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 일가에 부여 금지법 국회 논의 본격화
한화, 국내 첫 도입…승계 악용 논란에도 중심
일부 대기업 총수 일가의 '꼼수 승계' 논란의 중심에 있는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 제도를 규제하는 법안이 국회에서 본격 논의된다. 한화가 가장 직접적인 타깃으로 지목된다.
더불어민주당 정준호 의원이 대표 발의한 상법 개정안이 지난달 23일 국회 법사위에 상정됐다. RSU는 일정기간 양도를 제한하는 등 조건을 붙여 임직원에게 주식을 받을 권리를 부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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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화그룹 본사 사옥 전경. [한화그룹 제공] |
미리 정한 가액으로 주식을 살 수 있는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과 달리 무상이고 별다른 법적 규정이 없어 경영세습의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RSU 규제를 위해 마련된 개정안은 △스톡옵션처럼 10% 이상 지분을 가진 대주주 △이사, 집행임원, 감사의 선임과 해임 등 주요 경영사항에 사실상 영향력을 행사하는 자 △이들의 배우자와 직계존비속 등에게는 RSU를 부여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또 부여하는 주식 수를 발행주식 총수의 10% 이하로 제한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정준호 의원실 관계자는 10일 "RSU에 대해 우려하는 여론이 크기 때문에 앞으로 적극 논의해나갈 것"이라며 "정부와 여당도 자본시장의 공정 이슈에 대해서는 공감대가 있으므로 무조건 반대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박동찬 법사위 전문위원은 검토보고서에서 "경영세습 또는 지배력 강화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을 차단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RSU 도입 기업이 늘어나자 지난해 말 관련 현황의 공시 의무가 신설되는 등 규제에 힘이 실리는 추세이기도 하다.
다만 박 전문위원은 RSU가 스톡옵션과 달리 무상 지급되기 때문에 주식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적고 단기 실적을 추구하려는 유인을 줄이는 등 장점이 사라진다는 지적도 있다고 짚었다.
RSU 제도는 한화그룹이 2020년 국내 처음 도입했고 승계 악용 논란의 중심에 있기도 하다.
지난 1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2024년 공시대상기업집단 주식소유현황 분석' 결과를 보면, 지난해 총수 가족에 RSU를 지급한 기업집단은 한화, LS, 두산, 에코프로, 아모레퍼시픽, 대신증권, 한솔 7곳이다. 한화와 에코프로만 총수 2세에 RSU 부여 약정을 맺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장남 김동관 부회장은 32만7208주(한화 16만6004주, 한화솔루션 9만6202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6만5002주)를 10년 후 받기로 했다. 차남인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은 97만7000주가량의 한화생명 주식을 받게 된다.
김 부회장은 올해도 같은 세 곳의 회사로부터 46만4000주가량의 RSU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급 조건은 '10년간 과거 성과에 대한 고의의 중대한 손실 또는 책임'만 발생하지 않으면 된다. 매년 차곡차곡 무상으로 지분을 늘려가는 셈이다.
참여연대는 최근 논평을 통해 "김동관 부회장이 최근 4년간 그룹 지주사격인 ㈜한화로부터 RSU를 약 53만2000주 부여받았다"며 "총수 일가가 사실상 아무 성과 조건 없이 회사 주식을 받아가는 것이 규제를 회피하는 편법이 아니면 무엇이겠는가"라고 비판했다.
물론 한화는 선진국에서 보편화된 성과 제도를 도입한 것일 뿐 승계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LS그룹은 논란을 의식해 지난해 도입했던 RSU 제도를 지난 4월 폐지한 바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도 지난 3월 RSU 분석 보고서에서 "규제 당국 역시 이러한 (악용) 우려에 따라 공시 요건을 강화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성과지표, 산정방법 등을 자세히 요구하는 해외 사례에 비해 미흡한 측면이 있다"고 짚었다.
재계는 RSU 규제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한국경제인협회(옛 전경련)는 지난 4월 공정위에 RSU 공시 도입 반대 의견서를 내고 "RSU 등 주식 지급은 인력 유치를 위한 인센티브 부여 수단일 뿐, 자금이나 자산의 내부거래와는 그 본질이 다르므로 공시의무화는 불합리하다"고 주장했다.
KPI뉴스 / 박철응 기자 hero@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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