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 백 혹은 수 천명이 하나의 서버에 접속해 동시에 롤플레잉 게임을 즐기는 대규모 다중접속 온라인 롤플레잉게임(Massively Multiplayer Online Role-Playing Game), 일명 MMORPG는 대한민국이 사실상 종주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컴퓨터를 이용하는 PC게임이나 게임팩을 넣어 사용하는 콘솔게임의 종주국은 미국이지만, 인터넷망을 활용하여 동시에 여럿이 같은게임을 즐기는 MMORPG만큼은 대한민국이 세계 최초로 상용서비스를 시작했고, 지금도 세계 시장을 견인하고 있다.
MMORPG가 게임시장의 가장 강력한 인기 장르이자 팬층이 두터운 메인스트림으로 자리매김하고 세계 게임역사를 새로 쓰는데 혁혁을 공을 세운 작품이 다름아닌 엔씨소프트의 대표작 '리니지'다. MMORPG 시장의 레전드이자 '리니지를 모르면 간첩'이란 소리가 나올 정도로 불멸의 스테디셀러로 우뚝 선 리니지가 상용 서비스 20년을 넘어 신화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리니지의 20년은 세계 게임시장은 물론이고 대한민국 문화콘텐츠 산업에 엄청난 변화를 불러왔다. 리니지는 IMF 외환위기로 온 국민이 고통에 시름하던 1998년 가을,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월 3만원에 육박하는 당시로선 모험에 가까운 고가의 월정액제로 서비스한 탓에 리니지의 흥행을 예상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러나 리니지는 오픈하자마자 주변의 우려를 보란듯이 불식시키며 폭발적인 인기몰이를 시작했다.
온라인게임 종주국 위상 제고
수 천명의 게이머들이 서로 다른 캐릭터로 역할을 수행하며 정보를 공유하고, 집단전투를 벌이는 MMORPG 특유의 묘미를 바탕으로 게이머들은 마치 블랙홀처럼 리니지 서버로 빨려들어갔다. 특히 리니지 성공의 가장 큰 콘텐츠중 하나인 공성전에 수 많은 게이머들이 매료되면서 리니지 인기는 더욱 가파른 상승세를 탔다. 2만여개에 달하는 전국의 PC방은 리니지를 즐기는 유저들로 가득했다. 리니지는 블리자드의 불세출의 히트작 '스타크래프트'와 함께 PC방계의 양대산맥을 형성하며 승승장구했다.
인터넷 비즈니스의 거품, 이른바 '닷컴 버블'이 최고조에 달했던 2000년대 초반에도 리니지는 상상을 초월하는 고수익을 창출하며 "인터넷비즈니스는 돈이 안된다"는 논란을 잠재웠다. 매년 수 천억원을 개발사인 엔씨소프트에 안겨주며 이 회사를 국내 최고의 인터넷기업으로 올려놓았다. 해외에서도 리니지의 인기는 폭발적이었다. 게임본고장 북미는 물론 일본, 중국, 대만 등 아시아 지역에 휩쓸며 MMORPG신드롬을 만들었다.
리니지의 성공에 힘입어 수 많은 국내에선 MMORPG 개발 붐이 일었고, 게임벤처 창업이 줄을 이었다. 덕분에 극동지역의 변방에 그쳤던 대한민국은 온라인게임 종주국으로서 위상을 굳혔다. 미국, 일본, 중국과 함께 4대 게임강국의 반열에 올라섰다. MMORPG는 한국에서 성공하면 세계에서 성공한다는게 정설처럼 확산돼 미국 블리자드가 월드오브워크래프트(WOW)란 MMORPG를 한국시장을 타깃으로 론칭하는 현상까지 나타났다.
게임중독, '현피' 등 부작용도
그러나,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따르기 마련이다. 다른 장르에 비해 몰입성이 매우 강한 MMORPG 고유의 특성 탓에 리니지는 게임중독의 주범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써야 했다. 게다가 게임내에 사용하는 희소가치가 높은 아이템이 장외에서 수천만원대에 거래되면서 사행성을 조장한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웠다. 여러대의 PC를 운영하며 리니지 아이템이나 게임머니(아덴)을 공장처럼 채굴하는 일명 '작업장'이 전국 곳곳에 우후죽순 생겨난 것도 리니지 흥행의 한 단면이다. 작업장의 채산성을 맞추기 위해 나중엔 중국 등 해외에서 대규모 작업장을 돌리는 기현상까지 나타났다. 그런가하면 게임내에서 1대1로 전투를 벌이다 감정을 자제하지 못해 현실에서 만나 싸우는 일명 '현피'까지 횡행해 사회문제화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 리니지에서 비롯된 온라인게임 열풍은 대한민국의 문화시장의 트렌드를 게임쪽으로 돌려놓은 일등공신이다. 리니지의 성공에서 촉발된 MMORPG, 아니 온라인게임 열풍이 국내 문화콘텐츠산업의 중심을 게임으로 이동시킨 것만은 부인하기 어렵다. 음악, 영화, 애니메이션을 즐기던 젊은이들을 PC방이나 가정내 PC앞으로 불러들였다. 이에 따라 전통적인 문화콘텐츠인 영화, 음악, 애니메이션, 공연을 넘어 게임이 문화산업의 중심 축으로 자리를 굳혔다. 각 부문별 콘텐츠산업 규모 면에서 게임은 영화나 다른 콘텐츠를 압도하고도 남음이 있다.
고퀄리티 '리마스터' 주목
리니지 덕분에 엔씨소프트 역시 세계적인 MMORPG 명가로 자리매김했다. 리니지의 흥행 대박 이후 엔씨소프트는 '리니지2' '아이온' '블레이드&소울' 등 내놓은 작품마다 대박행진을 이어가며 네이버(Naver), 넥슨(Nexon), 넷마블(Netmarble) 등과 함께 인터넷벤처 신화의 '4N'으로 우뚝섰다. 작년엔 리니지의 모바일버전인 리니지M까지 초대박을 터트리며 유무선을 넘나드는 MMORPG명가의 자존심을 재확인했다.
상용 서비스 20년을 넘긴 리니지는 최근 다시한번 대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지난 11월 29일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리니지 서비스 20주년 행사를 직접 주관하며 '리니지 리마스터'를 최초로 선보였다. 서비스 20년이 지난 리니지에 대한 새로운 변화를 통해 도약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엔씨소프트는 퀄리티를 대폭 높인 리마스터를 기반으로 한 단계 진화된 리니지를 선보인다는 전략이다. 20년간 흥행을 이어오며 세계 게임사에 확실한 족적을 남긴 리니지의 변신이 또 어떤 결과를 남길 지 궁금하다.
KPI뉴스 / 최은영 객원기자 wangjb7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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