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더불어민주당 변광용 후보를 이길 수 있다고 확신하는 (국민의힘) 경쟁자가 누구겠습니까? 당적을 옮긴 비판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면서 절박한 심정으로 이번 선거에 나섰습니다."
4월 2일 치러지는 경남 거제시장 재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권민호(68) 전 거제시장은 3선(選)을 한 해 앞둔 2017년 당적을 국민의힘에서 민주당으로 옮긴 데 대한 세간의 시선을 의식한 듯 다시 선거전에 뛰어든 이유를 이같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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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민호 거제시장 예비후보가 거제시 고현동 선거사무실에서 기자와 대담을 나누고 있는 모습 [박동욱 기자] |
2010년부터 8년간 시정을 맡았던 권 전 시장은 2018년 정치 무대를 창원으로 옮겨 민주당 간판을 내걸고 도지사·국회의원 선거에 나서려다 그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리고 2022년 국민의힘에 다시 복당했다. 최근 몇년 동안 에너지재활용과 산업안전 분야 사업에 전념하던 그가 '위기의 거제' 구원 투수를 자처하고 시민들 앞에 다시 섰다.
300만원대 아파트 사업, 지심도 소유권 이전, 명진터널 착공, 해양플랜트 국가산단 지정 등 재임기간 이뤄낸 굵직굵직한 사업을 뚝심 있게 밀어붙였던 권 전 시장은 자신의 핵심 시책들이 변광용 시장 체제(2018~2022년)에서 거의 공중분해됐다고 한탄했다.
그러면서 박종우 전 시장이 당선무효형을 확정받았을 때 "정치는 죽어야 은퇴하는구나"하는 생각으로 이번 재선거 출마 결심을 했다는 속내를 피력했다. 인터뷰는 20일 오후 거제 중심상권에 위치한 고현동 선거사무소에서 진행됐다.
-'조선업 메카' 거제시의 청년층 유출이 전국 1위다. '위기의 거제'라는 말이 실감나는 수치다.
"변광용 민주당 후보와 맞붙는다면 '도대체 그간(재임시절) 뭔일을 했나'라고 묻고 싶다. 변 후보가 다시 시장이 되면, 지역경제 역동성을 되돌릴 수 있는 기회는 더 멀리 가버릴 것이다. 이번 선거 출마를 결심한 것도 고향이 더 이상 무너지는 것을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거제시는 조선업 호황기 시절 한때 전국에서 청년층 인구(20~39세)가 가장 많은 곳으로 손꼽혔다. 지난 2014년 거제시의 청년층 비율은 31.1%로 전국 평균(28.2%)을 웃돌았으나, 2023년 기준 19.8%로 전국 평균(24.9%)을 한참 밑돌았다. 10년 만에 3만1000여 명의 청년들이 거제지역을 등진 셈이다.
-재임시절, 공무원들이 혀를 내두를 만큼 굵직한 시책들을 이끌고 나갔는데, 인구를 유입할 뾰족한 방법이 있을지.
"인구가 경제다. 죽기를 각오하고 들이대면 산다. 인구 유입 정책은 2가지다. 주거 문제와 정착을 위한 기술 교육이다. 제가 재임시절 8년간 추진했던 사업들을 정상화 시키면 된다. 미분양 아파트를 활용해 주거문제를 해결하고 고용창출 기회를 만들어낼 것이다. 노동자 5000만 늘리더라도 가족 구성으로, 인구가 1만~2만명 금방 불어난다. 향후 3~4년 만에 4만~5만명을 늘릴 수 있다고 자신한다."
-'첫날부터 능숙하게'라는 캐치프레이즈가 인상적이다. 언제 출마 결심을 굳혔나.
"박종우 전 시장이 당선무효형 확정 판결을 받았을 때, '민주당, 특히 변광용 전 시장에 다시 시정을 넘기면 안된다'는 절박함이 생겼다. '귀책사유 무공천 원칙'에 따라 국민의힘에서 공천을 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러면 무소속으로라도 출마해야 겠다고 결심했다. 재임시절 수많은 전문가와 시의회 도움을 받아 추진했던 대형사업들이 변 전 시장의 손에 깡그리 묻히게 둘 수는 없는 일이다."
