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딜설 가운데 공정거래법 예외 요구 주목
"구조적 M&A 불가피, 지역 경제 우려"
정부가 불황에 빠진 석유화학 업종의 경쟁력 회복을 위해 일본의 구조조정 사례를 벤치마킹한다. 이른바 '빅딜'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정부가 이를 뒷받침하거나 주도하는 역할을 할 지 주목된다.
14일 국가종합조달시스템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일본 석유화학 산업 주요 정책 및 현황 조사 연구' 입찰을 긴급 공고했다. 연구 기간은 내년 2월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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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덕수 국무총리(왼쪽 세번째)가 지난해 7월 26일 여수산단 내 LG화학 여수공장을 찾아 CA 2광장을 둘러보고 있다. [전남도 제공] |
산업부는 "일본은 산업계 주도로 설비 합리화 및 사업 재편을 통해 석유화학 산업 위기 극복을 추진 중"이라며 "2010년대부터 선제적으로 사업 재편을 추진 중인 일본 석유화학 산업 현황을 조사, 추후 국내 석화 경쟁력 제고 정책에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일본의 사업 재편 세부 내용과 함께 공정거래법 쟁점 여부를 정리하는 것이 주된 목적 중 하나다. 석유화학 사업의 재편이나 활성화를 위한 일본 정부의 규제 개선 사례도 분석한다.
석유화학 산업은 탈탄소라는 시대적 과제 앞에서 사양화되고 있다. 정부는 일본 석유화학 산업의 '2030 온실가스감축목표(NDC)' 목표와 감축 계획 및 수단, 수소와 암모니아 혼합, 전기로 기반 NCC(에틸렌, 프로필렌 등 기초 원료 생산 시설) 추진 상황 등 친환경으로의 전환을 중점 분석할 예정이다.
중국발 공급 과잉과 글로벌 수요 감소로 석유화학 업계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3분기에도 LG화학 석유화학 부문과 한화솔루션 케미칼 부문이 300억 원대 적자를 기록했다. 특히 롯데케미칼의 영업손실은 4136억 원에 이를 정도다. 금호석유화학만 650억 원 규모 영업이익을 올렸을 뿐이다.
업계는 그야말로 비상 상황이다. 롯데는 신동빈 회장을 비롯해 그룹 화학 계열사 임원들이 급여 일부를 자진 반납키로 하는 등 허리띠를 졸라 맸다. 무엇보다 일부 NCC나 해외 법인 매각 등으로 몸집을 줄이려는 시도도 모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대형 화학 기업들 간 NCC 통합이나 합작사 설립 등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최근 나이스신용평가는 "한국 석유화학 산업은 일본과 유사한 방향인 유휴설비 통합, 매각 등으로 구조 개편될 전망"이라며 "일본의 2008년 이후 생산량 감축 추세와 동일하게 가정해보면 2030년 한국 에틸렌 생산은 약 20%, 200만 톤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일본은 과감한 구조조정으로 위기를 돌파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1990년대 미쓰비시화성과 미쓰비시석유화학이 합병해 미쓰비시화학이 출범했고 미쓰이도아쓰와 미쓰이석유화학이 합쳐 미쓰이화학이 만들어졌다. 이후에도 설비를 아예 폐쇄하거나 다른 용도로 전환하는 등 적극적 형태의 재편이 이뤄졌다. 현재도 추가적인 구조조정이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는 구조조정 과정에서 특정산업구조개선 임시조치법을 시행해 효율적 설비로 생산을 집중시키고 공동 투자와 공동 판매 회사 설립, 과잉 설비 처리 등을 지원했다.
한국 석유화학 업계도 정부에 독과점 규제 예외 등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거래법 때문에 생산 구조 재편이나 기업 간 합병을 추진하기 어렵다는 이유다. 정만기 한국산업연합포럼 회장은 지난 4월 '석유화학 산업의 위기 분석과 대응' 포럼에서 "공정거래법 적용 유예와 통폐합 시 세제 감면 등 과감한 인센티브 제공이 필요하다"며 "단기적으로는 민간의 자율적 사업 구조조정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정부는 다음달 초 관계부처 합동으로 석유화학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안덕근 산업부장관은 지난 11일 국회에서 "정책금융 지원과 사업 개편 시 인센티브 등 방안을 마련하려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결국 근본적인 해법은 인수합병(M&A) 등 고강도 구조조정에 달려 있다는 게 일반적 시각이다. 석유화학 공장이 몰려 있는 전남 여수 지역구의 더불어민주당 주철현 의원은 같은 날 국회에서 "석유화학 산업이 생산 설비 과잉과 수요 침체에 놓여 있다보니 구조적인 M&A가 불가피하다는 것에 수긍을 한다"며 "지역 경제가 겪을 리스크를 생각하면 다들 걱정이 태산 같다"고 말했다.
KPI뉴스 / 박철응 기자 hero@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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