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피습에 발칵 뒤집힌 정치권…일정 취소·총선 파장 촉각

박지은 / 2024-01-02 17:13:00
尹, 치료 지원·진상 파악 지시…"폭력 용납 안돼"
한동훈, 일정 최소화…3일 대통령실 신년회 차질
박근혜 '커터칼 테러' 소환…범행 동기 따라 출렁
피의자 "죽이려 했다" 진술…경찰, 계획범죄 의심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새해 벽두 피습을 당해 정치권이 발칵 뒤집혔다. 충남 거주 60대로 알려진 피의자 김모 씨가 특히 살인의 고의가 있다고 경찰에 진술해 충격을 더했다.

 

내년 4·10 총선을 앞두고 여야 지도부의 외부 일정이 급증할 것으로 보여 요인 경호에 비상이 걸렸다. 여야는 잇달아 공식 일정을 취소하거나 최소화하고 있다.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일 부산 가덕신공항 건설 예정지 현장방문 중 피습을 당해 응급조치를 받은 뒤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일이 벌어졌다"며 이 대표 안전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했다고 대통령실 김수경 대변인이 밝혔다.


윤 대통령은 또 경찰 등 관계 당국이 신속하게 진상을 파악하고 이 대표의 빠른 병원 이송과 치료를 위해 최선을 다해 지원하라고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 사회가 어떤 경우에라도 이러한 폭력 행위를 용납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야는 한목소리로 피습을 규탄하며 이 대표 쾌유를 기원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이 사회에서 절대로,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며 "이 대표님의 빠른 회복을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대전에서 기자들이 병원 방문 계획을 묻자 "빠른 회복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마음이야 언제든 (일정을) 중단하고 가고 싶은데 빠른 회복에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 치료 상황을 보고 일정을 잘 맞춰보겠다"고 답했다.

 

민주당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괴한에 의한 테러를 강력히 규탄한다"며 "(이 대표 피습은) 명백한 민주주의 파괴 행위"라고 규정했다.

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도 "충격과 분노를 억누를 수 없다"며 "부디 이 대표의 부상이 크지 않기를, 이 대표가 어서 쾌유하기를 간절히 기원한다"고 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가덕도 방문 후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찾아 문재인 전 대통령과 오찬을 할 예정이었으나 피습 사건으로 양산행 일정을 취소하고 모두 귀경했다.


문 전 대통령은 민주당 최고위원들과 통화에서 최고위원들이 평산마을 방문 취소를 알리자 "지금은 대표를 모시고 가서 수습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그 일에 최선을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대전 방문에 이어 대구를 찾을 예정이던 한 위원장도 일부 일정을 취소했다.


한 위원장은 이날 오후 6시 대구에서 열리는 매일신문 주최 '2024 대구·경북 신년교례회'에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고 박정하 수석대변인이 전했다. 

여야는 이날 오후에 예정됐던 민생법안 논의 기구 '2+2 협의체' 회의도 취소했다.

3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리는 대통령실 신년 인사회도 차질을 빚게 됐다. 민주당은 이 대표 참석이 피습으로 불가능해졌고 홍익표 원내대표는 3일 오전 비상 의원총회를 주재해야 하는 상황이다.


정의당 지도부도 대통령실 신년 인사회에 불참하겠다고 밝혔다.


검찰과 경찰은 2일 피습 발생 직후 특별수사팀과 수사본부를 설치하고 철저한 수사에 나섰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이날 부산지검에 이 대표의 피습 사건을 담당할 특별수사팀을 구성하고 철저히 수사할 것을 지시했다.


대검찰청은 언론 공지를 통해 "검찰총장은 이 대표 피습 사건과 관련, 정당 대표에 대한 테러로서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부산지검에 특별수사팀을 구성하고 경찰과 협력해 신속하고 철저하게 진상을 규명하고 관련자를 엄정히 처리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어 "전국 검찰청에 22대 총선과 관련해 폭력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유관기관과 긴밀한 협조체제를 구축해 철저히 대비하고 정치적 폭력행위에 대해서는 엄단하도록 지시했다"고 덧붙였다.

경찰도 사건 발생 직후 부산경찰청에 수사본부를 설치했다. 경찰은 오는 4일 광주를 방문하는 한동훈 위원장 경호를 '요인 보호' 수준으로 대폭 강화할 방침이다.


여야는 말을 아끼고는 있지만, 총선에 미칠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소속 의원들에게 "대표의 쾌유를 비는 발언 이외 사건에 대한 정치적 해석이나 범인에 대한 언급은 자제해주시길 간곡히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도 의원들에게 보낸 알림 메시지를 통해 "이 대표 쾌유 기원 외 불필요한 발언은 자제해 줄 것을 당부한다"고 전했다.

 

정치권에선 2006년 5월 20일 박근혜 전 대통령 '커터칼 피습' 사건이 소환됐다. 당시 한나라당 대표이던 박 전 대통령은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서울 신촌에서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지원 유세장을 찾아 단상에 오르다가 피습을 당했다. 50대 지모 씨가 휘두른 문구용 커터칼에 11㎝ 길이의 오른쪽 뺨 자상을 입고 봉합 수술을 받았다.


박 전 대통령은 입원 중 측근들에게 "대전은요"라고 물은 것으로 언론에 보도됐다. 또 퇴원한 뒤 곧바로 대전에서 선거 지원에 나서면서 한나라당에 열세이던 판세가 뒤집힌 바 있다.


이번 사건에서 용의자의 신분과 범행 동기에 따라 정치적 의미와 총선 파장이 달라질 수 있다는게 중론이다. 

 

피의자 김 씨는 피습에 사용한 흉기를 지난해 미리 인터넷을 통해 구입했다고 한다. 또 지난달 이 대표의 부산 행사에도 참석했던 정황이 파악됐다. 경찰은 이 대표 피습이 '계획범죄'일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수사하고 있다.

 

김 씨가 만약 국민의힘 관련자라면 '윤석열 정부' 심판론이 거세질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 내 비명계가 연루됐다면 '이낙연 신당' 동력이 급속히 떨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KPI뉴스 / 박지은 기자 pje@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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