그는 재임 시절 추진했던 '장승포 유원지' 사업을 사례로 들며, 장기적 안목의 대형 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장승포 능포동 일원(64만4000㎡)에 관광형 유원지로 개발하기 위한 준비 작업만 7년이 걸렸다는 게 그의 추억담이다. 하지만 이 사업은 변광용 전 시장 재임 시절 중단됐다가 지난해 11월에야 세부 조성계획이 발표됐다.
-민주당으로 당적을 옮긴 경력을 문제 삼는 국민의힘 당원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속죄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 재임 시절에 핫(Hot)하게 일했다. 내 자신 스스로 최대 장점을 '겸손' '성실'이라고 생각한다. (민선 8기 이어오는 동안) 2명의 시장을 제외하고는 불명예로 중도 사퇴했다. 재임기간에 '정말 열심히 일하고, 청렴한 공직 사회를 남기자'는 철칙을 갖고 살았다. 그런데 (3선 선거 자진 포기한 뒤) 떠나고 나니 '돈 많이 받아먹고, 안 잡혀들어가기 위해 당을 옮겼다'는 식의 얘기들이 나돌았다. 물론 그런 소리가 나올 수 있는 상황을 (내가) 만들었다. 하지만 호소드린다. (민주당) 변광용 후보를 이길 수 있는 후보가 (국민의힘에) 과연 누구인가."
권 전 시장은 이 질문 대목에서는 '속죄' '죄송' '용서' 단어를 셀 수 없이 사용했다. 그는 본선보다 당내 예선 공천 과정을 더욱 힘든 경쟁으로 여기는 듯했다. 6~7명 국민의힘 예비후보들은 2월말 컷오프 이후 3명으로 압축되고, 이들 3명이 최종 공천 경쟁을 벌이게 된다.
-재임 시절 함께한 공무원들이 시장의 깐깐한 일처리에 힘들어했다는 게 중론이다.
"지도자라는 사람은 우유부단하면 안된다. 안 해야 될 건 어떤 상황에서도 양보하지 않아야 하고, 해야 될 일은 무슨 일이 있어도 해내야 한다. 저의 이런 스타일에 '호불호'가 강하다. '어루만져 주고 따뜻하게 해 주고 이렇게 했어야 하는데' 하는 아쉬움도 있다."
권 전 시장은 8년 재임 시절에 국민 경차로 불리던 '모닝'을 직접 운전해 다니고, 모든 공무원들에게 근무복을 입히는 등 '파격 행보'로 유명하다. 2010년 당선 직후에는 집무실을 민원실 옆 개방된 장소로 옮겨, 인근 시·군 단체장을 당혹스럽게 만들기도 했다.그는 이번 선거에서 당선된다면 "시장실에 이동 침대를 갖다 놓고, 죽기살기로 다시 일해보겠다"고 강한 의욕을 보였다.
-시민들에게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은 말은.
"(재임 시절) 열심히 일하는 과정에서 아픈 마음을 갖게 된 분에게는 죄송하고 송구하다는 말씀을 거듭 드린다. 하지만 거제가 처한 현실에서 그런 문제만 따지고 탓할 시간이 없다. 시민들의 비판 목소리는 겸허하게 모두 받아들인다. 일로써 꼭 보답하겠다."
이번 거제시장 재선거에는 국민의 힘에서 권민호 전 시장을 비롯해 권태민(66) 전 거제해양관광개발공사 상임이사, 김봉태(64) 전 밀양시 부시장, 박환기(62) 전 거제시 부시장, 황영석(67) 거제시발전연구회장, 천종완(65) 전 시의원 등 6명이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민주당에서는 일찌감치 변광용 전 시장을 후보로 확정했다. 무소속은 손한진(72) 전 부산시 공무원과 김두호(53) 시의원이다.
KPI뉴스 / 박동욱 기자 pku24@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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