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당선에 韓 조선업 '축포'…건설은 종전 기대

박철응 기자 / 2024-11-07 16:47:38
트럼프 "한국 조선업 협력"...주가 급등
기후위기 부정...LNG선 최강 한국 수혜
우크라이나 종전 자신감...재건 금액 678조 추산

7일 주식시장에서 조선업체들의 주가는 9%에서 높게는 20% 넘는 급등세를 보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추가 관세 부과 공약 등으로 한국 산업 전반에 비상등이 켜졌지만 조선업에는 오히려 축포가 터진 셈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날 수 있다는 기대감에 한국 건설업체들의 재건 사업 참여 기대도 커진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오전 윤석열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한국의 세계적인 군함과 선박 건조 능력을 잘 알고 있으며 우리 선박 수출뿐만 아니라 보수·수리·정비(MRO) 분야에 있어서도 긴밀하게 한국과 협력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분야에 대해 앞으로 구체적으로 윤 대통령과 이야기를 이어가길 원한다"고 했다. 

 

▲ 초대형 원유운반선. [뉴시스]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 조선업을 견제하기 위한 내심이 담긴 것으로 비친다. 글로벌 조선업계는 유례 없는 호황을 맞고 있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세계 신조선(新造船. 새로 만든 배) 발주량은 4976만CGT(표준선환산톤수)로 지난해 동기 대비  37% 급증했다. 금액으로는 58%가량 증가한 1551억 달러(약 216조7000억 원)에 이른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수주량으로 봤을 때 중국이 70% 수준의 압도적 점유율을 보였다. 이어 한국 17.5%, 일본 4.5%다. 중국은 대중 견제를 중시하는 미국에겐 최대 걸림돌이다. 

 

미국 의회는 지난 4월 '미국 해양 경쟁력 복원 방안' 보고서에서 동맹국과의 관계 확대를 권고한 바 있다. 또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9월 '미국, 세계 최대 조선소에서 중국에 맞설 동맹을 찾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HD현대중공업을 거론하기도 했다. 미국 함정의 보수·수리·정비 사업이 가장 우선적인 협력 대상으로 꼽힌다. 연간 20조 원 규모로 추산되는 시장이다. 

 

직접적인 한미 협력뿐 아니라 트럼프 당선인이 조선 발주량을 크게 늘릴 것이란 기대가 크다. 그가 재생에너지보다 석유, 석탄,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에 방점을 찍어왔기 때문에 그만큼 운반선 수요가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기후위기를 부정한다.

 

삼정KPMG는 이날 트럼프 당선에 따른 한국 산업 영향을 분석하면서 "LNG와 LPG 수요 및 수출이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친환경 에너지로 넘어가는 중간 단계의 브릿지 에너지 운반선 건조에 강점을 지닌 한국 조선 산업이 수혜를 받을 것"이라고도 했다. 

 

실제로 올해 LNG 운반선 수주 잔량 비중을 보면 한국이 71%를 차지한다. 1분기 전세계에서 발주된 LNG 운반선 29척을 100% 싹쓸이하기도 했다. 일부 중국 조선업체를 제외하고는 실질적으로 LNG 운반선 건조 능력을 갖춘 곳은 한국 업체들밖에 없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고율 관세로 교역량이 줄어 부정적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한국기업평가는 "(트럼프 당선인은) 자국 중심의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면서 타국에 보편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에는 60%의 높은 관세를 적용한다는 계획"이라며 "신조 선박 발주의 기본이 되는 글로벌 교역량 성장이 장기적으로 둔화되는 경우 조선업 수요에 위험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건설업은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다. 주요 건설사들의 실적이 악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먹거리가 절실한 상황이기도 하다. 트럼프 당선인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바이든 행정부의 실정으로 비판해왔다. 심지어 "취임하고 24시간 내에 끝낼 수 있다"거나 "당선되면 취임 전에 해결할 것"이라는 등 강한 자신감을 보여왔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해온만큼 우크라이나에 대한 자금과 무기 지원 방식이 아닌 새로운 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관측된다. 

 

삼정KPMG는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이 한국 건설사들의 신성장 동력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제기된다"면서 "민관 협력을 통해 도로, 주택, 발전소 등 재건 사업에 활발히 참여하고 있다"고 짚었다. 

 

우크라이나 정부와 유럽연합(EU)집행위원회, 세계은행, 유엔이 공동으로 지난 2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향후 10년간 재건 필요 금액은 4860억 달러(약 678조5000억 원)에 이른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작성됐기 때문에 올해 집중적으로 발생한 발전소 등 에너지 시설 피해는 반영되지 않은 것이다.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공사(KIND)를 비롯한 공공 기관들과 현대건설, 삼성물산, HD현대 등 기업들이 다수 우크라이나 복구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양해각서(MOU) 수준으로 아직까지는 가시화된 사업이 드물고, 앞으로도 주요 사업들을 수주할 가능성이 낮다는 관측도 적지 않다. 

 

트럼프 당선인이 예고한 중동 강경책이 현실화되면 신규 발주 감소와 프로젝트 지연 등으로 한국 건설업의 악재가 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KPI뉴스 / 박철응 기자 hero@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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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응 / 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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