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 안정 이미지 각인…韓대행 탄핵은 조건부 유보
전현희·박성준 "韓대행, 거부권 행사하면 탄핵 사유"
내란·김건희 특검 관건…韓, 6개법안 거부권 행사 고심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대표가 정부·여당을 어르고 달래는 역할 분담을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 가결로 민심을 등에 업었다고 판단해 정국 주도권을 확실히 틀어쥐겠다는 전략이 깔려 있다.
이 대표는 조기 대선을 겨냥해 국정을 챙기는 안정된 이미지를 각인시키겠다는 계산이다. '국정안정협의체' 제안은 그 일환이다. 이 대표는 자신에 대한 비토가 강한 중도층을 공략해 외연을 넓히겠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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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
이 대표는 1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힘이 '국정안정협의체'에 꼭 참여해주기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논의의 주도권은 국민의힘이 가져가도 좋고 이름이나 형식, 내용이 어떻게 결정되든 상관없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전날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와 국회가 함께 참여하는 국정안정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그러나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여당이 된 것처럼 행동하는 건 부적절하다"며 단칼에 거절했다. 탄핵 국면에서 '여당' 지위마저 흐릿해지면 더욱 수세에 몰릴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자 이 대표가 '주도권 양보'를 약속하며 우려하는 국민의힘을 설득하고 나선 것이다. 나아가 의제 설정에 대해서도 신축적 입장을 보였다.
이 대표는 "혹시라도 국정 전반에 대한 협의체 구성이 부담스럽다면 경제와 민생 분야에 한정해서라도 협의체를 구성해줄 것을 국민의힘에 요청한다"고 말했다. 경제·민생은 시급한 현안이라 여당이 거부할 명분이 약하다는 점을 공략한 것으로 비친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내부 사정이 어려운 것은 이해하지만 정당의 존재 이유는 국민의 더 나은 삶 아니겠나"라며 "계산은 조금 뒤로 물리고 국정안정협의체든, 경제 문제에 한정된 협의체든 신속하게 결단하고 함께 해달라"고 압박했다.
이 대표는 전날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을 탄핵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국정 혼선을 최소화하며 민생 안정에 주력하겠다는 구상을 부각하려는 포석이다. 이 대표는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정파를 떠난 중립적 입장에서 국정을 운영해달라고 말씀을 드렸다. 한 권한대행도 전적으로, 흔쾌히 동의하셨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이 대표의 속내는 탄핵 철회가 아니라 '조건부 유보'인 것으로 보인다. '일단'이라는 전제를 단 것은 "두고 보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또 '중립적 국정 운영'을 주문한 건 여당 편만 들어선 안된다는 얘기로 들린다. 법률안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가 대표적이다.
이 대표는 직접적 표현을 삼갔지만 당이 나서 으름장을 놨다. "거부권을 행사하면 탄핵을 추진할 수 있다"고 경고한 것이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권한대행으로서 정치적 중립성을 무시하고 국민의 권한을 침탈하는 입법 거부권과 인사권을 남용하는 것은 헌법 위반으로 또 다른 탄핵 사유가 될 수 있음을 경고한다"고 말했다. 김민석 최고위원도 "권한대행 총리에겐 인사권과 법률 거부권을 행사할 능동적 권한이 없다"고 했다.
박성준 원내수석부대표는 MBC라디오에서 "의회 권력이 행사한 입법권에 대해 국민의 선택을 받지 않은 단순 권한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가"라며 "이것이 (탄핵의) 바로미터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주장했다. 이어 "여러 법률에 대한 것이 있겠지만 가장 핵심은 내란 특검과 김건희 특검법"이라고 했다. 두 법안에 대한 거부권이 행사되면 한 대행 탄핵을 추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국민의힘은 야당이 단독 처리한 양곡관리법 등 6개 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요청한 상태다. 이들 법안은 정부가 반대 입장을 표명해온 것들이다. 그런 만큼 한 대행은 오는 17일 국무회의에서 6개 법안을 상정해 거부권을 행사하는 방안을 한 때 검토하다 미룬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행은 야당 반발을 감안해 막판까지 고심을 거듭할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그는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아야 하는 처지다. 그러나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에는 여당 항의를 받는 게 불가피하다.
관건은 내란·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다. 6개 법안은 넘어가더라도 한 대행이 특검법까지 막는다면 민주당이 탄핵의 칼을 빼들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민주당 당직자들이 이날 앞다퉈 한 대행을 몰아세운 건 특검 수용을 위한 빌드업 성격이 강하다는 분석이다.
KPI뉴스 / 박지은 기자 pje@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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