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알스트로담' 작가 김다영...'그림에 정체성 담았다'

박상준 / 2024-03-05 16:01:54
아웃사이더 작가지만 '꽃집'을 통해 탄탄한 '팬덤' 형성
흡입력 있는 그림으로 MZ세대에 위로와 치유 메시지
미술교육 못받은 '아야코 록카쿠'처럼 도전과 변신 기대

"나는 내 생각의 주인이다. 가장 멋진 자신을 상상하라. 그것을 생각하고 그 주파수의 파장을 보내면 비전이 현실이 된다"


▲ 자신의 작품 앞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는 김다영 작가.[UPI뉴스]

 

호주의 TV작가겸 제작자인 '론다 번'의 초대형 베스트셀러인 '더 시크릿'에 실린 글이다.


자기가 원하는 삶을 살려면 자기가 처한 환경과 자신이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 알아야 한다. 그런 점에서 자기가 추구하는 감정, 확신, 믿음, 사랑을 찾아서 거기에 집중하라는 '더 시크릿'의 주제는 강렬하고 단순하다.


지난 1일 충남 천안 리각미술관에서 개막한 신예작가 김다영 초대전 'Be yourself'를 관통하는 주제는 내 생각의 주인인 바로'나'다.


그는 "온전히 저 자신에게 집중했고 그렇게 남에게서 나에게로 무게 추를 옮기는데 성공했다"며 전시의 의미를 부여했다. 그림을 통해 '나'의 정체성을 찾는 과정은 말은 쉽지만 무척 지난(至難)한 일이다.


김다영은 기성 화단의 시각에서 보면 '비주류'이자 '아웃사이더'다. 본격적으로 미술을 전공하지도 않았고 체계적으로 미술을 배우지도 않았다. 작가의 커리어도 일천(一喘)하다.


하지만 김다영은 '알스트로담(Alstrodam)'이라는 상징적인 조어(造語)를 앞세운 작품세계로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에서는 탄탄하고 뜨거운 '팬덤'을 형성하고 있다.


'새로운 만남'이라는 꽃말을 가진 '알스트로메리아'와한자어 담(談) 을 합성한 '알스트로담'이라는 꽃집은 김다영 작품의 '트레이드 마크'다. 


그는 다채롭고 독창적인 색감과 흡인력있는 붓터치로 장식한 '꽃집'으로 MZ세대를 매혹시키며 위로와 치유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김다영이 예술의전당 '청년작가 지원프로젝트인 '청년미술상점' 입점작가에 선정된 것을 비롯 한가람미술관, 갤러리빈치, 스페이스오메, 한국미술관, 뚝섬미술관, 리각미술관 등의 러브콜을 받은 것은 이같은 재능과 열정때문이다.


경칩을 하루 앞둔 4일 포근한 날씨 때문인지 정원 잔디가 한층 파릇파릇한 리각미술관에서 김다영 작가를 만났다. 올 블랙 패션에 뽀얀 얼굴이 두드러진 작가는 전시회 오픈행사가 성황을 이룬 때문인지 상기된 표정이었다.


▲ 김다영 작가 초대전이 열리고 천안 리각미술관 전시장.[UPI뉴스]

 

-미술을 전공하지 않았으나 전시경력은 만만치않다. 언제부터 그림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나?

"평소부터 손으로 무엇을 그리는 것을 좋아했지만 작가가 될 것 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5년전 대학(숙명여대 법학과)재학 중 코로나19가 터졌을때 틈날때마다 펜화를 그렸다. 내가 그린 펜화가 정말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늘 펜화만 그리는 것이 단조로워 다양한 색을 칠하고 그림에 몰입하다 보니 자신감이 붙었다"


-그림에 재능이 있는데 왜 미술대학이 아닌 법대를 선택했나?

"고교시절에만 해도 미대 입학은 한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다. 당시에 미술을 좋아하지도 않았고 미술학원에 가거나 데상을 배운 적도 없다. 다만 초등학교때부터 그림에 조예가 있는 어머니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다. 어머니가 그림을 참 잘 그리셨으니 이제와 생각하면 재능을 물려받은 것이 아닌가 한다"


-김 작가의 작품은 '꽃'이 소재다. 캔버스를 가득채운 흐드러지게 핀 꽃은 모양과 색상이 다채롭고 독특해 다른 작가의 꽃 그림과 차별화된다. '꽃'에 꽂힌 계기가 있나?

