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에 김치·와인 '강매'한 태광그룹…검찰 고발

김이현 / 2019-06-17 15:51:21
공정위, 태광계열사 부당지원 행위에 제재
김치·와인 일감 몰아주기로 최소 33억 이익
태광그룹이 총수일가 소유 계열사에 와인·김치를 강제로 대량 구매하도록 한 사실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됐다.


▲ 김성삼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국장이 17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태광그룹의 일감몰아주기 혐의와 관련 브리핑을 열고 있다. [뉴시스]

공정위는 17일 태광그룹의 일감몰아주기 혐의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21억8000만 원을 부과했다. 또한 이호진 전 회장과 김기유 그룹 경영기획실장을 개인 고발하고, 태광산업·흥국생명 등 19개 계열사 모두를 법인 고발했다. 한 그룹의 계열사가 대거 고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 전 회장은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뒤에도 경영기획실을 통해 그룹경영을 사실상 총괄해왔다.

이 회장은 일가 지분 100%를 보유한 고급회원제 골프장 휘슬링락CC가 영업부진으로 어려움을 겪자 2013년 5월 역시 자신 소유인 시스템통합(SI)업체 티시스에 합병시켰다.

하지만 실적이 좋지 않던 회사를 합병하다보니 티시스 전체 실적도 고꾸라졌다. 티시스는 2012년 당기 순이익이 125억3000만 원에 달했지만 이듬해 71억 원 순손실로 돌아섰다. 이에 김기유 그룹 경영기획실장은 김치 거래를 통해 실적을 개선시키는 계획을 세웠다.

김 실장은 2014년 4월 홍천 영농조합에 김치 제조를 위탁해 대량 생산한 뒤 각 계열사에 김치단가를 결정하고 구매수량까지 할당했다. 휘슬링락CC의 김치가격은 kg당 1만9000원. 시중 가정용 제품 김치가 kg당 약 7000원 안팎임을 감안하면 약 3배 높은 가격으로 책정된 셈이다.

이 과정에서 태광 계열사들은 김치를 직원 복리후생비, 판촉비 등 회사비용으로 구매해 직원들에게 급여 명목으로 지급하고, 일률적으로 10kg 단위로 포장해 임직원 주소로 택배 배송했다.

또 직원전용 사이트를 구축해 직원들에게 김치구매에만 사용할 수 있는 포인트를 1인당 19만점(19만 원 상당)을 제공한 뒤 임직원 의사와 상관없이 김치를 배송했다.

계열사들은 이를 통해 휘슬링락CC의 김치를 법 위반 기간 동안(2014년 상반기~2016년 상반기) 무려 512t, 95억5000만 원 어치를 구매한 것으로 조사됐다.
 

▲ 태광그룹이 소유한 골프장 휘슬링락 CC. 총수 일가는 2014~2016년 휘슬링락CC에서 만든 김치를 19개 계열사에 비싸게 판 혐의로 공정거래위로부터 과징금 약 22억원을 부과받고 검찰에 고발됐다. [휘슬링락 홈페이지]


이와 함께 부당이익 편취 상품으로 이용된 건 와인이었다. 경영기획실은 2014년 7월 그룹 시너지 제고라는 명분으로 계열사가 선물을 제공할 때 메르뱅 와인을 적극 활용하도록 계획했다. 메르뱅은 총수일가가 100% 소유하고 있는 와인 소매 유통 회사다.

각 계열사는 복리후생비 등 회사비용이나 사내 근로 복지기금을 전용해서 와인을 구매해 임직원에 지급했다. 이 과정에서 계열사들은 와인가격 등 거래조건에 대한 합리적 고려나 다른 사업자와 비교조차 하지 않았다.

2014년 7월부터 2016년 9월까지 태광그룹 계열사들이 메르뱅으로부터 구매한 와인은 총 46억 원에 달한다. 


공정위는 태광소속 계열사들이 2년 반 동안 김치와 와인구매를 통해 총수일가에 귀속된 이익은 배당, 급여 등으로 최소 33억 원(김치 25억5000만 원, 와인 7억5000만 원)으로 책정했다. 이 돈은 이호진 회장과 부인 등 가족들에게 배당, 급여 등으로 지급된 것으로 나타났다. 


태광그룹의 이러한 내부거래는 공정거래법이 금지하는 총수일가 사익편취행위에 해당한다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다. 김성삼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동일인(총수)을 정점으로 한 일사불란한 지휘체계 아래서 총수일가에 부당한 이익을 제공하는데 동원된 사례를 적발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KPI뉴스 / 김이현 기자 kyh@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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