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지국 많이 세운다고 유해성 커지지 않아"
미지의 세계에는 기대와 공포가 공존한다. 이제 막 첫발을 뗀 5G(5세대 이동통신)도 마찬가지다. 5G에서 나오는 전파가 인체에 유해한 영향을 끼칠지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도 5G가 일상화한 세상을 아직 상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5G는 고주파 대역의 3.5GHz(기가헤르츠)와 초고주파 대역의 28GHz 주파수를 사용한다. 주파수는 대역이 높을수록 직진성이 강해져 인구 밀집 지역의 트래픽을 개선할 수 있지만, 그만큼 건물 같은 장애물로 인해 통신 방해를 크게 받는다. 이런 이유에서 높은 대역의 주파수를 쓰는 5G는 안정적인 서비스 제공을 위해 현행 LTE보다 기지국을 더 촘촘히 세워야 한다.
현재 한국은 '세계 최초 5G 상용화'라는 타이틀만 겨우 확보한 상태다. 여기서 '상용화'는 5G 전용 망과 단말기에서 상용 통신을 처음으로 이뤘다는 의미이지 4G 수준으로 5G가 보편화했다는 뜻은 아니다. "5G폰을 샀더니 제대로 터지지도 않더라"라는 소비자 불만이 쏟아지고 있는 한편, 통신 전문가들은 "5G가 안착하려면 적어도 3년은 걸릴 것"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5G 인체에 끼칠 영향 놓고 우려 '무성'
이에 5G 전파의 인체 유해성 여부를 지금이라도 검증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앞서 지난해 10월 15일 열린 국정감사에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박선숙 바른미래당 의원은 "통신 품질 유지를 위해 기지국을 더 많이 깔아야 하는 5G의 특성상 전자파 우려가 상당히 제기될 수 있다"면서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 측에 관련 검사 시행 여부를 질의했다.
박 의원은 미국 캘리포니아 주의 밀밸리 시의회가 5G 기지국 설치를 만장일치로 금지한 사례를 근거로 들면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당시 민원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2차관은 '해당 사례를 과기정통부에서도 확인했으며 국민들이 안전하게 5G를 쓸 수 있도록 검토하고 있다'는 취지로 답했다.
박 의원이 제시한 사례는 지난해 9월 미국 현지 언론이 보도하면서 한국에도 알려졌다. 미국 지역 신문인 <마린 인디펜던트 저널>은 "주민들의 요구에 따라 밀밸리 시의회가 휴대전화 기업들의 5G 기지국 설립 시도를 만장일치로 금지했다"고 지난해 9월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신문은 전자기장(EMF) 없는 사회를 목표로 하는 시민단체 'EMF 세이프티 네트워크'를 인용해 "5G 기지국은 피로, 두통, 수면 이상, 불안감, 심장 이상, 학습·기억 장애, 이명(귀울림) 현상, 암 유발" 등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에는 미국의 IT 전문지 <와이어드>가 '5G가 광범위하게 도입되기 전에 인체에 미칠 영향을 연구해야 한다'는 칼럼을 게재하기도 했다.
이 칼럼을 작성한 수잔 크로포드 하버드 로스쿨 교수는 "전자기 방사선(EMR)이 인체에 미칠 영향을 측정하는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의 기준은 1996년에 도입된 것"이라면서 "(심지어) 해당 기준의 일부는 통신 산업과 유착 의혹이 일었던 독일의 한 사익 단체가 이보다 30년 전에 마련한 기준에 근거했다"고 썼다.
이어 "5G 전파가 피부와 안구를 비롯한 인체의 온도를 짧은 순간 급격히 상승시킬 우려가 있다고 주장하는 단체도 있다"면서 "이런 논란은 계속해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5G가 인체에 미칠 영향에 관한 연구는 충분히 지원받지 못한 것 같다"면서 "제기된 우려를 발판 삼아 추가적인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고 부연했다.
"5G 기지국, 많이 세운다고 유해성 커지지 않아"
하지만 국내 관련 기관들은 이런 우려를 '기우'로 보고 있다. 기지국이나 스마트폰이나 전자파 의무 측정 대상으로, 전자파 인체보호기준을 통과해야만 설치하거나 출시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또 인체보호기준을 이미 충족한 기자재들은 많이 설치된다고 해서 유해성이 생기는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앞서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도 지난해 12월 "5G 전자파 유해성 실험을 진행한 결과 별다른 유해성을 발견하지 못했다"면서 "5G라고 해서 특별히 유해하다고 결론 내릴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전파법은 제47조의2 '전자파 인체보호기준'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은 무선설비, 전기·전자기기 등에서 발생하는 전자파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전자파 인체보호기준, 전자파 등급기준, 전자파 강도 측정기준, 전자파 흡수율(SAR) 측정기준, 전자파 측정대상 기자재와 측정방법 등을 정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립전파연구원 관계자는 "5G 전자파 인체보호기준은 크게 기지국과 스마트폰 두 가지를 충족해야 한다"면서 "우리나라는 국제비전리복사방호위원회(ICNIRP)의 가이드라인에 근거해 해당 기준을 적용해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ICNIRP는 전 세계에서 연구결과를 수집하고 관련 기준을 개선하는 기구다.
국립전파연구원에 따르면 ICNIRP의 기준은 근래로 올수록 완화되는 추세여서 우리나라는 1998년도 기준을 현재까지 그대로 적용하고 있다. 국제 기준보다 우리나라의 기준이 더 강하게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전자파 흡수율(SAR)은 ICNIRP의 기준대로 체온 변화가 발생한 임계치의 50분의 1 수준으로 기준을 적용한다.
이 관계자는 "(전자파의 인체 영향과 관련해) 국가별 공동연구도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연관성이 나타난 바는 없다"고 했다.
이어 "5G 기지국이 많아진다고 해서 전자파가 배로 늘어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했다. 기지국은 인체보호기준을 충족하도록 설치하기 때문에 여러 군데 세워지더라도 인체에 유해한 영향이 갑자기 발생하거나 증폭되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아울러 "5G 기지국이 많이 설치된 환경에서는 직접적인 추가 검증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서 "그럼에도 미미한 측정값의 차이가 있을 뿐이어서 우려할 필요가 있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KPI뉴스 / 오다인 기자 odi@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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