"꽃을 좋아한다. 꽃은 꿋꿋한 생명력으로 계절과 시절의 반복과 영원함이라는 은유적인 의미도 있다. 처음엔 두서없이 꽃을 그렸으나 붓질을 하다보니 나만의 형태와 모양이 갖춰졌다. 각각의 사연에 맞는 꽃을 만들고 시들지 않는 꽃을 선물하는 마음으로 꽃집을 표현했다"


-이번 초대전 제목인 'Be yourself'를 통해 무엇을 추구하는가.

"지난 겨울 '더 시크릿'이라는 책을 읽고 깊은 감명을 받았다. 그래서 작가로서 나만의 목표를 설정하고 나의 정체성을 그림으로 구현하고 싶었다. 이번 전시에선 오랜 시간 정성들여 준비한 100호 이상 대작과 펜화 등 여러 작품을 자신있게 선보인 것은 이 때문이다"


-젊은 작가중엔 SNS롤 통해 미술애호가들과 교감하는 사례가 많지만 김 작가는 특히 소통능력이 뛰어난 것 같다, 특별한 비결이 있나?

"그림을 그리면 대중의 반응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그림이 완성되면 곧바로 인스타그램에 올린다. 내 그림이 미술애호가들의 눈에는 어떻게 비칠까 궁금하다. 물론 전시회도 자주 하는편이지만 SNS에서는 보다 많은 사람들의 반응을 알 수 있다. 굳이 소통능력이라면 솔직함과 진실함이라고 생각한다"


-작가는 어느 시점에선 새로운 작품세계를 선보이기 위해 변화를 모색하는 경우가 많다. 김 작가는 어떤가.

"펜화는 지금같은 형식을 유지하려 한다. 하지만 아크릴작품은 끊임없는 변화와 새로운 시도를 통해 작품 세계의 스펙트럼을 넓히겠다"


-김 작가는 자신의 작품을 통해 감상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고 싶은가?

"제 작품을 본 사람들 중에는 위로와 힐링을 받았다는 사람들이 많다.(심지어 그림을 보고 눈물을 흘린 사람도 있다고 한다).그림을 감상하신 분들이 진심으로 행복감을 느꼈으면 좋겠다"


-김 작가는 젊고 재능이 많아서인지 진로를 앞두고 기로에 서있는 듯하다, 향후 목표는 무엇인가?

"제 전공은 물론 디자인 등 관심이 있는 분야가 많다. 그래서 고민도 많이 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림을 계속 그리겠다는 쪽으로 결론을 냈다. 앞으로 전업작가의 길을 걷겠다. 특히 언젠가는 명품 가방업체와 협업해 '알스트로담'이 디자인된 핸드백을 브랜드화하는 작업을 반드시 성사시키겠다"


▲서울 뚝섬미술관에서 열린 전시회에서 관람객이 김다영 작가의 '알스트로담' 연작을 감상하고 있다.[UPI뉴스]

 

김다영 작가의 전시회가 열리는 '리각미술관'은 한국조각계의 거장인 이종각 작가가 설립한 충남 천안의 대표적인 문화명소로 주로 미술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췄거나 제품의 완성도가 검증된 작가들을 엄선해 전시한다.


보수적인 성향의 리각미술관에서 김 작가 초대전이 열리는 것은 이상원 관장의 재목(材木)을 알아보는'예리한 눈(안목)'때문이다.


이 관장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미술애호가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작가의 태도와 미디어를 통한 작동 메커니즘에 호기심을 갖게 됐다"며 "김다영작품이 지닌 소통의 지평이 단지 세대론적 공감에 기초한 것만은 아닐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김다영처럼 정규미술교육을 받지 않은 일본 여성작가 '아야코 록카쿠'는 40대 초반에 글로벌 미술시장에서 '블루칩'작가로 부상했다. 아크릴 물감을 손가락으로 직접 묻혀 그린 동화적이고 꽃밭 같은 이미지나 뚱한 표정의 소녀를 앞세운 은유적이고 유머스런 감성은 전 세계에 숫한 열혈 팬들을 양산했다. 향후 10년 김다영의 치열한 도전과 변신이 기대되는 이유다.


KPI뉴스 / 박상준 기자 psj@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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