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디스플레이·배터리 업체들도 전사적으로 대책 모색 중
일본 정부가 끝내 한국을 백색국가(수출 심사 우대국)에서 제외키로 결정하면서 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를 비롯한 업계 전체가 긴급대응에 나선 모습이다.
업체들은 이번 사태와 관련한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면서 재고 확보, 수입선 다변화, 국산화 가능성 타진 등 대안 모색에 고군분투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2일 각의(국무회의)를 열고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수출무역관리령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일본의 소재 업체가 한국 수출 시마다 정부의 까다로운 수출 심사를 받아야 하는 품목이 기존의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3개 품목에서 857개 품목으로 대폭 늘어나게 됐다.
이로 인한 가장 큰 피해는 공작기계 쪽이 입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공작기계 부문은 일본이 분류한 전략물자에 속하는 품목이 60%에 달할 정도로 많기 때문이다.
일본산 공작기계에 대한 현장의 체감도는 이보다 훨씬 더 높은 수준이다.
공작기계 업계 관계자는 이날 UPI뉴스와의 통화에서 "공작기계 자체가 일본산이 압도적으로 많다"면서 "공작기계 안에 들어가는 부품도 사실상 대부분이 일본산"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일본산 공작기계는 한 번 매입하면 30~40년 정도는 신뢰하고 쓸 수 있는 수준인데 공장 증설에 보수적인 중소기업들보다 대기업들이 향후 공장을 증설하려고 할 때 (일본의 이번 조치가) 큰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가동 중인 공작기계와 생산량에 당장 지대한 영향이 끼칠 것이라고는 볼 수 없지만, 계속해서 사업을 확장해야 하는 대기업들로선 사실상 일본의 수출규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또 "스위스, 독일, 이탈리아에서도 우수한 공작기계를 생산하지만, 이들 국가에서 수입하게 되면 대형 공작기계들을 운수하는 데 투입되는 비용이 추가된다는 문제가 있다"고 부연했다. 일본에서 직수입해오던 것보다 비용이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공작기계에 예상되는 일본발 수출규제 타격은 장기적으로 자동차 업계 등으로의 '연쇄 타격'까지 낳을 우려가 있어 위기의식이 커지고 있기도 하다.
일각에서는 일본의 수출규제로 인해 국내 자동차 업계가 받게 될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알려지기도 했지만, 관련 협회 등은 "이번 사태의 엄중함으로 인해 매우 조심스러운 상황"이라면서 "(자동차 업계가 받을) 영향이 결코 적을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 밖에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업계를 비롯해 LG디스플레이, 삼성SDI 등 디스플레이 업계와 LG화학, SK이노베이션 등 배터리 업계에서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지난달 초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강화가 발표된 이래 국내 기업들이 공정에 쓰이는 일본산 소재에 대한 대책 마련에 나선 상황"이라고 밝혔다.
일본산 의존도가 반도체만큼 높다고 알려진 배터리 업계에서도 '발등의 불'을 끄기 위해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소재를 감싸는 '배터리 파우치 필름' 전량을 일본에서 수입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지난달 9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일본 수출규제가 배터리 분야까지 이어진다면 지역 다각화를 통해 어려움을 극복하겠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 역시 지난달 26일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배터리 소재로의 규제 확대 가능성을 고려해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을 통해 이번 사태에 대한 전사적 차원의 총력 대응을 선언한 바 있다.
KPI뉴스 / 오다인 기자 odi@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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