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명태균, 출마자에 먼저 접근해 '띄우기 여론조사' 제안

전혁수 / 2024-10-16 17:21:28
明 선거법 위반 판결문…"출마자 인지도 올려주겠다며 제안"
불법여론조사 주변 우려에도 "선거기간에 늘 있는 일" 강행
明회장 직함 미래한국연구소, 편향 질문지로 여론조사 벌여
여론조사 업계 "여론조사를 빙자한 선거 출마자 홍보 방법"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 핵심 인물인 명태균 씨가 지난 2018년 지방선거 출마 예정자에게 접근해 인지도를 올려주겠다며 불법 여론조사를 벌인 사실이 16일 확인됐다.

 

또 명 씨가 회장을 지낸 여론조사업체 미래한국연구소가 특정 정치인을 밀어주기 위해 '편향 질문지'로 여론조사를 벌인 전력이 드러났다. 여론조사 업계는 "여론조사를 빙자해 사실상 선거 출마자를 홍보해주는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명태균, 출마 예정자에 접근해 '띄우기 여론조사' 제안 전력 확인

 

명 씨는 2018년 2월 자신이 운영하던 시사경남 직원 A씨를 시켜 경남 창원시장에 출마하려는 윤대규 전 경남대 부총장을 홍보하는 형태의 불법 선거여론조사를 벌인 혐의로 2019년 4월 창원지법에서 벌금 600만 원을 선고받았다. (관련기사 [단독] 선거·재판으로 얽히고설킨 김영선과 명태균)

 

KPI가 입수한 판결문에 따르면 명 씨는 삼성전자 유치를 주장하는 윤 전 부총장 기고문을 받아 시사경남에 게재한 뒤 2018년 2월 21일, 22일 선거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윤대규 경남대 부총장의 삼성전자를 창원으로 유치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이 포함됐다. 이 조사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하지 않은 불법이었다.

 

▲ 명태균 관련 이미지. [KPI뉴스 자료사진]

 

명 씨가 먼저 윤 전 부총장에게 불법 조사를 제안했다. 이 사건 주요 관계자 B씨는 검찰 수사에서 "명 씨가 윤 전 부총장에게 '기고문을 토대로 여론조사를 해서 인지도를 올리는 게 좋지 않겠느냐'고 제의를 먼저 했다"고 진술했다.

 

B씨는 또 "명 씨에게 '윤 전 부총장은 창원시장 출마 예정자다. 선관위에서 조사받으러 오라면 어떻게 하느냐'고 했지만 명 씨가 '선거 기간에는 늘 있는 일이라 문제될 게 없다. 여론조사는 진행하고 선관위에서 연락오면 그때 얘기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공동피고인이었던 A씨도 "명 씨가 2018년 2월 초순경 시사경남 사무실에서 '기고문을 게재한 후 여론조사를 진행하고 윤 전 부총장이 출마 선언을 하기로 했다'고 말한 사실이 있다"고 검찰에 털어놨다.

 

당시 검찰이 확보한 녹음파일에 따르면 명 씨는 윤 전 부총장으로 추정되는 인사와 통화하며 "아직 아무것도 안 하셨기 때문에 경남대 부총장으로 해서 그 사람들한테 홍보를 다 해서 다 익은 다음에, (2018년)3월 2일이 후보 등록이니까 그 안에 최대한 다 끌어내면 된다"고 권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 명태균은 이 사건 범행을 주도적으로 계획하였으면서도 이 사건 범행으로 인한 책임을 부하 직원인 B 또는 공동피고인 A에게 전가하려고 한 점, 피고인 명태균은 위 B 및 A에게 수사기관에 허위 사실을 진술할 것을 지시하기도 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그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적시했다.

 

여론조사 질문지에 정치인 '고향' 적시한 편향 질문

 

미래한국연구소의 공직선거법 위반 판결문에 따르면, 연구소는 2019년 9월 7일부터 이틀 간 경남 거창군 주민을 대상으로 2020년 21대 총선 지역구(경남 산청·함양·거창·합천군) 출마시 지지 여부를 묻는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질문지 내용은 "선생님께서는 내년 총선에 김태호 전 국회의원이 고향인 산청·함양·거창·합천 지역구에 만약 출마를 한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였다. 질문지에 '고향'이라는 말을 넣어 우호적 여론이 수집되도록 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연구소 김 모 대표는 검찰에 "거창군민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임을 고려하여 김태호 의원의 고향인 거창을 부각시킬 의도로 질문지를 작성했다"고 진술했다.

 

이 조사는 자체 보유 전화번호 데이터를 활용한 불법 조사였다. 경남선관위는 2019년 10월 선거법 위반 혐의로 연구소를 고발하며 표본 문제와 함께 "편향된 질문지를 사용했다"고 지적했다.

 

앞서 김 여사 공천 개입 의혹을 제기한 강혜경 씨는 JTBC와 인터뷰에서 명 씨가 여론조사 과정에서 질문지를 특정인에게 유리하게 작성하는 방법을 활용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여론조사 업계 관계자는 "여론조사시 전화를 통해 정치인 이름을 유권자가 듣기 때문에 당사자 인지도가 올라가거나 출마 사실을 알릴 수 있는 측면이 분명히 있다"며 "사실상 여론조사를 빙자한 홍보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여론조사 업계 관계자는 "위법은 아니지만 특정인에게 유리한 조사 방법인 것은 맞다"며 "특정 후보를 밀고자 할 때 종종 벌어지는 일"이라고 전했다.

 

KPI뉴스 / 전혁수 기자 jhs@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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