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균용 청문회, 재산신고 누락 쟁점…野 "사퇴" vs 李 "죄송"

장한별 기자 / 2023-09-19 15:57:56
野, 자녀 해외계좌 누락·증여세 탈루 의혹 제기
李 "외국에 살아본 경험 없어 인지하지 못했다"
이재명 '과잉수사' 논란에 "檢 수사권 상당 통제"
"법관, 진영논리 유혹 느끼면 사직"…尹친분 의식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에 대한 19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선 재산신고 누락을 둘러싼 논란이 최대 쟁점이 됐다.

 

이 후보자는 자신과 가족이 보유한 9억9000만원 상당의 처가 운영 회사 비상장주식을 법관 재직 중 재산 신고에서 누락해 공직자윤리법을 위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더불어민주당은 사안의 중대성을 부각하며 이 후보자의 사퇴를 압박했다. 이 후보자는 즉답을 피한 채 "아무튼 죄송하다"며 거듭 고개를 숙이는 것으로 응수했다.

 

▲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가 1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박용진 의원은 이날 인사청문회에서 "선출직은 재산신고를 누락하면 당선무효형이고 고위 공직자들은 중징계를 받는다"며 포문을 열었다.

 

이어 "후보자 자리는 그보다 더 큰 자리이다. 무려 10억원이나 되는 재산을 누락하는 행위를 어떻게 책임질 것이냐"고 추궁했다. 그러면서 "사퇴할 의향이 있느냐"고 물었다.

 

이 후보자는 "사실대로 말씀드린 건데 아무튼 죄송하다"고 답했다. 그는 "가액이 10억원이라는 것을 청문회 과정에서 처음 알았다"며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의 결정에 따르겠다"고 했다. 사퇴 의향을 묻는 거듭된 질문엔 "답변드리기 조금…"이라며 말을 아꼈다.

박 의원은 "33년간 재판을 한 사람이 몰랐다고 얘기하면 있던 죄도 없게 판결했느냐"고 몰아세웠다. 이 후보자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전혜숙 의원은 "10억원 상당 비상장주식을 보유한 것은 재산은닉이 아니냐"고 물었다. 이 후보자는 "은닉한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송구스럽게 생각하지만 저는 몰랐다"고 답했다.


청문회에서는 이 후보자 배우자 김모 씨가 가족이 운영하는 회사가 보유한 토지에 근저당을 설정한 정황도 공개됐다.

박 의원에 따르면 김씨는 2002년 5월 주식회사 옥산이 보유한 경남 양산 상북면 토지에 1억6000만원 상당의 근저당권을 설정했다. 옥산은 이 후보자의 처남이 운영하는 회사다.

박 의원은 "당시에도 재산이 수십억원은 됐을 텐데 김씨는 본인이나 후보자 땅이 아니라 2.5% 주주에 불과한 회사 소유 토지에 근저당을 설정했다"며 "가족회사를 사실상 처가의 사금고로 활용하는 행태이고 배임의 소지마저 있다"고 지적했다.

이 후보자는 "처남이 하는 회사 운영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바가 없다"면서도 "불법 행위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서동용 의원은 이 후보자가 미국에 유학 중인 장녀에게 생활자금을 증여하면서 세금을 탈루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 후보자는 "제가 외국에 살아본 경험이 없기 때문에 정확하게 인지하지 못했다"고 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과잉수사 논란도 도마에 올랐다. 민주당 김회재 의원은 "1년 반 동안 수없이 다른 내용으로 수사를 하고 영장을 청구했는데, 이게 정상적인 수사라고 생각하느냐. 사법 통제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생각하느냐"라는 물었다. 이 후보자는 "검찰의 수사권에 대해서 상당한 통제를 하고 있다고 알고 있다"며 "(검찰의) 영장 청구되는 것 중 기각되는 것도 불가피하게 있고, 발부되는 것도 있다"고 말했다.


야당 대표가 단식을 하다 병원에 실려갔는데, 검찰에서 바로 체포영장을 발부한 것이 '정치보복'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정치가 타협의 미학으로 알고 있는데, 지금과 같은 상황은 굉장히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또 윤석열 대통령과의 친분을 따져 물으며 후보자로 지명된 배경을 문제삼았다.


김승남 의원은 이 후보자가 지난 국정감사에서 '윤 대통령이 제 친한 친구의 친구다'라고 말한 것을 끄집어내 "후보자 지명을 받은 이후 사양한 적 있나"라고 물었다. 이 후보자는 "(사양한 적) 없다"고 답했다. 그러자 김 의원은 "대통령 친구가 지명받지 말라는 법은 없지만, 삼권분립의 정신은 헌법 정신 아닌가"라고 쏘아붙였다. 

김회재 의원은 "가장 큰 걱정은 윤 대통령과의 사적 친분이 있는데 과연 사법부의 독립을 이룰 만한 적임자가 될 것인지"라며 의구심을 표했다.

국민의힘은 현 김명수 체제 사법부가 정치적으로 편향돼 있다고 주장하며 이 후보자가 이를 정상화할 적임자임을 강조했다.


김형동 의원은 이 후보자의 지난해 12월 대전지방변호사회지 기고문 일부를 인용, "대한민국의 정치가 경제를 넘어 법치를 집어삼키는 '사법의 정치화'가 논란이 되는 이 시점, 김명수 대법원장, 그 시절이 맞지 않나"라며 "(이 후보자가) 대법원을 바로 세울 수장으로서 적임자"라고 치켜세웠다.

이 후보자는 앞서 인사말에서 "제가 정치적으로 부당한 영향을 받거나 편향된 방향으로 사법부를 이끌지도 모른다고 염려하시는 분들도 계신 것으로 알고 있다"며 "법관이 자신의 진영논리가 원하는 쪽으로 이끌리고 싶은 유혹을 느낀다면 사직서를 내고 다른 일을 알아봐야 할 때가 된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과의 친분이 '재판 공정성'에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를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 후보자는 재산신고 누락 등 논란에는 "미비한 것으로 드러난 부분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했다.

이 후보자는 "사법부의 최우선인 무너진 사법신뢰와 재판의 권위를 회복하기 위해 재판의 지연이라는 당면과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재판 지연은 신화 속 괴물 히드라와 같아서 그 원인이 무엇인지 파악하기 쉽지 않고 여러 원인이 복합적으로 얽혀있다"며 "재판 지연의 문제는 단기적으로 그 해결이 쉽지도 않을 것이기에 사법부 구성원 전체가 힘을 합쳐야만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 후보자는 "그러기 위해서 사법부 구성원 사이에 내재된 갈등과 분열을 해소하고, 조직 내부의 동력을 회복하는 방안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는 "지나온 과거를 돌아보면 사법행정사무의 감독권이 지나치게 행사되거나 아니면 방임적으로 적절하게 행사되지 않아 사법 신뢰 상실의 한 요인이 되었던 측면을 부인할 수 없다"며 "감독권을 헌법정신에 맞게 적절하게 행사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는 20일까지 이틀간 열린다. 

 

KPI뉴스 / 장한별 기자 star1@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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