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국가주의' 사례로 라인야후 사태 꼽아
정부는 '꺼진 불' 인식...韓총리 "지분 안 넘겼지 않느냐"
국민경제자문회의가 의뢰해 한국재정학회가 작성한 보고서에서 '라인야후 사태'에 정부가 적극 개입해야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상응하는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앞으로도 한국 기업들에게 비슷한 피해가 발생할 것이란 우려에서다.
당장 라인야후 지분이 일본에 넘어가지 않았다는 점만을 강조하는 정부의 입장과는 결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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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야후 재팬과 라인의 통합 전 로고. [뉴시스] |
KPI뉴스가 9일 정부 정책연구관리시스템을 통해 재정학회가 지난 7월 말 자문회의에 제출한 '거시경제 위험 관리 방안' 최종 보고서를 살펴보니 'AI 국가주의'가 위험 요인 중 하나로 꼽혔고 "경제안보 측면에서 대응해야 한다"는 주문이 담겼다.
자문회의는 헌법에 규정된 대통령 자문기구로 경제 발전 전략과 주요 정책 방향 등을 제시하는 역할을 한다. 대통령이 의장이고 기획재정부 장관과 대통령비서실 경제비서관 등이 당연직 위원이 된다.
재정학회는 라인야후 사태와 관련해 "외교 채널을 통해 대화로 해결을 시도해야 하겠지만 안 될 경우를 대비해 일본 정부의 네이버에 대한 행정지도, 중요경제안보정보법 입법 추진에 상응하는 조치를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국 정부는 미국의 틱톡 금지법에 대응해 애플에게 스레드와 왓츠앱 등 미국의 SNS 앱을 중국 내 앱스토어에서 삭제하도록 명령했다"고 짚었다.
미국과 중국이 '무역전쟁'으로 표현될 만큼 강한 조치를 취하는 것처럼 한국 정부도 라인야후 사태에 강력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재정학회는 "라인야후 사태에 대해 한국도 상응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향후 다른 한국 기업들에게도 유사한 피해가 지속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 '죄수의 딜레마' 상황과 유사하다"고 진단했다.
'죄수의 딜레마'는 격리된 공범 두 명이 상대를 배신하고 자백해 감형을 받느냐, 아니면 상대를 믿고 입을 다무느냐는 상황의 게임이론이다. 한국 정부 차원의 강한 대응은 일종의 협력 상황을 만들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도미노식으로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경고로 풀이된다.
하지만 정부는 '꺼진 불'처럼 보는 인식을 내비치고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2일 국회 예결특위 전체회의에서 "일본이 (라인야후) 소유권 이전에 대해서는 관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지 않느냐"며 "가짜뉴스이고 선동 아니냐, 그런 식으로 위원님들이 우리 행정을 질책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황정아 의원이 "우리나라가 키워온 기업인 라인도 내주고"라며 일본에 대한 태도를 문제 삼자 내놓은 반응이다.
물론 네이버가 당장 라인야후의 지분을 일본 측에 매각하는 상황까지는 가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6월 라인야후 이사회에서 '라인의 아버지'로 불리는 신중호 최고프로덕트책임자(CPO)가 대표이사에서 물러나 이사진 모두가 일본인으로 채워지는 등 '네이버 지우기'는 진행형이란 시각이 많다. 지난 7월 일본 소프트뱅크 측은 현지 언론을 통해 "중장기적으로는 국산(일본) 플랫폼으로 만들기 위해 주식 추가 매입을 목표로 한다는 방침에 변함이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라인의 고객 정보 유출 사고와 관련해 지난 3월 네이버와 일본 소프트뱅크 합작사인 라인야후에 행정지도를 내렸다. '네이버와의 자본 관계 재검토' 등 경영 체제 개선 요구였다. 재정학회는 이를 선진국 간 AI 패권 경쟁인 'AI 국가주의'의 사례로 본 것이다.
지난 5월 일본 참의원(상원)에서 통과된 중요경제안보정보법도 마찬가지다. 기밀 정보나 첨단 기술의 해외 유출을 막기 위해 중요 경제안보 정보를 취급하는 민간인을 국가가 지정하고 중요 경제안보 정보를 유출하면 5년 이하 징역에 처하는 내용이다. 재정학회는 "민간 기업 인사에 일본 정부가 관여 가능해져 한국 국적 직원을 배제할 수 있게 된다"고 분석했다.
중요 정보를 유출하면 5년 이하 징역도 가능하다. 이 법이 시행되면 라인야후 개인정보 유출 사건 같은 경우 행정지도가 아니라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무엇이 중요 정보인지 판단은 일본 정부가 한다.
한편 재정학회는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들에 대한 선제적 감시와 규제도 주문했다. 특히 과도한 고객 개인정보 수집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네이버가 일본 정부로부터 행정지도를 받는 이유가 한국 내에서도 중국 업체들에 의해 발생하고 있는데 규제가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재정학회는 "중국 기업들이 생성형 AI로 한국 소비자의 개인정보, 소비 성향, 구매 패턴 등을 분석해 한국 시장을 목표로 한 상품 개발, 마케팅에 활용하면 향후 우리 기업은 더 큰 어려움에 직면하게 된다"며 "수집하는 우리 소비자 개인정보의 양, 활용도, 국외 반출 여부 등에 대해 점검 및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KPI뉴스 / 박철응 기자 hero@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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