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독주에 K배터리 점유율 급감
철강·화학·디스플레이·전기차 등 전방위 위기
중추절 연휴를 앞둔 대목임에도 중국을 대표하는 술 '마오타이'의 현지 가격이 지난해에 비해 15%가량 떨어졌다는 소식이 최근 전해졌다. 선물로 주로 쓰이는 월병 판매도 줄었다고 한다.
중국의 내수 침체가 심화되고 있음을 방증하는 사례다. 이는 나비효과처럼 번져 한국 산업계를 휘청이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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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상하이 양산항 부두에 선적을 기다리는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뉴시스] |
지난달 중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예상치를 하회하며 0.6%에 그쳤다. 수입도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0.5%밖에 늘지 않았다. 반면 수출은 8.7%나 급증했다. 내수가 회복되지 않아 쌓이는 재고가 밖으로 쏟아지면서 글로벌 공급 과잉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13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 상위 500대 기업의 지난해 전체 매출은 110조700억 위안, 원화로 따지면 2경 원을 넘어섰다. 이들 기업의 연구개발 투자액만 해도 340조 원 규모에 이른다. 초거대 규모의 움직임에 따라 세계 경제가 좌지우지되고 특히 한국 산업계는 직격탄을 맞고 있다.
중국 대표 이커머스 기업 알리바바는 500대 기업 중 21위에 올랐다. 테무를 운영하는 판둬둬는 500대 기업 바깥에 있다가 올해 단번에 116위로 치솟았다.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에서 초저가 전략으로 급격히 성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레이 장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 대표는 지난 3일 중국 항저우 본사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3∼5년 내 목표는 (한국) 온라인 쇼핑 플랫폼 고객의 절반 이상이 알리를 이용하도록 하는 것"이라는 야심을 밝히기도 했다. 막대한 경제력을 가진 중국 업체들과 맞상대해야 하는 한국 기업들의 처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실제로 산업계 곳곳에서 중국에 밀리는 사례들이 잇따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2분기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에서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의 합산 점유율(매출액 기준)은 26.1%로 1분기에 비해 4.2%포인트 급락했다.
그러나 중국 CATL은 같은 기간 29.8%에서 31.6%로, BYD는 11.1%에서 11.9%로 점유율을 높였다. 출하량 기준으로 따지면 중국의 두 회사 점유율이 52%에 이른다.
또 국내 유일 이차전지 음극재 생산 기업인 포스코퓨처엠의 올해 음극재 공장 가동률은 40%대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2021년 70%대에 이르렀으나 이후 매년 10%대씩 낮아지고 있는 것이다. 중국 업체들이 장악하고 있는 시장에서 가격 경쟁에 밀리는데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으로 수요까지 줄어든 여파로 보인다.
이차전지 업계는 향후 2, 3년이 글로벌 이차전지 패권 경쟁의 승부가 결정되는 골든타임이라고 보고 있다. 김준형 포스코홀딩스 이차전지소재총괄은 지난 11일 국회에서 열린 이차전지포럼 창립총회에서 "중국은 보조금을 통해 핵심 광물 분야를 장악하면서 글로벌 공급망을 통제하고 있다"며 국가 차원의 지원 필요성을 강조했다.
디스플레이 산업에선 중국 업체들이 공격적으로 LCD 패널 설비를 확충해 적어도 2026년까지 공급 초과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LCD 생산 능력에서 이미 몇 해 전 한국을 추월했고 수익성이 높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도 빠르게 따라오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DSCC는 중국이 세계 디스플레이 생산능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68%에서 2028년이면 74%로 증가할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OLED 생산능력이 연평균 8%씩 급성장해 2028년이면 한국을 추월할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SDI는 편광필름 사업을 중국 업체에 1조1200억원에 매각한다고 지난 10일 밝혔다. 편강필름은 디스플레이 패널에서 빛을 차단 혹은 통과시키는 역할을 한다. LG화학도 지난해 편광필름 사업을 매각한 바 있다. 모두 중국의 물량 공세에 버티지 못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LG디스플레이는 2022년 국내에서 TV용 LCD 패널 생산을 중단했고 유일하게 남은 중국 광저우 공장 매각을 추진 중이다. 중국 업체가 인수할 가능성이 높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 11일 중국 공급 과잉으로 영향을 받는 대표적 업종으로 이차전지, 디스플레이와 함께 철강, 석유화학, 태양광, 전기차를 꼽았다.
나이스신용평가는 "품질 차별화가 어려운 범용 중간재 산업 전반적으로 가격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며 "중국산 저가 제품 유입에 따른 국내 수급의 부정적 영향도 확대되고 있다"고 짚었다.
KPI뉴스 / 박철응 기자 hero@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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