교류도 많아 러시아에서 넘어왔을 가능성도 있다."

- 북한은 방역을 어떻게 하나

"북한에서는 국가에서 중요하다고 여기는 전염성 질병이 발생하면 비상설 조직인 국가비상방역위원회가 작동된다. 우리나라 도지사급인 지역 인민위원장이 참여해 방역을 관리하는 이 위원회가 현재 작동돼 있으며 도로와 시장에서 돼지고기 유통과 생체 이동이 통제되고 있다.

하지만 소독과 위생관리가 잘 안 된다. 60년대 말 70년대에 만들어진 축산시설의 설비가 노후화돼 있고 소독 약재 부족하다. 실질적으로 바이러스에 대처할 만한 강력한 소독제, 소독약 등이 거의 없고 소독 시설이 잘 갖춰져 있지 않다. 흔한 소독차 하나 없다.

북한은 살처분도 안 한다. 북한에 있을 당시에도 안 했고 현재도 안 하고 있다. 안 하는 게 기본 원칙이다. 100℃에서 끓여서 먹으면 괜찮다는 입장이다. 사람에게 전염이 안 되는 질병이 아니기 때문에 살처분을 안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런 요인들이 북한에서 돼지열병이 전역으로 빠르게 확산하는 것을 막지 못했다."

 

▲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한 지난 17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의 한 양돈농장에서 다목적방역방제차량이 소독작업을 하고 있다. [정병혁 기자]


- 주민들의 피해 상황은

"북한의 축산은 국가가 관리하고 소유하는 국영축산, 개인과 국가 소유 사이의 협동농장 공동축산, 개인소유의 개인부업 축산 이렇게 세 가지로 나뉜다. 이 중 개인 부업 축산이 약 60%를 차지해 이들의 피해가 크다.

북한에서는 개인 부업 축산이 정책으로 장려되고 있어 도시 주민들도 식량 해결을 위해 돼지를 키우는 집이 많다. 개인들이 집집마다 기르고 평양 시내에서도 돼지 소리가 난다. 베란다, 화장실, 부엌, 방 안에서도 같이 살면서 키운다. 돼지는 식량을 구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수단이다. 100kg짜리 돼지를 한 마리 팔면 80달러를 받을 수 있다. 현재 북한 시장 가격으로 160~170kg 쌀을 살 수 있는 돈이다. 옥수숫가루는 300kg를 살 수 있다. 돼지 두 마리만 키우면 4~5인 가족이 1년 식량을 해결하는 것이다."

- 돼지열병 차단을 위해 남북 간 협력이 필요할 것 같다

"정부 차원뿐 아니라 전문가들이 교류 할 수 있는 창구를 만들어야 한다. 남북한의 수의 전문가가 모여서 각자 발병된 바이러스 관련 정보를 교환하고 교류하는 창구를 정부가 만들어줘야 한다. 북한 정부가 가축 질병에 관한 측면에서는 감정이나 정책을 내려놓고 확실하게 협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반도에서 바이러스가 토착화되지 않도록 신속히 몰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KPI뉴스 / 강혜영 기자 khy@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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