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법인분할 통과 후폭풍…법적공방 예고

김이현 / 2019-05-31 16:24:45
현대중공업, 주총 강행해 법인분할 안건 통과
노조 "위법한 주총" vs 현대중 "문제 없다"
홍남기 "노조가 이해하고 대승적 협력해야"

현대중공업 법인분할 안건이 31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통과되자 노조는 즉각 반발하면서 법적 분쟁을 예고했다. 정치권과 경영계 등도 상반된 입장을 발표하면서 향후 노사 갈등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 31일 오전 현대중공업 노조가 회사의 물적분할에 반대하며 울산 동구 한마음회관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있다. [뉴시스]


현대중공업 노조는 이날 "우리사주조합 등 주주들의 자유로운 참석이 보장되지 않은 주주총회는 적법하지 않고, 위법한 주총에서 통과된 안건 역시 무효"라며 소송을 예고했다.

현대중공업은 이날 울산대학교 체육관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법인 분할안건을 통과시켰다. 회사 분할안은 참석 주식 99.8%에 해당하는 5101만 3145주 찬성으로 승인됐다.

당초 주총은 울산 동구 한마음회관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하지만 10시로 예정된 주총이 노조 점거로 무산되자 회사 측은 장소를 급히 울산대 체육관으로 변경했다. 회사 측은 회사 근처에 대기하고 있던 버스를 이용해 우호 주주들을 이동시켜 주총을 강행했다.


장소가 갑작스럽게 변경되자 주총장으로 진입하려는 노조원과 이를 막는 경찰 간 물리적 충돌이 빚어지기도 했다. 


▲ 31일 오전 울산대학교 체육관에서 현대중공업의 임시주주총회가 열린 가운데 노조원들의 반발로 주총장이 파손돼 있다. [뉴시스]

 
노조는 이번 주총이 원천무효라는 입장이다. 민주노총과 현대중 노조는 "대다수 소수주주들이 변경된 주총 장소와 시간을 제대로 통지받지 못했다"면서 "우리사주조합을 통해 약 3% 주식을 보유한 현대중 노동자들은 회사분할로 고용관계나 노조활동에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데도 주총에서 의견 표명은 커녕 참석조차 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주들의 자유로운 참석조차 보장되지 못한 주총은 위법하고, 통과된 안건 역시 무효"라며 연대해 법적 대응에 나설 뜻을 밝혔다.

현대차 노조도 "현중 노조의 주총장 점거와 전면파업, 민주노총·금속노조의 연대투쟁에도 불구하고 현중 재벌은 불법으로 주총장을 옮겨 정몽준-정기선 경영세습을 위한 물적분할을 강행했다"고 비판했다.


정치권도 힘을 실었다. 더불어민주당 울산시당은 이날 논평을 내고 "법인분할도 유감이지만 중간지주회사인 한국조선해양 본사 울산 존치에 대한 최소한의 약속도 없이 그대로 강행한 데 강한 유감을 표시한다"고 밝혔다.


이어 "송철호 울산시장의 삭발, 현대중공업 노동자의 절규, 120만 울산시민의 현대중공업에 대한 마지막 기대, 이 모든 것은 그냥 깡그리 무시됐다"며 "시민의 허탈감과 상실감, 현대중공업 경영진에 대해 느끼는 시민 배신감을 어떻게 달랠 것인가"라고 말했다. 


민중당 울산시당은 논평을 내고 "80%가 넘는 울산시민 반대에도 주총을 강행해 법인분할 안건을 처리했다"며 "기습적으로 장소를 변경해 주주참여 기회마저 박탈하고 날치기 통과시켰다. 어떤 명분과 정당성도 없이 진행된 주총은 원천무효"라고 비판했다.


정의당 울산시당도 '울산시민 염원을 짓밟은 현대중공업 규탄한다'는 논평을 내고 "현대중 주총은 절차상 중대한 하자가 있어 법률적 무효임을 천명한다"고 밝혔다.

절차상 문제에 대한 지적에 회사 측은 "적법한 절차에 따른 것으로 효력이 있다"고 일축했다.


현대중공업은 이날 입장자료를 내고 "법원이 선임한 검사인이 기존 주총 장소인 한마음회관에서 주주총회가 정상적으로 열릴 수 없다고 판단했고, 검사인의 입회 하에 진행했다"며 정당성을 설명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도 물적 분할에 지지 의사를 밝혔다. 홍 부총리는 이날 "한국 경제와 조선 산업의 발전을 위해 결정된 것이므로 (대우조선 인수가) 그대로 잘 진행됐으면 좋겠다"면서 "현대중공업이 고용관계를 승계하고 단체협약도 이어받겠다고 약속했으므로 그런 측면을 노조가 좀 이해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며칠간 노조가 주총을 반대하는 움직임이 있었는데, 불법적 상황이 이어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노조가 사측의 약속을 믿고 대승적으로 협력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도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경총은 입장자료를 내고 "우리나라 조선산업은 커다란 위기에 직면해 있다"면서 "현대중공업의 물적분할과 기업결합은 해당 회사뿐만 아니라 국내 조선산업의 국제경쟁력을 보다 강화하고 국가와 지역경제, 고용유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노조도 치열한 국제경쟁 앞에서 회사의 동반자로서 적극 협력해야할 시기"라며 "노조가 변해야 노조도 살고 회사도 산다"고 강조했다.


KPI뉴스 / 김이현 기자 kyh@kpinews.kr


[ⓒ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김이현

김이현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