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기 친일재산조사위 상임위원, 광복군 총사령관 지청천 외손
"이미 처분된 재산의 국가 귀속, 쉽지 않을 것…우려되는 면도"
"강제 수사권에 준하는 권한 필요한데 그렇지 않아 아쉬워"
"남은 친일 재산이 몇 조 규모? 역사 정의 측면에서 봐야"
6·3 지방선거가 막을 내렸다. 선거 뒤로 미루어졌던 여러 사회적 과제들이 적잖다.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 환수 문제도 그중 하나다.
지난달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의 국가 귀속 등에 관한 특별법안'(이하 특별법)이 선거 전날인 2일 공포됐다.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을 조사해 국가에 귀속시킨 친일반민족행위자재산조사위원회(친일재산조사위) 재설치에 관한 법이다.
앞서 친일재산조사위는 노무현 정부 때 관련 법이 제정돼 2006년부터 4년간 활동했다. 이명박 정부 때인 2010년 이 위원회 활동 종료·해산 후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의 국가 귀속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등의 문제가 발생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특별법이 제정·공포됨에 따라 조만간 2기 친일재산조사위가 새롭게 구성돼 최장 5년 동안 활동하게 된다.
KPI뉴스는 16년 만에 부활하는 친일재산조사위 관련 문제를 두 편의 기사로 짚는다. 첫 순서로 친일재산조사위 상임위원을 지낸 이준식 전 독립기념관장을 4일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만나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 환수 재시동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이 전 관장은 한국광복군 총사령관 지청천의 외손이자 일제 강점기 연구자이기도 하다.
다음은 이 전 관장과 나눈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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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준식 전 독립기념관장이 4일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KPI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이상훈 선임기자] |
ㅡ친일재산조사위 부활의 길이 열렸다. 소회가 남다를 것 같다.
"역사적 의의가 있는 일이지만 좀 뜻밖이었다. 작년, 재작년에 일부 국회의원이 특별법 제·개정을 추진하기 위해 공청회를 열었을 때 내가 두 번 참석해 발표와 제안을 했다. 그때 이야기한 사항들이 특별법에 충분히 담기지 않은 것 같아 걱정되는 마음도 있다."
ㅡ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이 이미 매각된 경우 그 처분 대가까지 국가에서 환수할 수 있다는 것이 이번 특별법의 주요 특징으로 거론된다. 그 실효성에 대해 어떻게 보나.
"현실적으로 이미 처분된 재산을 국가에 귀속한다는 결정을 쉽게 내릴 수 있을지 우려된다. 친일 재산 가운데 상당 부분은 이승만 정부 출범 후 실시된 농지 개혁 과정에서 처분된다. 그게 70여 년 전 일이다. 지금 자료를 통해 그 땅이 친일반민족행위자의 은닉 재산 또는 차명 재산이라고 밝힌다 하더라도 소송에서 법원이 쉽게 국가의 손을 들어줄까?
1기 친일재산조사위 활동의 근거가 된 법에도, 이번 특별법에도 '선의의 제3자의 이익은 해하지 못한다'고 돼 있다. 그렇다고 할 때, 향후 복잡한 소송 과정을 어떻게 밟아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충분하지 않은 것 같아 걱정된다.
또한 처분된 시점의 재산 가치와 지금의 재산 가치는 하늘과 땅 차이인 경우가 많다. 국가 귀속 결정을 한다고 할 때 이런 부분을 어떻게 계산할 것인지도 고민거리가 되지 않을까 싶다."
ㅡ공청회에서 제안했는데 특별법에 담기지 않은 사항으로 어떤 것이 있나.
"재산이 국가에 귀속되는 친일반민족행위자 범주를 넓혀야 한다고 공청회에서 주장했다. 친일재산조사위와 쌍둥이 격이던 대통령 소속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에서 2009년에 공표한 친일반민족행위자 숫자가 1006명이다.
국가 차원에서 '중대한 친일반민족행위를 한 사람들'이라고 공식 결정한 이들이다. 그러면 이 사람들을 전부 친일재산조사위 조사 대상으로 하는 게 좋았을 텐데, 그렇지가 않았다. 친일반민족행위를 했다고 결정할 수 있는 근거 조항은 20개였는데, 그중 딱 4개 조항에 해당하는 친일반민족행위자만 재산이 국가에 귀속되는 대상자라고 법에 규정돼 있었다.
똑같이 친일반민족행위를 했는데 일부만 그 재산이 국가 귀속 대상이고 나머지는 그렇지 않다고 해놓은 것이다. 이로 인해 1기 친일재산조사위가 조사할 수 있었던 친일반민족행위자는 아쉽게도 500명이 채 안 된다.
그래서 공청회에서 '2기 친일재산조사위가 출범하면 조사 가능 범주를 넓히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얘기했다. 하지만 이번 특별법에서도 조사 대상은 이전의 틀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ㅡ1기 친일재산조사위 활동을 제약한 요소 중 하나로 강제 수사권 부재가 꼽힌다. 이번에는 그 문제를 극복할 수 있을까.
"1기 때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 중 동산(動産) 조사를 시도한 적이 있다. 현금, 금괴 등은 추적이 불가능해 고서화를 대상으로 팀을 꾸렸는데, 석 달 정도 작업하다가 포기했다. 강제 수사권이 없어 조사가 진척되지 않아서다. 1기 때 부동산 조사에 집중한 것도 그 때문이다. 동산과 달리 부동산은 국가에 등록돼 있어 추적이 가능하다.
강제 수사권까지는 아니더라도 그에 준하는 엄격한 조사 권한이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공청회에서 이 얘기도 몇 차례 했는데, 이번 특별법에 크게 반영된 것 같지는 않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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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준식 전 독립기념관장. [이상훈 선임기자] |
ㅡ전체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 규모는 어느 정도인지, 추가 환수가 얼마나 가능한 것인지 궁금해하는 이들이 꽤 있을 것 같다.
"전체 규모는 알 수 없다. 얼마나 더 환수할 수 있을지도 가늠하기 어렵다. 남아 있는 친일 재산 규모가 몇백 억 또는 몇 조 원이라고 일각에서 주장하는데, 근거가 부족한 얘기라고 본다.
남은 친일 재산 규모가 막대하니 국가 귀속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시각은 지양할 필요가 있다. 액수를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게 아닌가 싶다. 역사 정의 실현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액수에 연연하면 안 된다. 단 한 필지의 토지라도 친일 재산이 남아 있으면 안 된다는 의미에서 2기 친일재산조사위가 빠짐없이 찾아내게 해야 한다는 시각으로 봐야 하지 않을까."
ㅡ2기 친일재산조사위에 조언을 한다면?
"정상적으로 조사한다면, 친일반민족행위자가 당대에 취득했던 재산을 조사해 후대 재산까지 내려오며 찾는 방식과 그 후손이 현재 소유한 재산을 추적하는 방식을 결합해야 한다. 1기 때는 여러 제약 때문에 현실적인 방식으로 후자를 택해 조사를 진행했다. 2기 때는 그와 달리 전자 방식을 취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KPI뉴스 / 김덕련 역사전문기자 kdr@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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